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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Jun 11. 2024

친구에게 추천할 만한 사케

> 친구야, 내가 한잔 사케!! 

(친구에게 추천할만한 의미 있는 사케)



친구에게 사케를 선물하거나 추천할 만한 사케라면 아무래도 남성적이고 다소 강한 성향의 사케가 어울릴겁니다. 그리고 일부러 술을 선물해 줄 정도의 친구라면 단순히 목으로 넘겨서 끝나는 술이 아니라 뜨거운 남자들의 가슴에 남고 또 어디가서 썰 풀기 좋아햐할 스토리가 강한 사케가 좋을 듯 합니다. 



기본적으로 사케는 일본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 있는 제품군에서 고르기보다 전문 주판점에서 무한히 펼쳐져있는 사케 중에서 고른다는 전제로 하고 사케랭킹 TOP 10 사케는 설명이 자세히 나와있으니 그 이외의 명주로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


상사에게 선물한다면 설명이 그다지 필요없는 유명한 사케들이 좋을 것이고 연인에게 선물한다면 일단 맛과 외관이 좋은 사케가 좋을 것인데 친구에게 선물할 사케라면 자주 보는 사이이니 좀 설명이 길어도 멋진 스토리와 임팩트 있는 맛과 명성이면 좋을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친구에게 소개할 사케는 다음의 5가지 정도로 추려보았습니다. 



1. 키도 (紀土, KID, きっど)

 - 격투가의 이름을 따온 키도


키도는 와카야마현 카이난시의 헤이와 주조(平和酒造)에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와카야마현(和歌山県)은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칸사이지방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매실과 감귤로 유명합니다.


와카야마현(和歌山県)의 옛 지명이름이 키이(紀伊)라고 하는데 다른말로 키슈(紀州)라고도 합니다. 


이에 브랜드를 다시 보면 키도(紀土)는 와카야마현의 풍토(風土)라는 뜻이 됩니다. 

그리고 영어로는 KID라고 작명을 해서 어린이들과 함께 우리도 성장해나가자라는 뜻과 와카야마현에서 태어난 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헤이와 주조는 1927년 창업을 했고 세계2차대전의 여파로 강제로 휴업을 종용당하는 등 창업초기에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난 평화로운 시대에서 술을 계속 빚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사명에 평화를 넣어서 헤이와 주조(平和酒造)로 지었다고 합니다. 


일본의 5성급 3대호텔이 뉴오타니, 오쿠라, 제국호텔이 있는데 그 중 제국호텔에서 메인 사케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山本“KID”徳郁 - HYPEBEAST 인용

하나의 썰이지만 키도라는 작명의 배경 중에는 헤이와 주조의 야마모토 사장이 격투기 팬이었는데 유명했던 격투가인 야마모토"KID"노리후미(山本“KID”徳郁)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썰도 있습니다. 


둘다 성이 야마모토로 같고 나이도 한 살밖에 차이가 안나는 점 등이 시선을 끕니다. 안타깝게 야마모토"KID"노리후미는 2018년 이른 나이에 사망했습니다. 



2.  미이노코토부키 (三井の寿、みいのことぶき)

 - 슬램덩크 정대만 사케


미이노코토부키는 후쿠오카현 남부의 미이군(三井郡) 타치아라이마치에서 양조하고 있습니다. 이 양조장은 맛과 역사적 의미 등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주목을 끌만한 임팩트있는 요소는 강하지 않았습니다. 


후쿠오카에 가면 언제나 있지만 타나카로쿠쥬고나 니와노우구이스, 와카나미 등에 밀리는 것도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다 2023년에 슬램덩크가 재개봉하면서 슬램덩크 사케 또는 정대만 사케로 완전히 주목을 받고 재고가 없어서 못파는 품절 사케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미이는 일반적으로는 미츠이 재벌그룹과 같이 미쓰이(三井)라고 읽히는데 여기에서의 미이는 미이군(三井郡)이라는 후쿠오카현의 옛 지명에서 나온 것입니다.


코토부키는 사전적 의미로는 축복, 장수, 경사스러운 일 등의 아주 의미가 좋은 옛 단어이고 寿 또는 壽로 표기합니다.


미이노 코토부키는 젊은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특히 있는데 슬램덩크의 작가인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이 술을 좋아해 등장인물인 3점 슈터인 미쓰이 히사시(三井 寿, 한국명 정대만)의 이름에도 도입했고 다시 미이노 코토부키에서는 2013년에 슬램덩크 정대만 오마쥬 라벨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라벨도 정대만의 유니폼 디자인으로 만들었고 적혀있는 +14라는 번호는 정대만의 등번호입니다.



라벨도 정대만의 유니폼 디자인으로 만들었고 적혀있는 14라는 번호는 정대만의 등번호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니혼슈도도 +14로 일부러 카라구치로 조정했고 알콜마저도 일반인 15~16도가 아닌 14도로 라임에 맞게 좀 약하게 양조하였습니다.




3. 토요비진 (東洋美人, とうようびじん)

 - 미인이 붙은 브랜드 중에서 가장 앞선 사케


친구에게 선물하는데 미인이 빠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케에 여러 미인시리즈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앞선 브랜드라 생각하는 사케가 바로 토요비진입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동양 최대의 미인인데 에로틱보다는 로맨틱한 사연이 있습니다. 

1921년 야마구치현의 하기시에서 창업한 스미카와 주조장의 브랜드인데 창업주가 죽은 아내를 기리는 마음에서 명명한 브랜드라고 합니다. 



이곳 야마구치현의 하기시는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요시다 쇼인이라는 사람이 쇼카손쥬쿠라는 사설 교육기관인 사숙을 세운 곳입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토 히로부미, 타카스기 신사쿠 등 메이지유신의 주역과 근대 일본의 유명 정치가 들을 아주 많이 배출한 일본 정치인의 산실입니다.


지금도 전 아베 총리를 포함해서 가장 많은 총리를 배출하는 현이 야마구치현인데 그 중심이 바로 여기 하기시이자 쇼카손쥬쿠인 것입니다.


2014년에 SAKE COMPETITION에서 1위를 획득하기도 했으며 각종 경쟁대회에서 그랑프리를 수차례 획득하고 2016년에는 러일 정상회담에 토요비진 쥰마이 다이긴죠 이치방마토이가 만찬주로 제공되는 영광을 누리게 됩니다.



푸틴 대통령이 한잔 마시고는  그 맛에 반해 술이름이 뭐냐고 되물었다는 일화가 있기도 합니다. 


2019년에는 JAL 퍼스트 클래스의 제공주로서 토요비진 쥰마이 다이긴죠 잇텐이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4. 기쿄 (義侠, ぎきょう)

 - 의리와 의협심으로 뭉쳐진 친구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사케


브랜드 이름이 무협소설에서나 나올법한 단어가 채택된 사케가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의협'이라는 단어 인데 그 배경도 역시 의협이 잘 어울립니다. 


기쿄라는 브랜드인데 의협의 일본어 발음입니다. 야마츄혼케 주조라는 곳에서 양조하고 있는데 이 곳은 아이치현의 가장 서쪽인 아이사이시에서 1789년에 창업하였습니다.


이 브랜드를 일왕이 하사한 것이라는 설이 한국에 잠시 퍼지기도 했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정의를 존중하고 약한 자를 돕는다는 뜻을 가진 기쿄는 메이지 시대 때 지역 소매상과 이 양조장이 연간 계약을 맺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사케의 원재료 가격 등이 폭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최초의 소매상과 맺은 가격을 지킴으로써 채산보다는 도의를 지키면서 계속 술을 납품했습니다. 


이에 감동받은 소매상으로부터 이 기쿄(義侠)라는 브랜드를 받았다는 일화가 아주 유명합니다.



5. 쿠도키죠즈 

 - 이름과 라벨에서 이미 에로틱... 하지만 반전이..


일본어로 쿠도쿠라는 단어는 이른바 남자들의 구애행위를 말하는데 특히 술자리에서 여자에게 하는 작업(?)하는 멘트이며 시쳇말로는 꼬신다는 표현입니다. 


그리고 죠즈라는 단어는 능수능란하게 잘하는 것을 의미하니 브랜드 전체를 직역하면 아주 여자를 잘 꼬시는(?) 행동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합니다. 


라벨에도 우키요에 풍으로 에로틱한 여성을 모델을 채택하고 있어서 일본인들도 당연히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브랜드를 명명한 배경은 그게 아닌 숨어 있는 뜻이 있습니다. 


험난한 전국시대를 거쳐 큰 세력을 가지게 된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같은 무사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적군 무장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 그리고 지역 주민 등 누구를 막론하고 무력이 아닌 진심으로 진의를 담아서 설득하고 유도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매료시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결국 성공하게 되고 출세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미를 담아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서희 장군이 강동 6주를 얻을 때 싸우지 않고 담판으로만 해결한 것과 같은 논리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쿠도키죠즈를 양조하는 카메노이 주조는 1875년에 야마가타현에서 창업했으며 사장의 아들이 전무를 맡고 있는데 자신만의 라인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쥬니어시리즈라고 하는데 젊은 만큼 디자인이 컬러풀하거나 네이밍이 '코로나 빠가야로'(コロナの馬鹿野郎)와 같이 파격적입니다.


그리고 바쿠렌이라는 라인업이 있는데 야마가타현 사투리로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여자', '닳고 닳은 뻔뻔한 여자' 등의 다소 강한 캐릭터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아무튼 쿠도키죠즈는 당초의 브랜딩 의도와 관계없이 여자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브랜드 임은 확실한 듯 합니다. 



주로 스토리가 강한 사케를 중심으로 친구에게 선물할 만한 사케를 소개드렸습니다. 

꼭 친구가 아니더라도 상식선에서 알아도 정말 어디가서 풀기 좋은 강한 썰이 많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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