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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미사마 jemisama Sep 26.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94: 고쿄(五橋)

한국무역협회 투고 : 아흔네 번째 이야기

고쿄 (五橋, ごきょう)

 - 사카이 주조,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山口県 岩国市)

 - 이 지역의 일본 3대 명교 킨타이쿄의 애칭을 브랜드로 작명

 - 최근 최고급 라인업 파이브(五)가 인기를 구가

 - 발효속도가 느리고 양조하기 어려운 연수로서 일본 1위 등극



사케 마니아가 아닌 일반인에게 있어서의 사케의 최고봉은 단연 닷사이가 선택될 것입니다.

그 닷사이는 일약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를 전국 아니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츄고쿠 지방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


일본인에게 이와쿠니시를 얘기하면 첫 번째로 떠올리는 것이 바로 킨다이쿄(錦帯橋)라는 다리입니다.

1673년에 만들어진 목조 아치 다리로 5개의 다리가 이어져 있어 도쿄의 니혼바시, 나가사키의 메가네바시와 더불어 일본 3대 명교(名橋)로 손꼽힙니다.  


예로부터 산은 후지산, 폭포는 나치폭포, 다리는 킨다이쿄라고 했을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다리입니다.


고쿄라는 애칭을 가진 킨타이쿄




이와쿠니시는 쵸슈번의 산하 요시카와 가문의 성하마을로 번창했고 근대에는 섬유, 펄프업이 주 산업이었으며 2차 대전 후에는 미군의 항공기지로서도 존재가치가 높았습니다. 역사적인 성하마을과 미군부대가 상주하는 서로 배치되는 두 가지 모습을 겸비한 아주 특색 있는 도시입니다.  


이와쿠니시에는 사케만 보면 닷사이 이외에 간기를 포함해서 하나의 명주가 있습니다.

바로 그 주인공인 고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쿄 - 타카시마야 인용


상기 킨다이쿄는 5개의 아치가 이어진 다리로 고쿄(五橋)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우아한 다리의 자태를 바라보며 소비자와 양조장간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뜻으로 고쿄라고 작명을 했다고 합니다.



고쿄 주조는 1871년에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에서 창업했습니다. 고쿄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1947년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연수로 빚는 사케는 발효속도가 느리고 어려워서 미네랄이 많은 경수로 빚는 사케가 대세였는데, 고쿄가 전국신주감평회에서 연수로 빚은 사케로 1위를 차지하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연수로 사케를 빚다 보니 기본적으로 주질이 부드럽고 향기롭습니다.


'사케를 만드는 양조장이라면 쌀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이 말은 고쿄 양조장 사장의 입버릇입니다.

1996년부터 주조호적미의 왕이라 불리는 야마다니시키를 계약해서 재배하기 시작했고 자사 정미소도 아예 그 농가 쪽으로 이전합니다.

쌀의 계약 재배는 물론이고 농업법인인 고쿄노텐(五橋農纏)을 설립해서 직접 쌀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케 만들기는 쌀 만들기'부터라고 항상 사장은 강조해 왔습니다.


고쿄의 맛이 전통과 현대가 함께 공존하듯 양조장도 비슷한 분위기

사케는 기후와 상당한 연관이 있습니다. 야마구치현의 지자케로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야마구치현의 풍토에서 자란 쌀과 그 기후에서 솟아나는 물, 그리고 그 지역에서 자란 사람 이 세 가지가 삼위일체가 될 때 비로소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사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그중에서 물을 더욱더 강조하는데 고쿄는 양조장 자체 내에 직접 파서 만든 10미터, 30미터, 40미터의 3개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 사케를 빚어냅니다.




고쿄의 아주 유명한 라인업은 최근 론칭한 파이브(五)입니다. 고쿄의 이름에서 유래한 라인업으로 총 6가지의 종류가 있으며 로고 색깔로 구별하고 있으며 모두 나무통에서 주조방식인 키모토 방식으로 천연 효모를 이용합니다.


고쿄 파이브 - 마스이 인용


핑크, 블루, 오렌지, 그린은 각각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한정판으로 출시가 되며 모두 냉장보관해야 하는 비열처리 사케입니다.

옐로와 레드는 연중판매하는 상품이며 상온 보관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고쿄의 라인업 중 '쥰마이다이긴죠 키오케키모토'라는 라인업이 있습니다. 사케 주조에 있어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콘셉트로 창업당시의 제법으로 옛 나무통을 재조립해서 사용하며 창업시와 같은 70%의 정비미율과 배합비율로 빚고 있습니다. 이 처럼 시대가 변해도 주조의 전통을 쭉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기술을 유지한다고 해서 거기에만 머물러 있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섬세하게 술덧(모로미)을 컴퓨터로 제어하고 한 여름에도 비열처리 사케인 나마자케가 생산가능하도록 공조설비를 도입했으며 -5도의 빙온 저장이 가능한 탱크를 도입하는 등 첨단 기술 도입에도 여념이 없습니다.

사카이 주조 내부


자연의 화초나 곤충으로부터도 효모를 분리하는 등 역사 깊은 전통 기술에다가 최첨단 기술을 접합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서일본 최초로 '네네'라는 스파클링 사케를 생산하기도 하며, 병입 한 후 동굴에서 숙성 저장시키는 쥰마이코슈(純米古酒)도 출하하는 등 항상 노력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닷사이에게 이와쿠니시가 아닌 야마구치현의 왕좌를 넘겨버린 듯한 인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처럼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전통과 맛, 그리고 최신의 노력이 가히 추천할 만합니다.


야마구치현은 최근 토요비진, 텐비, 오오미네, 간기, 닷사이, 타카 등 엄청난 명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핫한 사케의 격전지이기도 합니다만 이 고쿄를 반드시 기억하셔서 기회가 되신다면 음미해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야마구치현의 지자케 들과 비교시음 세트에 포함된 고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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