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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韓잔 사케日잔 - 11 :
간기 (雁木)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열한 번째 이야기

by 재미사마 jemisama

간기 (雁木, がんぎ)

- 야오신 주조,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 이와쿠니의 산에는 닷사이(獺祭), 강에는 간기 (雁木)

- 삼배증양청주가 대세일 때도 쥰마이슈만 양조

- 야오신의 사명은 야오야 신사부로에서



야마구치현을 잘 아십니까? 일반적으로 일본인에게도 그다지 떠오르는 이미지가 별로 없고 서쪽의 후쿠오카현과 동쪽의 히로시마현 사이에 있어서 문화적으로는 별로 큰 특색이 없습니다. 단, 정치적으로는 의미가 상당한 현으로 고 아베 총리를 비롯해서 가장 많은 총리를 배출한 현이고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어낸 삿쵸동맹의 중심이기도 합니다.


프로야구팀도 서쪽의 시모노세키는 후쿠오카의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응원하고 동쪽의 이와쿠니는 히로시마 토요카프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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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고쿠 지방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이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의 사케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이 이와쿠니에는 세계적인 명주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닷사이입니다. 지금이야 어마어마하게 커져버렸지만 예전엔 산에는 닷사이, 강에는 간기라는 얘기가 현지에 있었습니다. 오늘은 이 간기(雁木)라는 사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간기라는 단어 자체의 원래 의미는 계단 혹은 그와 비슷한 형상을 가진 구조물을 말하는데 특히 강에서 작은 배가 접안하는 소형 나루터 같은 곳의 계단을 말합니다.

9.jpg 이마즈카와(今津川) 간기(雁木)

간(雁)이라는 한자가 기러기 안 인데 기러기가 비스듬히 줄지어 날아가는 모습이 계단 모양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렇게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간기는 야오신 주조에서 양조하고 있는데 양조장 바로 앞의 이마즈카와라는 강이 있습니다. 이 강에도 나루터 간기가 많이 있는데 사케 원료인 쌀 등의 물자와 사람들이 이마즈가와의 간기에서 하선되고 왕래가 이루어졌습니다. 즉 간기는 요즘 말로 작은 부두인 셈입니다.


14.jpg 이마즈카와(今津川)와 야오신 주조 (八百新酒造)

1877년 이와쿠니 요시카와번의 어용상인을 하던 '야오야 진베에'의 양자가 된 야오야 신사부로가 분가해서 창업한 것이 야오신이며 사명은 야오야 신사부로에서 머릿글자를 따온 것입니다.


창업 당시의 사케 브랜드는 신기쿠(新菊)였습니다. 이 역시 자신의 이름인 야오야 신사부로의 신과 아내의 이름의 일부인 키쿠를 합해서 지은 것이라 합니다.

1.jpg 야오신 주조 (八百新酒造)

한참 장사가 잘되던 사업이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을 겪으면서 쌀이 부족해지자 정부는 사케의 원료로 기존의 쌀만이 아닌 양조 알코올 또는 당류 등을 사용하는 삼증주(三増酒) 양조법을 권장하게 되고 이를 따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야오신은 순 쌀로만 빚는 쥰마이슈만 양조해 왔기에 좀처럼 이 제조법에 적응하지 못해 타사에 비해 품질이 나빠지며 점점 실적이 악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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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삼증주는 정식 명칭은 삼배증양청주로 쌀이 귀해지자 쌀로 만든 술에다 양조알코올을 두 배로 섞어서 양을 늘리고 이에 맛이 옅어지게 되니까 인위적인 당류를 넣어서 만든 술로 맛없는 청주의 대명사였습니다.


지금은 주세법상 리큐르에 해당되어 삼증주라는 청주는 지금 없어졌지만 악덕기업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했고 사케 전체의 이미지를 깎는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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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5대째 사장인 고바야시 히사시게는 경영과 동시에 양조책임자도 겸임하며 혁신에 착수하게 됩니다.


사명을 야오신 상점에서 야오신 주조로 바꾸고 부업으로 하던 맥주 및 타 주류의 소매를 포기하고 본업인 사케 양조만을 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브랜드도 떠난 곳과 돌아오는 곳이 같은 나루터 간기(雁木)로 명명하고 창업 초기 원점 즉 초심으로의 회귀를 꿈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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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초기에는 단 600병의 쥰마이 무여과를 콘셉트로 재출발해서 무리하지 않고 조금씩 생산량을 늘려가며 활성탄소를 이용한 여과를 하지 않는 등 꾸준한 노력을 거듭해 왔습니다. 양조장 자체 최대 출하 브랜드였던 니시키노호마레(錦乃誉)를 제치게 되었고 이제는 거의 출하량의 대부분을 간기가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간기는 전량 쥰마이슈만 만들고 있고 다르게 말하면 일체 양조알코올을 첨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 간단히 간기의 대표적인 라인업을 소개드리겠습니다.


간기 스파클링 쥰마이다이긴죠

쥰마이다이긴죠

알코올 14%

정미비율 45%

주조호적미 야마다니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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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 쥰마이다이긴죠 유우나기

쥰마이다이긴죠

알코올 16%

정미비율 45%

주조호적미 야마다니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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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 쥰마이다이긴죠 세키레이

쥰마이다이긴죠

알코올 16%

정미비율 35%

주조호적미 야마다니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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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 쥰마이긴죠 미즈노와

쥰마이긴죠

알코올 15%

정미비율 50%

주조호적미 야마다니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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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기 쥰마이 무로카나마겐슈 노이치

쥰마이슈

알코올 17%

정미비율 60%

주조호적미 야마다니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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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야마구치현, 특히 그중에서도 이와쿠니를 떠올릴 때 닷사이만이 아닌 간기도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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