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했던 운전면허 취득기 1
"장롱 면허예요."
살면서 내가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친 거짓말이다. 사실 난 운전면허증이 없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면허가 없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너무 놀라며 왜 없냐고 물어봤고, 그 이후로는 대답하기 귀찮아서 저렇게 대답하고 넘어가곤 했다. 처음엔 면허를 따 봤자 당장 차를 사서 몰고 다닐 것도 아니라서 별로 따고 싶은 마음이 안 들었고, 나중에는 직장 생활이 너무 벅차서 운전면허 학원에 다닐 시간을 내기 힘들었다. 그렇게 미루다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면허를 땄다. 계속 면허 있다고 뻥을 치기도 찔리고, 나이 들수록 약속 장소도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어려운 경치 좋은 외곽 지역인 경우가 많아서 매번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것도 은근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큰 마음을 먹고 잠시 틈이 생기는 시기에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을 했다.
원래 겁이 많은 편이기도 하지만 학원에 매일 가서 연수를 받고 바로바로 시험을 쳤으면 훨씬 나았을 것 같다. 그런데 학원에 다니는 동안 이직을 해서 이사를 가게 되었다. 옮긴 근무지는 내게 인생 최대 번아웃을 안겨주고 퇴사하게 된 바로 그 직장이다. 이사한 집에서 학원까지 버스로 1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주말 밖에는 갈 시간이 없었는데, 그마저도 매주 가지 못했다. 장내기능시험까지는 어찌어찌 잘했다. 비록 첫 장내 시험 때 출발 지점 내리막길에서 엑셀을 힘껏 밟아 카레이싱을 하는 바람에 시작하자마자 속도위반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연습할 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고 천성이 쫄보라 엑셀을 잘 밟지도 못하는데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며칠 후에 다시 와서 무사히 합격했다.
그런데 도로 주행이 문제였다. 2주 만에 와서 운전대를 잡고 도로로 나가려고 하니 너무 무서웠고 전에 배운 게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너무 띄엄띄엄 오니까 강사들이 계속 바뀔 수밖에 없었는데 가르쳐주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배운 게 거의 없었다. 그냥 여기로 가야지, 저기로 가야지, 멈춰야지, 출발해야지 이런 말 밖에 못 들어봤다. 학원에서 배운 건 도로 주행 시험을 치다가 시험관에게 혼이 나면서 알게 된 것 말고는 없다. 나중에 유튜브 운전 영상을 본 게 훨씬 도움이 되었다. 결국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도로 주행 시험을 치게 되었는데, 바로 그때부터 헬게이트가 열렸다.
총 3번 떨어졌다. 첫 시험은 왜 떨어졌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 번째 시험은 자잘한 실수를 많이 했는데, 왜 떨어졌냐고 하니까 시험관이 뭐 하나 때문에 떨어졌다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엉망이라고 했다. 세 번째 시험은 거의 다 왔는데 떨어졌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였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차가 너무 많아 정체가 되었다. 차들이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지나가고 있었고 난 앞 차가 가다가 멈추다가 해서 멈춰서 있다가 5킬로도 안 되는 속도로 살짝 움직였는데 시험관이 갑자기 실격이라며 내리라고 했다. 보행자가 지나가는데 일시정지 하지 않았다며 엄청 혼이 났다. 보행자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알고 보니 횡단보도 왼쪽 어딘가에서 차들 사이를 비집고 길을 건너려던 보행자가 있었던 것이다. 사이드미러와 백미러를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나는 왼쪽 차들 사이에 끼어 있는 그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차가 많은데 왜 그때 길을 굳이 건너려고 했던 걸까. 하필 내가 시험을 치고 있을 때!
그래서 또 떨어지고 만 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할 일이 많아서 어서 면허를 따고 주말에 이 먼 곳까지 넘어와야 되는 생활을 그만하고 싶은데, 난 또 시험 일정을 잡아야 한다. 다음 시험은 언제 치냐고. 진짜 시간 없는데. 시험관은 왜 그렇게 날 구박하는 거야. 옆에서 그렇게 한숨 쉬고 노려보고 구박하면 안 하던 실수도 하겠다! 그리고 난 배운 게 없는데?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고 왜 바보 취급을 하는 거야 왜왜왜왜왜왜!!!!!!!!
그러나 소심한 나는 입 밖으로 내진 못하고 쭈그러져서 다음 시험 일정을 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난 바보인 게 분명해. 살면서 이렇게 많이 떨어진 적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