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세차 투어
운전을 시작한 후 주유와 세차가 무서웠다. 주유소로 들어가질 못해서 그냥 지나쳐 집에 가기도 하고, 주유구 반대쪽에 차를 댄 적도 있고, 나에게 불스원샷을 팔려고 둠칫둠칫 다가오는 주유소 직원을 냅다 붙잡아서 기름 다 넣고 주유 뚜껑을 닫을 때까지 안 놔준 적도 있다. (근데 불스원샷은 넣을 줄 몰라서 안 샀다. 미안해요.)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었다. 바로 세차였다. 직접 손세차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자동 세차를 하려고 했지만 세차장에 들어가는 게 너무 무서웠다. 기어와 브레이크와 와이퍼를 제대로 안 놔두면 큰일 난다고 해서 실수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거의 3개월 동안이나 세차를 못 하고 고민만 하다가 마침내 창피해서 차를 몰고 다닐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딜 가나 내 차만 더러웠다. 그것도 아주 많이. 지인이 계속 세차를 안 하고 내버려 두면 차가 썩을 거라고 해서, 주인을 잘못 만난 불쌍한 우리 민트(내 차 이름)를 위해 용기를 내기로 했다. 차를 산 이후로 한 번도 세차를 안 해서 내부까지 청소하려고 근방에서 인기 많은 세차장에 손세차를 맡기기로 했다. 주말에 가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평일 오전에 오픈런을 했다. 하지만 문 열기 20분 전에 갔는데도 이미 대기하고 있는 차들이 많았다. 1시간 30분 정도 기다려서 세차를 하고 나오는데 골목길에 주정차한 차들이 너무 많아서 넘어가려다가 양쪽 차 사이 중앙선 위에 샌드위치처럼 끼어버렸다. 등에서 식은땀이 났고 진짜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지만 억지로 정신줄을 부여잡고 빠져나왔다. 한 반년 동안은 여기 안 오기로 다짐했다.
그러나 송홧가루가 극성인 계절이라 차는 곧 다시 더러워졌다. 또 내 차만 더럽네. 이번엔 주유소에서 자동 세차를 해야겠다. 이번에도 2주 정도 고민했다. 집 주변 주유소는 주유를 하고 후진을 해서 세차장으로 들어가야 해서 도저히 동선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주유 후 진입이 쉬운 주유소를 열심히 검색해서 찾아냈다. 우리 동네에서 대로를 타고 20분 정도 직진 후 유턴하면 나오는 OO읍에 자리한 저렴하고 널찍하고 세차장 진입이 쉬운 주유소가 있었다. 코앞에 있는 주유소에 들어가기가 무서워서 그 시골까지 기름 넣으러 가는 게 맞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5차선이 되었다가 4차선이 되었다가 2차선이 되었다가 3차선이 되었다가 했다. 차들이 깜빡이도 안 키고 차선을 휙휙 바꿔대는 통에 혼이 나갈 지경이었다. 무사히 도착해 주유를 했지만 세차장 진입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어려웠다. 여기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곳인지 세차장 입구에는 엄청나게 줄이 길었다. 사장님이 와서 이렇게 차를 대면 주유하고 빠져나가는 차가 못 간다고 빙 둘러서 와서 벽에 붙여서 대라고 했다. 흑흑. 저에겐 너무 고난이도란 말이에요. 하지만 어찌어찌 차를 댔고, 30분 기다려서 드디어 세차를 했다. 세차장 직원에게 초보인데 세차 처음 해본다고 했더니 잘 도와주었다.
이렇게 고생해서 세차를 했으니까 이제 교회 갈 때 창피하지 않겠다. 일요일이 되어 교회에 가려고 룰루랄라 집을 나섰다. 우리 깨끗한 민트 어디 있지? 응? 저 차는 뭐야? 마치 숲 속에 유기되어 CSI가 출동할 것 같이 생긴 저 차는.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아니지? 오... 하나님. 아니죠?
아니, 맞았다. 그 차는 우리 민트였다. 민트는 온몸에 끈적끈적한 송진을 묻히고 처량하게 서 있었다. 송진 때문에 송홧가루와 솔잎과 동그란 초록색 알갱이들이 마치 튜닝이라도 한 듯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이게 뭐야. 또 내 차만... 왜 내 차만 또 이렇게 더러운 거야. 뇌가 멈췄다. 안 그래도 차알못인 내 머리로는 도무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동 세차로는 안 될 거고. 지난번에 나오는 골목길에서 차들 사이에 끼는 바람에 식겁해서 반년 동안 안 가겠다고 다짐했던 그 세차장이 생각났다.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하니 세차 가능하다고 해서 일단 교회 갔다가 가기로 했다. 앞유리에도 송진과 초록색 가루가 잔뜩 버무려져 있어서 앞이 잘 안 보였다. 무서워서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다행히 오늘따라 차가 거의 없고 한적했다. 마치고 혼자 가는 게 무서워서 교회 언니에게 부탁해서 같이 갔다.
세차장 들어가는 골목길은 오늘은 한산했고 주변에 차도 없었다. 들어가니 사장님과 직원들이 내 차를 빤히 바라보았다. 이미 반질반질한 차를 무료하게 닦고 있던 손님들은 내 차를 보더니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였다. 한두 명이 슬금슬금 구경하러 다가오더니 어느새 세차장에 있는 온갖 사람들이 다 내 차로 몰려왔다.
"전화 주신 분이죠?"
"이게 뭐야? 송진인가?"
"송진 맞네."
"차가 왜 이렇게 됐어요?"
"나무 밑에다가 대면 안돼~ 세차하고 또 거기 대면 마찬가지야."
"여기다 맡기면 새 차처럼 될 겁니다!"
오늘은 밀려 있는 차가 없어서 바로 세차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난번처럼 1시간 반은 걸린 것 같다. 기본 비용에 3만 원이 추가되었지만 온갖 정성을 다해서 차를 반들반들하게 만들어주셔서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직원은 세차하면서 계속 사진을 찍었다. 직원은 '비포 앤 애프터'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뿌듯해했다. 이렇게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다시 송진 테러를 받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오늘은 일단 교회 동네 무료 주차장에 차를 댔다. 해결책을 생각해 낼 때까지 교회 근처에 놔두기로 했는데, 결국 뚜렷한 해결책 없이 차를 다시 집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도 주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오히려 주차 경쟁이 더 심해진 듯하다. 스트레스받을 일 많은데 이제 주차 스트레스까지 추가되다니. 인생이란 정말 끊임없이 골칫덩이를 안겨주는구나. 지붕 있는 주차장을 갖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