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사마 jemisama Jul 29. 2024

세토이치 오토모나쿠(セトイチ 音も無く)

한국에서 구입가능한 사케 특집 - 1

*********

최근 제가 쓰는 칼럼이 니혼슈(사케)를 소개하는 건 좋은데 대부분 일본에 와야만 맛볼 수 있는 사케가 많다 보니 시음이나 체험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있고 정보로서의 기능이 제한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에 한국에서 구입가능한 특별한 사케를 브랜드나 라인업 별로 요청을 해주시거나, 따로 정말 추천드리고 싶은 사케가 있는 경우에는 특별히 소개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합니다.


단 이때는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정말 사케를 처음 접하시는 분들을 위한다는 생각으로  설명을 드릴 것이기에 조금 단조로운 정보라 생각이 드시더라도 많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


세토이치 오토모나쿠 - 홈페이지 인용



세토이치 오토모나쿠(セトイチ 音も無く)


이 브랜드는 제가 브런치에서 쓰는 칼럼의 소분류인 '한국무역협회 투고 사케칼럼'에서 78번째로 소개한 세토이치의 라인업입니다.


참고로 이전 세토이치 소개글은 다음과 같습니다.

https://brunch.co.kr/@jemisama-sake/574


먼저 세토이치를 언급하기 전 이 양조장이 위치한 장소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곳을 알고 나면 이 사케가 비로소 제대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일본의 수 없이 많은 온천 중 단연 독보적인 온천인 하코네 온천 앞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코네 온천이 인기가 많은 첫 번째 이유는 수도권과 불과 100 여킬로 떨어진 차로든 전철로든 1~2시간의 거리에 이렇게나 멋진 온천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접근성입니다.

막히지 않으면 도쿄시내에서 1시간이면 충분히 도착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낭만적인 온천의 분위기입니다. 하코네로 가는 특급열차 이름도 오다큐 로맨스카입니다.

일본에서는 낭만(浪漫)을 로망이라고 읽습니다. 프랑스어의 로망을 그대로 한자로 가차한 것인데 다시 그 단어를 우리가 가져와 낭만으로 굳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왠지 하코네는 일상과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감상적인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말 그대로 로맨틱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누구나 이 낭만적인 일탈을 꿈꾸기도 하는데 바로 하코네가 그런 역할을 충실히 해주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코네 오와쿠다니에서 바라본 후지산

온천이라 해서 한 군데에 모여 북새통을 이루는 커다란 거점 온천마을이 아니라 유모토, 고라, 미야노시타, 코와쿠다니, 센고쿠바라 등으로 산재해 있어 인파에 치이는 경우가 없고 저녁이 되면 편의점 말고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는 등 오로지 자신과 온천만이 존재하는 듯한 고즈넉한 분위기도 하코네의 인기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바로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성일 겁니다.

불과 50킬로 이내에 후지산, 오다와라, 이즈, 아웃렛, 아타미, 유가와라 등 유명한 관광지가 즐비해 있어서 관광옵션이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걸 다 갖춘 사케가 바로 금일 소개하는 세토이치라는 사케이며 그중에서도 '오토모나쿠'라는 라인업입니다.


세토주조점 내부


하코네보다도 더 가까우며, 마을에 들어서서 생각나고 느껴지는 대로 쓰고 말하면 그냥 시인이 되어버릴 정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자연, 그리고 하코네에 이렇게나 멋진 양조장이 있을까라는 연계성까지 너무나 출중한 장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오토모나쿠(音も無く)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소리도 없이'입니다.


언제인지 모르게 '소리도 없이' 만들어졌고 또 '소리도 없이' 어마어마한 수상을 받았고, 그 사실을 크게 떠벌려도 충분한 데도 '소리도 없이' 묵묵히 제 갈길을 가는 도인 마냥 그렇게 하나의 시와 같은 사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에서도 '소리도 없이' 만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세토주조점


세토이치를 양조하는 세토주조점은 하코네에 진입하기 전 바로 직전의 카이세이마치에 있습니다.

남쪽에는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오다와라 성이 있고 다소 쇠퇴해 가는 중소도시로 보일 수도 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자연에 동화된 이 카이세이마치는 시(詩)와 가까워졌는지 모릅니다.


라인업의 이름들을 보면 그저 언어기교나 테크닉으로 과대광고 또는 포장한 것이 아니라 저절로 그 네이밍이 너무나 잘 이루어졌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일본 100 명산 중 하나인 탄자와 산에서 내려와 이 지역의 쌀재배에 에너지가 되어주는 힘찬 물의 소리, 논에서는 고즈넉한 전원마을에 생기를 불어넣듯 퍼져나가는 벌레 울음소리 들, 계절에 관계없이 불어오는 시원한 논 바람 역시 잠시 신선이 되는 기분을 내기에는 충분한 재료가 됩니다.


세토주조점에서 바라본 전원풍경


카제노미치 (바람의 길), 츠키가키레이데스네 (달이 참 이쁘네요), 오토모나쿠 (소리도 없이)....

세토이치가 태어난 양조장을 가보면 정말 너무나 잘 지어진 네이밍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을 겁니다.




멋과 운치도 좋지만 사케가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분위기와 다른 조력자들에 의해서만 유지된다면 의미가 없을 겁니다.


고베의 나다의 술들은 역사에만 의존하고, 교토는 지역의 분위기에만 의존하고, 면세점의 사케들은 마케팅에만 의존하는 데 반해 묵묵히 소리도 없이 사케가 원래 지향해야 할 맛의 추구에 전념을 다해 온 이 오토모나쿠의 수상실적과 스펙을 잠시 엿보겠습니다.


참고로 오토모나쿠가 그 맛의 퍼포먼스에 비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이유가 일반적으로 절대적인 기준만 넘으면 다소 남발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일본 내 콘테스트에는 출품하지 않고 미국과 유럽을 주 무대로 론칭하고 실력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U.S. National Sake Appraisal : 2023 Silver Winner

U.S. National Sake Appraisal : 2023 Gold Winner

Paris Kura Master : 2022 Gold Winner

International Wine Challenge (IWC) : 2021 Silver Winner

Kura Master : Platinum Winner


세토주조점의 다양한 수상실적 -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엄청난 인기


그리고 쥬욘다이나 나베시마와 같은 최고급 사케는 스펙보다는 그 브랜드 자체가 기본적으로 보증하는 퀄리티가 있습니다. 일반 편의점에서 파는 다이긴죠가 최고급 프리미엄 사케의 일반적인 혼죠조 급에도 넘지 못하듯 여기 세토이치가 그러합니다.


오토모나쿠의 스펙은 쥰마이긴죠지만 타 사케의 쥰마이다이긴죠를 훨씬 능가합니다. 역으로 세토이치가 만들어내는 쥰마이다이긴죠는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장담하는데 유통망이나 제한적 수량 때문에 쉽게 접할 수가 없습니다.


원재료 쌀 : 사케를 만드는 쌀인 주조호적미 중에서도 왕이라 불리는 야마다니시키 사용

효모 : M-310로 첫맛이 경쾌하지만 부드러움

정미비율 : 60%로 쥰마이긴죠

알코올도수 : 16도

니혼슈도 : -1로 스위트하고 프루티

산도 : 1.3으로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궁극의 밸런스

열처리 : 나마쵸조 - 두번 열처리 과정 중 병입시에만 열처리 한 생저장주라 일반 열처리 후 실온 보관하는 사케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하고 프레쉬함


프랑스 쿠라마스터에서 수상하는 모리 타카노부 세토주조점 사장


오토모나쿠는 저장할 때 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저장주(나마쵸조슈)이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와 있는 일반 열처리되어 효모가 죽은 사케들과는 비교자체가 의미 없을 정도입니다.


최근 냉장 보관과 냉장 배달의 발달로 이제는 한국에서도 맛볼 수가 있지만 소량생산, 국제항공편으로 냉장 보관 이동으로 인한 물류코스트의 상승으로 프리미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반 유명 사케들이 프리미엄급과 일반 대량 양산 사케들로 이원화해서 만들기도 하는데 세토이치는 전량 소량생산 판매만 하고 있어서 맛도 정말 훌륭하지만 그 희소가치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집니다.


세토주조점에서 와인글라스로 시음도 가능


최근엔 '와인글라스로 맛있는 니혼슈 어워드 2023(ワイングラスでおいしい日本酒アワード2023)에서 다시 세토이치가 프리미엄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습니다.


예전 방식인 키모토나 야마하이 같은 양조법은 데워 먹는 아츠캉이 잘 어울리지만 이 오토모나쿠는 와인 글라스로 음용하시길 강력 추천 아니 그렇게 드셔야 합니다.


와인의 콘셉트로 만들어졌기에 와인과 어울리는 음식과 페어링해도 정말 훌륭하지만 귀한 분들과 귀한 시간에 마시는 것을 적극 추천드리는 궁극의 식중주입니다.



'소리도 없이'(音も無く) - 세토주조점 홈페이지 인용



매거진의 이전글 소주韓잔 사케日잔-93: 시치켄(七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