텐구마이 (天狗舞, てんぐまい)
- 샤타 주조, 이시카와현 하쿠산시
- 노토토지 4대 천왕 중 한 명인 나카사부로 씨가 완성시킨 명주
- 최근 트렌드와는 정반대에 위치한 클래식한 주질의 대명사
- 또 하나의 브랜드, 고린을 2006년부터 출시
고대부터 일본의 행정구역은 고키시치도(五畿七道)라는 구분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는 모든 기준이 교토 또는 나라(奈良)를 중심으로 되어 있었는데 당시 수도권의 5개의 키나이(機内)라는 작은 행정구역과 나머지 전국의 7개의 도를 말합니다. 당시에는 홋카이도는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교토를 중심으로 보면 동쪽 방향으로는 3개의 도가 있는데 이곳에는 각 도로 넘어가는 출입구에 검문소라 할 수 있는 이른바 3개의 관(関)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교토의 동쪽은 그냥 험준한 미개발 지역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3개의 관의 동쪽을 관동이라 불렀고 그 서쪽을 반대되는 개념으로 관서라 불렀습니다.
관동과 관서를 구분 짓는 유래가 된 산칸(三関) - 퀴즈녹 인용 편이 3개의 도는 가장 위쪽부터 아래로 호쿠리쿠도, 토산도, 토카이도인데 사케에 있어서도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토산도 및 토카이도는 과거에도 지금의 도쿄인 에도를 잇는 간선이 잘 정비가 되어 있었으나 호쿠리쿠도는 다소 외곽으로 치부되고 있었고 여러 가지 부분에서 발달도 늦고 소외되었으며 자체적으로 발전을 거듭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 깡시골이 아니라 카가햐쿠만고쿠(加賀百万石)라 해서 일본에서 가장 쌀이 많이 생산되어 최고의 거부들의 동네였습니다. 호쿠리쿠도는 지금의 현으로 말하면 후쿠이현, 이시카와현, 토야마현, 니가타현에 해당됩니다.
옛날엔 쌀의 생산량이 곧 경제력이었기에 지금도 쌀농사가 최고인 이 지역들은 일본 최고의 부를 축적할 수 있었습니다. 즉 쌀이 많으니 사케를 양조할 수 있는 원료가 넘쳐나고 경제력이 좋으니 각기 자체 문화를 발전시킬 수 있었으며 지금의 나고야가 그러하듯 뛰어난 부를 앞세워 고집과 지역특색이 강합니다.
구 호쿠리쿠도의 토야마현, 이시카와현, 후쿠이현 -
상당히 존재감 없어 보이는 후쿠이현은 의외로 42년 연속으로 가장 많은 CEO를 배출한 현으로 올라있고, 순금으로 된 박지(箔紙) 생산량 1등은 이시카와현이며, 자가 주택 보유율 1위는 토야마현이고, 지금도 쌀 생산량 1등은 니가타현입니다.
이러한 긴 배경을 일부러 설명드리면서까지 소개드리고 싶은 사케는 바로 이시카와현의 사케입니다.
이미 여러 차례 이 지역의 사케를 설명을 드렸지만 전국 평균과 가장 동떨어진 주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쿠히메, 노구치나오히코 켄큐죠, 소겐, 유호, 카가토비, 죠키겐 등 나름 유명한 사케도 많지만 정말 사케 마니아 층이 아니라면 그렇게 선호되기가 쉽지 않으며 추천도 하기 힘든 사케들입니다.
이시카와현의 사케 양조장 - 이시카와현 주조조합 인용이시카와현뿐만 아니라 토야마현과 후쿠이현의 사케도 일부 그러한데 이는 노토 토지(能登杜氏)의 영향입니다. 지금의 이시카와현은 예전 카가와 노토가 합쳐져서 형성된 현으로 여기 노토의 토지 집단이 상당히 색깔이 강합니다. 전통을 고수하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뜻과 철학은 인정하지만 다 떠나서 사케의 맛이 요즘 트렌드와 너무 떨어져 있습니다.
트렌드에 벗어나 있다고 해서 절대 맛이 나쁘다거나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안 맞을 수 있다는 얘기는 사케 입문자나 여성들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사케 마니아나 이런 중후하고 묵직한 사케를 찾는 사람 역시 제법 많기 때문입니다. 그 특징들을 잘 설명드리고 각자 사케 애호가의 취향에 맞게끔 안내드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전국 사케와 이시카와현 사케 비교 - 사케노와 인용 편집상기 분포도를 보면 최근 가장 인기가 많은 지역들인 야마가타, 후쿠시마, 이바라키현 사케들의 특징과 이시카와현의 사케들의 특징을 비교해 놓았기에 일목요연하게 파악이 되실 것으로 판단됩니다.
맛의 특징을 분석한 것인데 대부분의 요즘 사케들은 역삼각형입니다. 경쾌하고 화려하며 향기도 강하며 대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으면서 드라이하지 않고 중후하지 않습니다만 이시카와현의 사케는 극명히 다릅니다. 수수하고 무겁지만 향기는 강한데 이런 류의 사케는 전통적인 방식의 키모토, 야마하이와 맛이 비슷하며 아츠칸으로 해서 마실 때 전혀 다른 맛이 살아납니다. 어떤 면에선 냉장 유통 보관되는 최근의 트렌드와 안 맞을 뿐 겨울에는 오히려 각광받을 사케일 수도 있습니다. 상온 또는 데워마실 때 숨어있는 향이 올라오는 것이 거의 예술입니다.
화장하고 치장한 미인이 아니라 아무것도 꾸미지도 걸치지도 않은 순수한 미인과 같은 사케라는 찰진 표현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최근의 사케가 화이트 와인이라면 이시카와현의 사케는 레드 와인과 같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텐구마이 금번 소개드릴 사케는 텐구마이인데 이 사케 자체는 상기의 장황한 설명이 없으면 정말 이해하기 어렵고, 소개하기 어려워 사족을 많이 달았습니다. 비단 텐구마이뿐만 아니라 이시카와현의 사케들은 다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단, 유독 하나의 브랜드가 독보적으로 최근의 트렌드를 따르고 있고 인기도 많은데 바로 테도리가와입니다.
텐구마이는 키쿠히메와 함께 이시카와현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텐구마이를 양조하는 곳은 샤타 주조로 1823년에 창업한 노포입니다. 일본의 3대 명산에 들어가는 하쿠산이 있는 하쿠산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당연히 사케에 들어가는 물은 하쿠산의 정기가 들어있는 복류수입니다.
이시카와현의 사케의 주질이 최근 트렌드와 정반대인 것은 이 텐구마이의 철학과 양조를 엿보면 조금 느낄 수 있습니다. 텐구마이는 기본적인 짜내는 작업이나 정미 등의 현대화를 거스를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철저하게 수작업을 고집하는 공정이 있습니다. 바로 주모와 누룩을 만드는 공정입니다. 그리고 양조방식도 대부분의 사케에 인공 유산균을 넣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대한 양조장에 있는 천연 유산균이 증식하도록 하는 야마하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야마하이는 키모토 방식과 모든 게 같은데, 키모토 방식에서 노와 같은 봉으로 지속적으로 저어주는 야마오로시(山卸)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이는 완전 중노동인데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야마하이가 됩니다. 즉 야마오로시(山卸)를 폐지(廃止/하이시)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전통 양조방식의 야마오로시 작업 - 사케타임즈 인용1970년대에 7대 사장인 샤타 토시로 씨와 노토토지 4대 천왕 중 한 명인 나카사부로 씨가 심혈을 기울여 야마하이로 만들어낸 사케가 바로 지금의 텐구마이입니다. 최근의 사케 트렌드가 긴죠에 차게 마시는 스타일로 바뀌었지만 양조의 대가(大家)가 만들어낸 야마하이의 전통과 노력을 쉽게 버릴 수 없는 부분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현재의 사장은 샤타 카즈나리 씨로 8대째에 해당되며 7대 사장의 장녀와 결혼한 데릴사위라고 합니다.
텐구마이는 기본적으로 묵직하고 클래식한 주질인데 이는 양조장에서 숙성시켜서 내보내는 방침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본래 쌀이 가진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 최근의 맑은 빛을 내게 하는 활성탄 여과를 최대한 억제하고 원래 사케가 지녀야 할 노란색을 지향합니다. 이 색을 '자연스러운 사케의 색'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계속 지키겠다고 합니다.
노토토지 4대 천왕 - 에이가노코토 인용 편집텐구는 일본의 전설상의 갓파처럼 요괴 중 하나로 수도자의 행색을 하고 얼굴이 붉고 코가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날개를 가지고 있으며 불교의 가르침을 방해하는 악마로 주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샤타 주조 창업 당시에 양조장 인근의 숲에서 텐구가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이를 텐구가 마치 날고 있는 거 같다고 해서 텐구마이로 지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는 숲의 나뭇잎들이 바람에 의해 서로 엇갈리며 내는 소리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참고로 샤타주조에는 텐구마이 이외에 또 하나의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고린(五凛)이라는 브랜드인데 고린이라 하면 일반적으로는 五輪이라 해서 5개의 고리 즉, 올림픽을 의미하는 일반 명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고린은 5개의 당당함이라는 뜻으로 명명되었고 라벨에도 눈의 결정과 같은 모양으로 해서 5개의 고리를 표현했습니다.
애주가, 음식점, 도매상, 양조장, 토지의 5명이 모두 당당한 관계로 사케를 즐기기를 원한다는 마음으로 네이밍 2006년부터 판매가 시작되었습니다.
텐구마이가 이시카와현의 전형적인 사케답게 농후한 감칠맛과 진한 클래식의 야마하이의 사케입니다만, 그렇다고 고린이 현재 트렌드의 긴죠계열의 사케인 것도 아닙니다. 맛이 수수한 쌀향이 살짝 나며 부드러운 감칠맛과 적당한 산미가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사케 자체를 돋보이게 하는 텐구마이와 달리 일식 요리에 맞춘 주질입니다.
그럼 텐구마이의 대표적인 라인업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텐구마이 쥰마이다이긴죠 50
숙성을 다소 억제한 가벼운 느낌의 쥰마이다이긴죠로 경쾌한 감칠맛과 깨끗한 산미가 특징
특정명칭 : 쥰마이다이긴죠
정미비율 : 50% (전량 자가정미)
보관 : 냉암소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