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

유해한 사람이 읽은 무해한 소설

by 젬툰

현경이가 산 책인데 제목이 마음에 들어 꺼낸 책. 장편인 줄 알았는데 단편집이라 후루룩 읽혀 좋았고, 단편들 중에 내게 무해한 사람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없어서 신기했음. 내 마음을 살 찌운 BMI 지수 30/100


한때 여성 소설가들의 책을 탐닉하던 적이 있었다. 일상의 작은 동요를 세심하게 캐치하고 나를 마치 소설 속 인물처럼 느끼게 하는 공감을 주는 게 좋았다. 이문열이나 김훈 작가에게선 절대 느낄 수 없는 체험.


내가 여성 작가들과 멀어진 건 ROTC에 입단한 이후부터인 거 같다. 말랑말랑했던 내가 점점 딱딱한 한남화(?)가 되어가는 시기부터였을까.


정말 오랜만에 다시 내가 말캉말캉해지는 기분, 바늘귀 안에서 이 세상 전부보다 더 큰 세상을 발견한 기분. 마음과 기분이라는 건 표현하기에 따라 우주보다 더 크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책이다. 책을 덮고 나면 아무 서사도 남지 않았지만 그 느낌과 기분만큼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앞으로 최은영 작가의 작품은 몇 개 더 읽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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