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바보의 도로 연수

아직은 두려운 홀로서기

by JEMMA

도로 위에 가만히 서 있는 트럭을 들이받은 후에 다시 도로 연수를 받았다. 전에 받았던 강사님은 친절하고 인내심 있게 가르쳐 주셨지만 약간은 아쉬웠다. 이번 강사님은 50대쯤 되어 보이는 여자분이었는데 이 지역 모든 도로를 거의 다 꿰고 있었고 나름의 확고한 커리큘럼이 있었다. 얼마 전 있었던 교통사고의 영향으로 초기에 내가 너무 겁을 내니까 강사님이 말을 좀 세게 해서 조금 싸웠다. 화가 나서 다른 강사님으로 다시 신청하려고 했는데, 다음 수업 때 말 세게 한 것 미안하다고 하셨고 진심 어린 조언과 격려를 해주셨다. 내가 '운전 DNA'가 부족한데, 겁이 너무 많아서라고 했다. 자꾸 시도해서 겁을 없애면 되고 사람마다 모자란 점과 잘난 점이 있는 것이니 전혀 우울해할 필요 없다고 했다. 교통사고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는데도 용기 내서 이렇게 연수를 받고 있는 것도 잘하고 있는 거다, 못 하는 부분은 남들보다 더 많이 연습하면 된다, 될 때까지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진심이 느껴져서 계속 그 강사님과 함께 연수를 받기로 했다. 강사님은 솔직히 처음에는 '이 사람이 운전을 하겠나'하고 생각했다고 한다.


"운동 신경이 좀 없는 편이죠?"

"네? 저 육상부였는데..."


학창 시절 체육 만점을 놓친 적이 없었고 별명이 '체육인'이었던 나로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평가였다. 그러나 강사님과 이 지역의 온갖 경로를 다니며 함께 생선구이와 굴칼국수도 사 먹고 메밀뻥튀기 쇼핑도 하면서 점차 능력치가 올라갔다. 강사님은 내가 우회전을 못 하는 것과 문제점을 바로 알아채고 집중적으로 연습을 시켰고 차폭감을 알려주겠다며 골목길과 주차장에서 무한 뺑뺑이를 돌게 했다. 하루에 6시간 동안 연수를 받은 적도 있다. 강사님은 허리가 안 좋은데도 그날 오전부터 해질 때까지 구불구불한 산길, 고속도로, 맘카페에 초보 운전자들은 절대 가지 말라고 글이 올라오는 어떤 마트의 달팽이 주차장 등 여러 군데를 다니면서 연수를 해 주었다. 내가 혼자 운전하기가 무서워서 계속 연장 등록을 하니까 수업료도 할인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사님은 드디어 이렇게 말했다.


"잘~~~~ 간다. 일취월장이네."


강사님은 이제 연수를 안 받아도 되겠다며 지금부터는 혼자 하라고 했다. 옆에 사람 없이 혼자 타는 건 무서웠지만 이젠 홀로서기를 할 때가 되었다. 강사님은 이제 사고 안 내고 잘 탈 테니까 너무 겁먹지 말고 자신감 있게 하라고 하셨다. 너무 감사해서 명절에 선물세트를 보내드렸다. 지금까지 그 강사님이 참 고맙다. 강사님이 아니었더라면 아마 다시 장롱면허가 되었을 수도 있다.


연수가 끝난 후에는 교회 언니가 회사 일 때문에 바쁜데도 한동안 교회에 갈 때마다 우리 집으로 와서 차를 놔두고 내 차 조수석에 타서 같이 가 주었다. 주변 사람들은 처음 운전 시작할 때 가족이 한동안 같이 타주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혼자 알아서 해야 해서 울적하던 차에 언니가 이렇게 신경을 써 주셔서 정말 고마웠다. 어떤 때는 언니들이 내 차로 카페 투어를 가면서 이것저것 알려주었다.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들 덕분에 용기를 내서 평일에 출근 전에 혼자 연습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쫄보라서 초행길은 혼자서는 못 간다. 출퇴근도 아직 지하철 타고 한다. 직장 근처는 악명 높은 주차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지역 맘카페를 비롯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근처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의 주차권을 팔아달라는 간절한 글이 계속 올라온다. 게다가 우리 동네 주차 경쟁도 만만치 않아서 늦은 퇴근 후 오밤중에 주차에 실패한 채 동네를 무한 루프로 돌 생각을 하니 도저히 차를 끌고 다닐 자신이 없다. 그래도 조금씩이지만 성장하는 중이다. 내년에는 혼자 이 지역과 근방의 외곽순환도로를 다 돌아다니는 게 목표이고 그다음 해 목표는 혼자 고속도로를 타고 본가에 가는 것이다. 출퇴근길에 운전을 하면 훨씬 빨리 늘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최대한 평일 오전에 조금이라도 연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홀로서기는 늘 두렵다. 그래도 나아가다 보면 길이 보이고 뿌듯한 순간들이 반드시 온다. 그러니 앞에 펼쳐진 삶의 과업들도 이렇게 잘 헤쳐나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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