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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韓잔 사케日잔 - 13 : 쥬욘다이 (十四代)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열세번째 이야기

by 재미사마 jemisama

쥬욘다이 (十四代, じゅうよんだい)

- 타카기 주조,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

- 현존 사케의 최고의 레벨에 올라있는 사케

- 쥬욘다이를 탄생시킨 모티브가 된 샤라쿠

- 현재 사케 트렌드를 이끌어낸 장본인


금번은 사케 중 현존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사케를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사케 칼럼을 쓰면서 정말 많이 언급하면서 제대로 소개하지 않은 주옥 같은 사케가 있습니다.

이 사케를 설명하지 않으면 향후 칼럼의 진행에도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 이번에 제대로 한번 다루고자 합니다.

다소 내용이 길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케이오니 양해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사케 칼럼을 쓰면서 가장 많은 자료를 준비하고 에너지를 쏟은 편인 듯 합니다.

다소 지루할 수 있으나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는 보존판 내지는 사전의 느낌으로 이해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로 야마가타현의 명주이자 일본의 사케의 최고봉 타카기 주조의 쥬욘다이(十四代)가 그 주인공입니다.



쥬욘다이라는 브랜드는 창업해서 1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는 뜻으로 현재의 실질적인 사장은 15대째에 해당되는 타카기 아키츠나 씨인데 그 브랜드의 주인공인 14대째 사장인 타카기 타츠고로 씨가 2022년 3월 2일 84세의 나이로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타카기 타츠고로 씨는 1988년 야마가타현 의회 보선에 나가 처음 당선된 후 1995년까지 2기 동안 의원활동도 했었습니다.

워낙 유명한 브랜드이다보니 부고가 메이저 신문에까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최근 일본 사케의 트렌드는 향이 진하면서 스위트 한 맛입니다. 이 트렌드를 이끌어낸 대표적인 사케가 바로 이 쥬욘다이입니다.

쥬욘다이가 나타나기 전엔 단아하고 깨끗하며 드라이한 맛이 주류였으며 지자케(地酒) 붐을 일으킨 니가타의 사케가 가장 대표적이었고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에 쿠보타, 핫카이산 같은 전통 명주들은 최근의 트렌드에 맞지않게 되면서 다소 맛이 떨어진다는 착각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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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쿠 지방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


타카기 주조 15대째 사장인 타카기 아키츠나 씨는 도쿄 농업대학 농학부 양조 학과를 졸업 후 도쿄 대형 백화점인 신쥬쿠 퀸즈 이세탄에서 근무해오다 타카기 주조의 양조 책임자가 고령으로 은퇴함에 따라 1993년에 양조장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돌아오기 직전 타카기 아키츠나 씨가 후쿠시마현의 히가시야마 주조의 샤라쿠를 마시게 되었는데 기존의 사케와 달리 향이 짙고 스위트한 새로운 맛에 충격을 받고는 쥬욘다이의 맛의 컨셉을 대대적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쥬욘다이의 양조 모티브가 된 샤라쿠(寫楽)

현재는 전무이사 겸 양조책임자, 경영자로서의 감각까지 갖춘 젊은 천재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타카기 아키츠나 씨가 론칭한 쥬욘다이가 나타나자 마자 일약 초대형 인기 브랜드가 되었고 현재에도 그 명성을 잃지 않고 있으며 누구나가 동경하는 최고의 명주로서 자리잡았습니다.


참고로 상기의 히가시야마 주조의 샤라쿠는 2005년에 폐업을 했고 분가에 해당하는 같은 후쿠시마현의 미야이즈미 메이죠가 그 상표를 이어받아서 새로운 샤라쿠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쥬욘다이를 발매하기 이전에는 아사히타카(朝日鷹)라는 브랜드를 메인으로 하고 있었고 쥬욘다이라는 브랜드는 고주(古酒)에 붙이던 이름이었는데 맛의 컨셉을 기존 단아하고 드라이한 맛에서 향이 진하고 스위트한 맛으로 전격적으로 바꾸고는 쥬욘다이를 전면에 내세워서 양조하기 시작했습니다.


image-removebg-preview (20).png 타카기 주조의 아사히타카


기존 방식을 버린 이런 사케 제조가 그 당시엔 신선했는지 어느 사진가가 밀착 취재해서 사진집을 내게 되었는데 그 또한 유명세에 불을 붙여 전국의 이자카야에서는 '쥬욘다이 있습니다'라는 벽보를 일부러 붙일 정도로 크게 히트쳤습니다.


다카기 주조가 자체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고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다보니 사케 팬들 사이에서는 점점 더 인기가 높아져 '환상의 사케'로 인식된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금번 자료를 찾는데도 쥬욘다이의 공식 홈페이지도 없어서 정보입수에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참고로 1884년 고치현에 토요노우메라는 브랜드로 6대째 이어오는 이름이 같은 타카기 주조도 따로 있으나 전혀 다른 회사입니다.

쥬욘다이와 가까이만 있어도 무조건 명주로 이해하면 된다. 덴슈, 히로키, 코쿠류, 쿠보타..


쥬욘다이가 만들어낸 최근의 양조 트렌드는 파격적이기까지 한데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이긴 한데 그 당시에는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하지 않고 양조장이 직접 생산하며 컨셉이나 주질의 설계부터 브랜딩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입니다. 신선하고 임팩트 강한 무여과 생원주(무로카나마겐슈)라는 장르도 쥬욘다이가 그 유행을 선도했습니다.


좋은 쌀과 좋은 노하우라고 해서 적당히 대충 만드는게 아니라 철저한 장인정신으로 빚어내는 쥬욘다이는 국내외의 사케 전문가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아 이소지만, 히로키, 지콘 등과 함께 최고로 구하기 어려운 사케의 대명사가 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헤이세이(1989년~2019년) 시대를 상징하는 명주인 동시에 사케의 주질, 양조, 브랜드 등 다양한 요소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연 개척한 개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고의 이모소주인 모리이조와 나란히 진열된 최고의 사케 쥬욘다이


쥬욘다이를 다룸에 있어서 특별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사케를 만드는 전용 쌀인 주조호적미를 직접 개발 육성하는 것인데 사케미라이, 타츠노오토시고, 우슈호마레 등이 그 주인공입니다.

쥬욘다이의 라인업에는 이 자체 개발 주조호적미도 있고, 또 대중적인 야마다니시키도 있습니다.

타카기 주조의 창업연도는 전국시대의 가장 마지막 스토리에 해당하는 도쿠가와 가문이 도요토미 가문을 멸망시킨 '오사카 여름의 진'이 있었던 1615년입니다.


양조장의 위치는 최고의 앵두 품종인 사토니시키로 유명한 야마가타현 무라야마시(村山市)입니다.

창업 당시 현재의 무라야마시를 포함해 이 인근 지역을 통치하고 있던 도자와 성주(城主)가 다카기 가문에 사케 브랜드 아사히타카(朝日鷹)와 소주 브랜드 오니카부토(鬼兜)의 양조 허가를 주었다고 합니다.

맛있는(おいしい) 야마가타 공항 - 야마가타는 체리, 라프랑스를 비롯한 과일이 맛있지만 쌀로 만든 니혼슈도 맛있다.

쥬욘다이의 라벨의 '十四代'라는 글자 부분은 금박 등 박지(箔紙)를 입혀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케를 보관할 때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어둡고 차가운 장소에 보관하게 되는데 이때 다른 사케와 구별이 되게끔 눈에 잘 띄게 하려는 것과 고급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최고의 명주이면서 쥬욘다이 혼마루를 필두로 한 의외로 저렴한 가성비에도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일본 옥션사이트나 중고품 매매사이트에서 니혼슈(日本酒)라고 치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니혼슈(사케)가 쥬욘다이인데 주조되고 최소한 2개월 이내에 마셔달라는게 타카기 주조의 기본 컨셉으로 최대한 전매 즉, 재판매를 하지 않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냥 마시기엔 가격이 비싼데다 판매시 큰 돈을 벌 수 있으니 보관했다가 시장상황을 봐서 재판매를 하는데 대부분 보관상태가 엉망이고 양조장에서 추천하는 상미기한을 넘긴 경우가 많아서 맛이 형편없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양조장인 타카기 주조 입장에서는 인기가 많다하더라도 절대 출고가를 올리지 않고 기존 가격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의도와는 다르게 시중에 맛이 없다는 평가가 도는 것은 당연히 싫을 것입니다.


쥬욘다이를 출고가로 입수하게 된다면 로또를 맞은 것과 같다는 걸 하기 라인업의 가격을 보면 참고가 될 것입니다.


여러 사이트 중 하나의 사이트를 예를 들었는데 대부분 시세는 비슷합니다.

라쿠텐에서 쥬욘다이 검색 화면


한번은 15,800엔으로 엄청나게 저렴한(?) 쥬욘다이가 올라와 있어서 가짜인가 해서 봤더니 진품은 맞는데 술을 다 마시고 남은 쥬욘다이 쥰마이 다이긴죠 류센의 빈 용기의 가격이었습니다.


양조장에서의 정가가 15,000엔이었으니 빈 용기가 더 비싼 셈입니다.


빈병만으로도 특A급 사케의 가격을 넘어버리니 쥬욘다이는 실로 엄청난 사케임은 틀림 없는 듯합니다.

메리카리의 쥬욘다이의 빈병 판매 정보


참고로 쥬욘다이는 상표등록시 원래는 등록이 될수 없는 브랜드였습니다. 우리말로 '14대'라는 뜻의 쥬욘다이는 특정의미가 없는 일반명사이고 숫자를 사용해 타 브랜드와 혼동을 준다고 해서 허가조건에 부합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실제는 十三代、十四代、十五代、十六代의 4개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나머지 3개는 상기의 이유로 각하되었는데 쥬욘다이만 통과가 되었다고 합니다. 알고보니 담당자가 숫자가 아닌 토시요, 토시히로와 같은 인명으로 이해하고 허가를 내줬다는 후문입니다.




그럼 쥬욘다이의 대표적 라인업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타 사케와 달리 가격 비교에 참고하시라고 출고가와 인터넷 판매가격을 올려드립니다.


* 쥬욘다이 혼마루 히덴 타마카에시

토쿠베츠 혼죠조

주조호적미 : 고햐쿠만고쿠

정미비율 : 60%

정가 : 2,000엔, 인터넷 판매가 : 44,000엔 / 1.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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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욘다이 쥰마이긴죠 나카토리 반슈야마다니시키

쥰마이긴죠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50%

정가 : 3,900엔, 인터넷 판매가 : 40,537엔 / 1.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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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욘다이 쥰마이긴죠 다츠노오토시고

쥰마이다이긴죠

주조호적미 : 타츠노오토시고

정미비율 : 50%

정가 : 3,500엔 인터넷 판매가 : 43,674엔 / 1.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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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욘다이 시치타레니짓칸

쥰마이다이긴죠

주조호적미 : 아이야마

정미비율 : 40%

정가 : 5,500엔, 인터넷 판매가 : 99,980엔 / 72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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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욘다이 쥰마이다이긴죠 류게츠

쥰마이다이긴죠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40%

정가 : 11,400엔, 인터넷 판매가 : 88,000엔 / 72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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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욘다이 쥰마이다이긴죠 사케미라이

쥰마이다이긴죠

주조호적미 : 사케미라이

정미비율 : 35%

정가 : 3,598엔, 인터넷 판매가 : 132,000엔 / 1.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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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욘다이 다이긴죠 소코

다이긴죠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35%

정가 : 11,400엔, 132,000엔 / 72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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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쥬욘다이 쥰마이다이긴죠 류센

쥰마이다이긴죠

주조호적미 : 야마다니시키

정미비율 : 35%

정가 : 15,000엔, 인터넷 판매가 : 440,000엔 / 720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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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내 이자카야에 들어갈때 그 가게의 레벨을 가늠할 수 있는 나만의 척도가 있습니다. 바로 사케 냉장고 또는 진열대의 사케 라벨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자카야에 쥬욘다이가 있다면 두말 할 것없이 검증이 필요없는 최고의 가게라고 생각하시고 편안히 주문하면 그 무엇이든 맛이 있을 것입니다.


단 가격대는 다소 비쌀거라는 마음의 준비는 하고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쥬욘다이의 실제 주인공이 별세했으니 이제는 쥬고다이(十五代)로 불러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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