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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韓잔 사케日잔 - 14 :
레이메이(黎明)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열네번째 이야기

by 재미사마 jemisama

레이메이 (黎明, れいめい)

- 타이코쿠 주조, 오키나와현 우루마시

- 일본 최남단 사케 양조장이자 오키나와의 유일한 양조장

- 나가사키현의 레이메이 주조와 기술제휴로 생산해서 이름이 레이메이

- 사케 만들기에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의 열정과 집념으로 만드는 사케



제가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사케를 좋아하고 조금 안다는 것이 알려져서 주위의 아주 감사한 지인들이 출장길이나 여행길에서 그 동네에서만 만날 수 있는 사케를 자주 선물해주십니다.

선물도 선물이지만 그 알콜보다도 진한 우정과 배려가 너무 감사해서 가능하면 칼럼으로 보답하려고 합니다.


지인 덕분에 입수한 전혀 사케의 이미지가 없는 오키나와의 유일한 사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4.jpg 오키나와의 유일한 사케 - 레이메이


오키나와는 일본 최남단의 현이며 에메랄드 빛 바다를 가진 일본의 남국 리조트 휴양지입니다. 술은 일반적으로 아와모리라는 장르가 유명하며 일본인에게도 오키나와의 술이라고 하면 바로 아와모리를 떠올립니다. 물론 오키나와의 지역 맥주인 오리온 맥주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아와모리의 재료는 안남미로 불리는 인디카 종이며 2차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오키나와가 발상지라고 일컬어지는 흑누룩균으로 만든 쌀누룩으로 빚어서 단식증류한 술입니다. 일반 일본 소주들은 알콜 도수가 대략 25도인데 아와모리는 30도 이상이 기본이고 45도, 60도까지도 있습니다.

5.jpg 오키나와의 옛지명인 류큐(琉球) 아와모리(泡盛)


단식증류는 간단히 말해서 1번만 증류해서 얻어진 술인데 아무래도 연속식 보다는 맛이 깔끔하다기 보다는 원료자체의 향이 강하며 과음을 하면 다음날 많이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 본토의 기후와는 전혀 다른 아열대 기후인 오키나와에서는 이런 증류주가 생산에 용이합니다.


그런 오키나와에서 증류주가 아닌 양조주인 사케가 생산되고 있어서 많은 주목을 끌고 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레이메이(黎明)입니다. 우리 말로 읽으면 여명입니다.


레이메이는 오키나와현의 현청 소재지인 나하시에서 차로 북쪽으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우루마시라는 곳의 타이코쿠 주조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1952년에 창업했으며 처음에는 오키나와의 주일 미군에 납품하기위한 양조장이었습니다.


okinawa.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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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현 우루마시


창업자인 야스다 시게후미 씨가 1967년에 사케 제조를 시작해 현재는 2대째인 야스다 타이지 씨가 양조하고 있습니다.


오키나와에는 고도의 정미가 가능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정미된 쌀을 규슈나 혼슈에서 일부러 가져와야 하고 사케를 양조할만한 적합한 물이 없어서 천연수를 연수 처리해서 사용하고 있는 등 오키나와에서의 사케 양조는 고난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케는 초가을에서 겨울사이에 양조를 합니다. 그런데 연간 평균 기온이 20도 전후인 오키나와에서 그 제조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사케를 빚어낼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술이 양조되는 통과 저장탱크 바깥쪽에 찬물로 계속 돌려서 온도를 15도 이하로 유지합니다. 그 방법을 30여년간 계속 이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3.jpg 레이메이 혼죠조

그리고 오키나와 내에는 사케 제조에 있어서 정보교환할 업자가 없고 본토와는 다른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오키나와에서 그 외로움을 이겨내며 단순히 사케를 만들고자하는 열정에 의존해서 만들고 있기때문에 이 사케를 만나게 된다면 맛보다도 그 열정과 의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셔야 할 듯합니다.


다만 창업자인 야스다 시게후미 씨는 사케만을 양조하기 위해서 전력을 쏟았다기보다는 사케도 양조하는 생각을 가진 듯합니다. 이와테 대학에서 농예화학을 전공한 그는 기술자로서의 자존심을 오키나와의 땅에 심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케를 비롯해 아와모리, 갑류 소주, 미린, 혼성주까지 총 5개의 주류제조면허를 취득했기 때문입니다.

6.jpg 오키나와의 뱀인 하브(ハブ)로 담은 하브슈(ハブ酒)


오키나와는 의외로 높은산이 없고 평지로 이어져 있어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일출과 일몰이 아주 이쁩니다.

일반적으로는 온나손, 챠탄 등 서쪽지역에 관광지 및 리조트가 많이 몰려있고 이 타이코쿠 주조가 있는 우루마시는 동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동쪽해안을 바라보며 아침에 떠오르는 남국의 일출 즉 여명을 보면서 네이밍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봤습니다만 조금 알아보니 다른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25.jpg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沖縄県 宮古島)


1965년에 나가사키현의 이사하야시의 어느 양조장과 기술제휴를 맺고 사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 양조장의 이름이 바로 레이메이 주조였습니다. 이 이름을 그대로 따와서 네이밍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솔직히 그 열정은 이해하나 사케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술입니다. 그런데 최근 2020년에 새로운 사케 라인업을 출시했습니다. 정미비율은 70%이고 주조호적미는 규슈산 히노히카리를 썼다고 합니다.

1.jpg 츄라사키(美ら酒) - 타이코쿠 주조(泰石酒造) 홈페이지 인용


이 술의 이름을 츄라사키(美ら酒)라고 명명했으며, 츄라는 오키나와 방언으로 아름답다는 뜻을 가지고 있고 사키는 사케라는 글자의 발음에 다소 변형을 준 듯합니다.


바닷가의 곶을 뜻하는 사키(崎)의 의미를 부여하려 한 것인지 오키나와의 또 다른 방언인지는 모르겠지만 네이밍이 상당히 잘된 듯 합니다.


오키나와에 가보면 가장 유명한 수족관으로 츄라우미 수족관이 있고 거기 바로 옆에 비세자키(備瀬崎)가 있습니다. 즉 오키나와에 가면 츄라와 사키는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인데 이들의 합성인 것입니다.


오키나와의 전통 돼지요리인 라프테, 시마 두부, 대만요리 등과도 잘 어울린다고 합니다.

23.jpg 오리온 맥주 초롱(提灯)



그럼 간단한 레이메이의 라인업을 소개드립니다.


레이메이 쥰마이슈

주조호적미 : 일본산

정미비율 : 70%

알코올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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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메이 쥰마이긴죠

주조호적미 : 레이호

정미비율 : 55% / 60%

알코올 :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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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메이 혼죠조

정미비율 : 70%

알코올 :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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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오키나와에만 한정적으로 판매되는 오리온 맥주도 있는데 더운 날씨에 사케가 그렇게 구미가 당겨지지는 않겠지만 상기의 스토리를 봐서라도 한 잔 정도는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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