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미사마 jemisama Sep 23. 2024

소주韓잔 사케日잔-93: 시치켄(七賢)

한국무역협회 투고 : 아흔세 번째 이야기


시치켄 (七賢, しちけん)

 - 야마나시 명양, 야마나시현 호쿠토시 (山梨県, 北杜市)

 - 안채 준공 시 중국의 죽림칠현 작품을 받은 인연으로 지어진 이름

 - 산토리 위스키를 비롯해서 일본 생수의 절반가까이 생산하는 하쿠슈의 양조장

 - 압도적인 맛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스파클링 사케가 유명



최근 일본의 위스키가 무서울 정도로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인기가 있습니다. 특히 산토리 위스키가 인기가 많은데 대표적 라인업이 야마자키, 하쿠슈, 히비키입니다. 그중 야마자키는 오사카의 야마자키 증류소에서만 나오는 몰트를 사용하고, 하쿠슈는 야마나시현의 하쿠슈 증류소에서만 나오는 몰트만 사용하며 히비키는 이 두 가지 위스키를 블렌딩 해서 제조하고 있습니다.

산토리 위스키 야마자키, 하쿠슈, 히비키  - 산토리 홈페이지 인용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하쿠슈입니다.

하쿠슈는 지금은 호쿠토시(北杜市)로 통합이 되어버렸지만 예전에 존재했던 하쿠슈마치(白州町)에서 유래한 지역명입니다.

이곳에 산토리 천연수라는 생수회사도 여기에 위치해 있고 산토리 토미노오카 와이너리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타 브랜드로 넓혀봐도 이곳에 위스키 증류소와 와이너리는 여기 야마나시현에 많이 존재합니다.


츄부지방 야마나시현 호쿠토시

이 지역은 미나미알프스라고 불리는 키소산맥에 내린 비와 눈이 화감암층을 빠져나가면서 20년 가까이 걸러진 천연수가 솟아나는데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명수의 마을입니다. 일본 생수의 거의 절반이 이 지역의 물로 생산한다고 하니 정말 물 하나는 알아주는 듯합니다.


야마나시의 술이라고 하면 와인과 위스키가 유명합니다물이 유명한 이곳에 무시 못할 엄청난 사케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쿠슈는 나가노현과 야마나시현의 경계에 위치

금번 소개할 사케는 시치켄(七賢)이라는 사케로 우리말로 하면 칠현입니다.

야마나시 메이죠에서 양조하고 있으며 1750년에 창업한 상당한 노포입니다.

상기 언급한 대로 하쿠슈의 복류수로 사케를 빚어내고 있으며 물이 달라서 그런지 야마나시현의 타 양조장과는 전혀 다른 퍼포먼스와 주질을 보여주는 차원이 다른 사케입니다.


야마나시현 현지에 슈퍼나 기념품 가게에 가면 항상 야마나시의 사케세트라고 해서 4 종류의 사케를 묶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시치켄은 단연 그중에서 군계일학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거기에서 빠져나왔으면 하면 바람도 가져볼 정도입니다.


야마나시현 현지에 가면 판매되는 사케 4종 세트

세트의 포장재료는 풍림화산이라고 적힌 보자기인데, 전국시대 때의 이 지역의 전설적인 무사 타케다 신겐의 병법과 관련 있는 사자성어입니다.


원문(故其疾如, 其徐如, 侵掠如, 不動如)에서 한 글자씩 따온 것으로 뜻은 "빠르기를 바람과 같이! 조용하기를 숲과 같이! 침략하기를 불과 같이! 움직이지 않기를 산과 같이!"입니다.  


시치켄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난세를 피해 죽림에서 청담으로 세월을 보낸 7명의 현인인 죽림칠현을 말하는 것으로써, 건축과 조각의 전설적인 목수인 타테카와 가문으로부터 5대째 사장이 재임하던 1835년에 안채 준공 시 죽림칠현이라는 작품 한쌍을 받은 것을 기념하여 지은 이름입니다.


이 안채는 메이지 일왕이 이 지역을 행차했을 때 잠시 거처했던 곳으로 유명해져 야마나시현 지정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지금도 시음장, 카페, 레스토랑 등으로 이용이 가능해 사전 예약하면 견학이 가능합니다.

야마나시 메이죠의 안채에 걸린 죽림칠현의 교창 - 홈페이지 인용



시치켄은 쌀에 대해서 엄격한 고집이 있는데 하쿠슈의 명수로 재배된 현지 쌀만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직접 농업법인을 설립해서 지역 농가와 협업으로 자사 재배를 합니다.


특별히 어느 한 방향으로 튀지 않아 밸런스가 좋고 깔끔하며 질리지 않는 주질이 매력적인 사케입니다.

정미비율도 시치켄이라는 브랜드에 연관 지어서 7로 끝나는 37%, 47%, 57%로 출시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수의 시판주가 출품하는 SAKE COMPETITION 2017에서 시치켄 쥰마이다이긴죠가 슈퍼 프리미엄 부문과 다이너스 클럽 부문에서 수상을 했으며 그 이후로도 꾸준히 수상자 명단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시치켄 사케 라인업 - 홈페이지 인용


 시치켄의 가장 큰 특징은 쌀로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스파클링 사케입니다. 스파클링 사케라고 하면 일반 대형 양조장에서 만드는 양산형 사케가 대부분인데 그 시도는 평가를 하더라도 그 주질까지 인정하고 평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이런 이미지를 깔끔하게 날려버리는 것이 바로 시치켄의 스파클링 사케입니다.

그 비결은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역시 물입니다. 일반 사케의 알코올 도수가 대개 15~16% 전후인데 반해 스파클링 사케는 11% 내외이며, 병내 2차 발효 공법으로 잡미 없는 깔끔한 주질이 특징입니다.


지금까지 마신 모든 스파클링 와인을 합해도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맛이었으며 함께 마신 분들의 평가도 거의 일치했습니다.

시치켄 스파클링 사케 라인업 - 홈페이지 인용

스파클링 사케도 한 종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여러 종류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그중에는 산토리 하쿠슈 증류소에서 위스키를 저장한 캐스크에 숙성시킨 것도 있을 정도로 하나하나 열정과 스토리를 쏟아내며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시치켄은 고마운 것이 전문 주판점에 가야만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내의 대형 슈퍼에 가면 한 번씩 이벤트로 판매를 한다는 것입니다. 슈퍼에서 판매되는 사케는 그렇게 추천할 사케가 많지 않은데 에이코후지, 핫카이산 등과 더불어 감히 추천할 수 있는 사케가 바로 이 시치켄입니다. 대부분 2,000엔 미만이라 가성비도 좋아서 초강력추천하는 사케입니다. 단 진열대에 나오자마자 바로 완판이 되어버리므로 보이면 바로 집어 들어야 합니다.  




필자가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양조장 중 하나인 시치켄의 야마나시 메이죠는 사케의 테마파크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야마나시 메이죠 전경 - 홈페이지 인용

건물 안의 여러 공간이 각자의 콘셉트와 역할을 맡아 충실한 견학이 가능하게끔 해줍니다.

오오나카야(大中屋)라는 곳에서는 각종 신선한 시치켄을 시음도 가능하며 종류별로 맛볼 수가 있습니다. 

쥰마이다이긴죠에서부터 스파클링 사케까지 시치켄의 여러 종류를 테이스팅 가능합니다.


안자이쇼(行在所)라는 곳은 메이지 일왕이 묵었던 곳으로 야마나시현 지정 유형문화재로 등록되었습니다. 건물 안쪽에는 시치켄의 브랜드 유래가 된 죽림칠현의 교창(欄間)도 볼 수가 있습니다.


덴소구라(伝奏蔵)라는 곳은 원래 쌀 저장고였던 을 리뉴얼해서 역사적으로 귀중한 미술품과 향토자료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품은 메이지 일왕과 인연이 있는 물건 등을 계절마다 바꾸어 전시합니다.



야마나시현에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후지산도 있지만, 두 번째로 높은 산인 타다케도 야마나시현의 미나미알프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야마나시에서 산토리 하쿠슈 위스키가 최고봉이라면 '조용하기를 숲과 같이'라는 풍림화산의 한 문구처럼 시치켄도 바로 그다음의 위치에 충분히 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주韓잔 사케日잔-92: 타카치요(高千代)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