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韓잔 사케日잔 - 15 :
자쿠 (作)
한국무역협회 투고 : 열다섯번째 이야기
자쿠 (作, ざく）
-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 미에현 스즈카시
- 일본인이 평생 한번은 가봐야 한다는 이세 신궁이 있는 미에현의 명주
- 전 라인업을 열처리하여 보다 저렴하게 폭넓은 유통 가능
-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컨테스트에서 입상
일본에서 미에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역시 이세 신궁이고 그 다음이 아카후쿠모치라는 츄부지역내 최고의 특산물인 떡이며 그 다음이 마츠사카규라는 일본 국산 쇠고기 이른바 와규입니다.
미에현은 일본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오사카와 세번째로 큰 나고야의 중간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미에현은 일본 중앙에 위치하며, 일본인들의 정신적 중심지인 이세신궁이 있는 곳입니다. 이세신궁은 일본 건국 신화의 삼종신기 중 하나인 야타노카가미(八咫鏡)를 모시고 있는 신사로, 일본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여겨지며 많은 일본인들이 일생에 한 번은 꼭 참배하고 싶어 하는 성지입니다.
여기서 잠깐 신사와 신궁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신사(神社)와 신궁(神宮)은 모시는 신의 성격과 역사적 관계에서 그 차이가 비롯됩니다. 신사는 주로 지역 신이나 특정 기능과 관련된 다양한 신들을 모시는 장소로, 지역 주민들의 신앙 중심지 역할을 합니다. 반면 신궁은 황실과 깊은 연관이 있는 신을 모시는 특별한 신사로, 일본의 전통과 황실, 그리고 국가 정체성이 응축된 신성한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세신궁은 일본 천황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 오미카미를 모시는 곳으로, 국가적 중요성을 지닙니다. 이세 신궁은 일본인들 사이에서 ‘오이세상’이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불리며, 국민적 수호신과 같은 존재로 여겨집니다.
이세신궁 (伊勢神宮) 입구의 토리이(鳥居)2016년 제42회 주요국 정상 회의(G7)에서 각국 정상들이 이세 신궁을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한 것은 이곳이 일본의 중요한 상징적 장소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일본인들에게 큰 자부심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렇게 신성한 이세신궁이 있는 미에현의 명주인 자쿠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스즈카시는 ‘맛있는 술의 나라, 스즈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예부터 뛰어난 사케로 유명한 지역입니다. 주조에 알맞은 비옥한 토양과 깨끗한 물을 갖춰 야마다니시키, 이세니시키, 고햐쿠만고쿠 등 일본의 대표적인 주조용 쌀이 잘 자라는 천혜의 환경을 자랑합니다.
자쿠 미야비노토모 (作 雅乃智)특히 주조용 쌀의 왕이라 불리는 야마다니시키는 현재 효고현이 주 생산지이지만, 원래는 미에현에서 처음 재배되었다고 합니다. 이세신궁 참배객들이 이 품종을 전국 각지로 전파했다는 설도 전해집니다.
한편 스즈카시는 스즈카 서키트로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며 혼다 자동차의 스즈카 공장이 있습니다. 인근 아이치현의 토요타 공장과도 가까워 일본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자쿠(作)를 만드는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의 로고 (머릿글자 S 3개를 도안한 것으로 보인다.)자쿠의 로고는 3개의 사선으로 이어진 줄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양조장 이름인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SHIMIZU SEISABURO SHOTEN)의 머릿글자를 현대적으로 디자인한 것입니다. 이 세 줄의 사선 디자인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자쿠의 철학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쿠는 그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사장이 ‘기동전사 건담’의 팬으로 작품 속 로봇 자쿠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한 글자로 된 일본어 이름 자쿠作는 일본어로 ‘작품’을 의미하지만 일반적인 ‘사쿠(さく)’나 ‘츠쿠리(つくり)’ 대신 ‘자쿠’라고 읽힌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특별한 매력을 지닙니다. 공식적으로는 “술을 빚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술”이라는 의미를 담아 자쿠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자쿠(ザク)와 건담(ガンダム) 이러한 작명의 의도는 주조의 철학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단순히 판매를 위한 사케가 아닌, 마시는 이의 입장과 취향을 존중하며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사케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함께 만들어가는 술로써 자쿠는 양조장이 정성을 다해 빚은 사케에 소비자가 새로운 가치를 더해 완성해간다는 철학을 담은 것입니다.
자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뛰어난 접근성입니다. 여타 고급 사케 들과 달리 주판점이나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발견하면 놓치지 말고 구매해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어느 브랜드든 쥰마이다이긴죠급은 양조장의 기술력과 노하우가 집약된 최고급 제품이라 뛰어난 맛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자쿠는 한 단계 낮은 쥰마이긴죠에서도 쥰마이다이긴죠에 버금가는 풍부한 향과 깊은 맛을 선사해 특별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시미즈 사부로 쇼텐(清水清三郎商店) 양조장 전경그 인기는 2022년 세계 각국의 품평회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영국 IWC 은상, 미국 JOY OF SAKE 그랑프리, 프랑스 KURA MASTER 플래티넘상과 Féminalise 금상, 스페인 CINVE 그랜드 골드상, 이탈리아 밀라노 사케 챌린지 플래티넘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더욱이 대부분의 상을 여러 라인업이 각각 받았다는
점에서 자쿠의 뛰어난 품질과 명성을 입증합니다.
그리고 이 스즈카가 가장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자동차 매니아라면 잘 알겠지만 국제 규격의 자동차 레이스 코스인 스즈카 서키트입니다.
혼다 자동차의 스즈카 공장이 있고 토요타 공장이 바로 인근의 아이치현에 있는 것도 그 영향이라 봅니다.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은 1869년 창업해 약 150 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재의 양조 책임자, 토지(杜氏)인 우치야마 토모히로 씨는 이곳 스즈카 출신이며 나고야의 전문학교에서 생물화학을 전공했습니다.
최근 냉장보관기술과 냉장운송기술이 발달하면서 향이 진하고 마시기 부드러운 엄청나게 맛있는 사케들이 많이 양조되어 다시 사케 즉 니혼슈 붐이 일고 있는데 그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케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자쿠입니다.
그러면 간단히 자쿠의 라인업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자쿠 겐노토모
자쿠 겐노토모는 쥰마이 사케의 진수가 담긴 제품으로, 산뜻한 과일향이 특징입니다. 사과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향과 적절한 산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깔끔한 뒷맛을 선사합니다. 첫 모금부터 느껴지는 청량감이 상쾌함을 더하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과일의 향미와 쥰마이 특유의 깊이 있는 부드러움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 생선요리나 야채 요리 등 담백한 음식과 특히 잘 어울립니다.
특정명칭 구분 : 쥰마이
정미비율 : 60%
● 자쿠 호노토모
자쿠 호노토모는 쥰마이 사케 중에서도 특별히 열대 과일의 달콤한 향이 돋보이는 제품입니다. 첫 모금부터 리치를 연상시키는 감미롭고 상쾌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며, 부드러운 단맛과 깔끔한 뒷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초심자부터 애호가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친근한 매력을 지녔으며 과일 샐러드나 순한 치즈와 같은 가벼운 안주와 잘 어울립니다. 상쾌한 향이 식사의 즐거움을 한층 더해주는 사케입니다.
특정명칭 구분 : 쥰마이
정미비율 : 60%
● 자쿠 메구미노토모
자쿠 메구미노토모는 쥰마이긴죠의 깊이 있는 풍미에 서양배의 달콤하고 포근한 향이 어우러진 사케입니다. 첫 모금부터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배의 단맛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돋보이며, 마신 후에도 은은하게 남는 여운이 매력적입니다. 풍부한 맛으로 구운 생선이나 닭고기 요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과일 향과 감미로운 뒷맛이 어떤 자리에서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특정명칭 구분 : 쥰마이긴죠
정미비율 : 60%
● 자쿠 카나데노토모
자쿠 카나데노토모는 쥰마이긴죠의 진수를 깔끔하게 담아낸 사케로, 유리처럼 맑고 투명한 맛이 특징입니다. 샤프하고 정교한 풍미가 입안에서 돋보이며, 특히 생선회나 해산물 요리와 함께할 때 그 투명한 맛이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고급스럽고 우아한 매력을 지닌 이 사케는 한 잔씩 음미할 때마다 깨끗하고 세련된 여운을 남겨, 특별한 자리를 빛내는 최적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특정명칭 구분 : 쥰마이긴죠
정미비율 : 50%
● 자쿠 미야비노토모
자쿠 미야비노토모는 이름처럼 우아한 품격과 섬세한 풍미가 조화를 이룬 쥰마이긴죠입니다. 첫 모금의 화려한 향이 입안에 머무르며 바닐라를 연상케 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여운이 길게 이어집니다. 깊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맛으로 어떤 음식과도 고급스러운 조화를 이루어 사케를 처음 접하는 분부터 애호가까지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특정명칭 구분 : 쥰마이긴죠
정미비율 : 50%
자쿠의 인기는 나마자케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사케 트렌드가 나마자케에 집중되는 것과 달리 자쿠는 모든 제품에 열처리를 하면서도 나마자케에 견줄 만한 신선한 맛을 유지합니다.
이는 자쿠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주며 냉장 보관이나 배송이 불필요해 비용 효율도 높습니다. 덕분에 때로는 일반 슈퍼에서도 이 명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사케를 추천할 때면 전문가가 아닌 분께 설명 없이 한 모금을 권해 보고 반응을 살피는데, 자쿠는 언제나 “이거 맛있네”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