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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Jun 19. 2024

6위 자쿠

일본에서 가장 신성한 이세신궁이 있는 미에현의 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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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칼럼이 책으로 출판되게 되었습니다. 

이에 최근 칼럼의 방향이 좀 두서없고 기존 흐름과는 조금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사케 브랜드위주로 써오다가 입문서적용으로도 충분하도록 사케의 전반적 상식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칼럼을 현재 시점에 맞추고 논조를 통일시켜서 재발행하는 경우도 있사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쿠보타, 닷사이의 소개는 물론 그들을 상회하는 사케노와 기준 TOP10도 아울러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소 글이 혼란스럽더라도 전체적으로 통일시키는 과정이오니 많은 양해와 또 격려 및 응원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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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글자의 브랜드인데도 정확하게 읽어낼 수가 없는 사케가 있습니다. 

일본어의 어려움 또는 전문성이기도 하고 허접한 비효율의 극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한가운데에 있는 미에현의 명주입니다만, 미에현은 지리적으로도 한가운데 있지만 죽을 때까지 한 번은 꼭 가보고 싶다는 일본인의 정신적인 지주인 이세 신궁이 있어서 더욱더 일본의 중심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단 한 글자의 브랜드임에도 수많은 스토리가 들어있는 이 자쿠(作)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쿠 (作, ざく)

 - 미에현 스즈카시 (三重県 鈴鹿市)

 - 일본인 정신적 성지인 이세 신궁(伊勢神宮)의 고장, 미에현(三重県)

 - 3종 신기(三種の神器)

 - 미에현 2위, 전국 6위 


미에현은 그렇게 많은 양조장이 있는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국 최고 레벨의 사케가 무려 2개가 있습니다. 하나는 지콘(而今)이고, 또 하나의 최고의 사케가 바로 지금 소개할 자쿠입니다. 


자쿠 미야비노토모 (作 雅乃智)


미에현(三重県)은 일본에서 도쿄 중심의 칸토(관동)지역과 오사카(大阪) 중심의 칸사이(관서)지역의 중간에 있지만 다소 변방에 속하는 지역입니다.  


지역 분류에 따라선 칸사이(関西) 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철(私鉄)인 킨테츠가 다니니 칸사이로 분류되기도 하고 또 역시 국영철도였던 JR이 나고야에서 이 지역을 오가니 츄뷰(中部)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미에현 스즈카시


일본에서 미에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역시 이세신궁(伊勢神宮, 이세진구)입니다. 


이세 신궁은 역사적으로 일본에선 가장 신성한 곳 중 하나인데, 정식명칭은 그냥 신궁(神宮, 진구)입니다. 아무 이름이 붙지 않는 일본 최고의 대표 신사이며 그만큼 아주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곳입니다. 

타 신궁과 구별을 위해 앞에 이세라는 지명을 붙여 부르고 있습니다. 


참고로 신사(神社)와 신궁(神宮)의 차이를 말하자면 신사(神社)는 일반적인 신을 모시는 곳인데 비해 신궁은 황실과 관계있는 신을 모신다는 점에서 신토라는 토속 종교의 시설 중에서 가장 위치가 높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세신궁 (伊勢神宮) 입구의 토리이(鳥居)


오이세상(お伊勢さん)이라고 친근함을 담아 부르기도 하는데 일본 국민적 수호신과 같은 위치로 볼 수 있고 일본인은 누구나 한 번쯤 평생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으로 리스트업 되기도 하는 곳입니다. 


이에 2016년 일본은 제42회 주요국 정상회의인 G7을 이곳 미에현에서 개최하고 이세 신궁(伊勢神宮)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할 자쿠는 미에현 스즈카시에 자리 잡은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清水清三郎商店) 에서 만듭니다. 


단 한 글자이지만 일본사람들도 이 브랜드를 한 번에 읽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쿠(さく), 츠쿠리(つくり) 등으로 읽히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명주 지콘도 그렇고 사케가 대부분 그렇지만 브랜드만 읽어내도 이미 전문가로 비칩니다. 


왜 자쿠라고 읽는지 이유는 모르지만 어느 설에 의하면 사장이 '기동전사 건담'의 마니아로 거기에 나오는 '자쿠'라는 로봇의 이름을 따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자쿠(ザク)와 건담(ガンダム) 


공식적인 네이밍의 유래는 술을 빚는 사람과 마시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술이라 해서 자쿠(作)라고 작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브랜드의 로고를 보면 3개의 줄이 사선으로 이어져 있는데 양조장의 이름인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SHIMIZU SEISABURO SHOTEN)의 머릿글자에서 따와서 현대 감각으로 도안한 것이라고 합니다.   


 

자쿠(作)를 만드는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의 로고 (머릿글자 S 3개를 도안했음)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이 있는 스즈카시는 예부터 '맛있는 술의 나라, 스즈카 (味酒鈴鹿國)'라고 불렸습니다. 


그만큼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인 토양과 물이 뛰어난 지역이었습니다. 특히 주조적합미의 재배환경이 우수해 야마다니시키(山田錦), 이세니시키(伊勢錦), 고햐쿠만고쿠(五百万石)등의 우수 품종이 잘 자란다고 합니다. 


여러 설이 존재하지만 주조적합미의 왕이라 불리는 야마다니시키(山田錦)는 효고현이 주 생산지로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미에현(三重県)에서 최초로 재배되었는데 이세 신궁에 참배하러 왔다가 이 품종을 각 지역으로 가져가서 심기 시작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스즈카라는 지역은 아무래도 자동차 마니아라면 잘 아시겠지만 국제 규격의 자동차 레이스 코스인 스즈카 서키트가 아주 유명합니다.  


혼다 자동차의 스즈카 공장이 있고 도요타 공장이 바로 인근의 아이치현(愛知県)에 있는 것도 그 영향이라 봅니다. 




시미즈 세이사부로 쇼텐은 1869년 창업해 약 15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냉장보관기술과 냉장운송기술이 발달하면서 향이 진하고 초보자도 마시기 부담 없는 엄청나게 맛있는 사케들이 많이 양조되며 다시 사케 붐이 일고 있는데 그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사케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자쿠입니다. 


자쿠의 가장 큰 매력은 구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주판점과 큰 슈퍼에 가면 자주 눈에 띕니다. 보이면 무조건 사야 하는 사케 중 하나입니다.



그 어느 브랜드든 쥰마이다이긴죠급은 대부분 맛이 있습니다. 그 양조장의 최고의 레벨이기 때문인데 자쿠는 쥰마이 긴죠를 마셨는데도 마치 쥰마이다이긴죠를 마신 듯한 향이 우러나옵니다.


타인에게 추천하는 나의 개인적인 사케의 기준은 지극히 간단한데 사케를 전혀 모르는 와이프에게 아무 설명 없이 일단 한 모금 마셔보게 한 뒤 그 평가를 듣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케는 어차피 정종이잖아라며 고개를 가로젓는데 10% 정도는 이거 맛있네라고 하고 그 사케는 누구에게 추천해도 틀림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자쿠(作)는 항상 인정받았습니다. 

시미즈 사부로 쇼텐(清水清三郎商店) 양조장 전경


이 사케를 한번 마시면 그다음 날부터 윤도현 노래가 '자꾸' 생각나서 입안에서 맴돕니다. 


♪ '자꾸' 생각 나, 견딜 수가 없어' ♫~


어쩔 수 없는 아재의 본능은 좋은 사케가 들어가면 더 활발해지는 듯합니다. 

시미즈 사부로 쇼텐(清水清三郎商店) 입구




그러면 이제 간단한 자쿠의 대표적 라인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자쿠 겐노토모 (作 玄乃智)

 정미비율 60%

 쥰마이

 사과 같은 프레쉬한 맛과 적당한 산미









* 자쿠 호노토모 (作 穂乃智)

 정미비율 60%

 쥰마이

 열대과일 리치 같은 달달하고 상쾌한 향









* 자쿠 메구미노토모 (作 恵乃智)

 정미비율 60%

 쥰마이긴죠

 서양배 같은 달달하고 포근한 향








* 자쿠 카나데노토모 (作 奏乃智)

 정미비율 50%

 쥰마이긴죠

 유리잔이 떠오르는 샤프하고 투명한 맛








* 자쿠 미야비노토모 (作 雅乃智)

 정미비율 50%

 쥰마이긴죠

 화려한 첫 향과 바닐라를 머금은 듯한 맛







* 자쿠 미야비노토모 (作 雅乃智中取り)

 정미비율 50%

 쥰마이다이긴죠

 야마다니시키 100% 사용

 가장 안정적인 중간층만 병입 한 우아한 향이 특징









자쿠는 무리하게 정미비율을 조절해서 억지로 고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라인업이 과일향이 아주 감미롭게 우러나오며 정성 들인 주조의 노하우에서 나오는 아주 서민적인 느낌이 나면서 최고를 지향하는 마셔보면 처음 접해도 아주 친근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케입니다. 


구하기 쉽고 맛은 늘 보장되어 있으며 레벨은 상당한 사케로 이 양조장이 추구하는 고객과 함께 만들어(作) 나간다는 취지가 정말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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