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자아는 몇 개?

성해나의 혼모노

by 젬툰

13 아이덴티티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이 여러 명인 거 같은데 알고 보니 그게 다 한 사람의 다중인격이었다는 영화. 성해나의 혼모노가 그렇다. 다른 소설가들의 단편집을 읽어보면 그래도 보통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하더라도,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화자는 고정된 이미지의 한 명정도였다. '이야기 꾼'은 한 명이되 그 이야기꾼이 펼쳐놓는 이야기들이 다양할 뿐인 거다.

그런데 성해나의 혼모노는 그 느낌이 사알짝 달랐다. 모든 단편 하나하나를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그 상황의 설정과 묘사의 디테일이 너무나 섬세했다. 타이거 모시기에서는 팬클럽 활동을 열심히 해본 빠순이였다가, 혼모노에서는 무당이었다가, 스무스에서는 태극기 부대였다가. 어디까지가 작가의 경험이 살짝 들어간 소재인지, 취재로 얻은 정보인지를 당최 알 수가 없다. 내가 샌드박스에서 겪었던 경험을 단편으로 쓴다면 저렇게 쓸 수 있을까?


내가 읽어본 작가들의 소설은 대개 작가의 생각과 마음속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였는데, 성해나는 모든 게 특별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그 경험의 폭과 깊이가 소설마다 천차만별이라서 마치 여러 소설가들의 단편집을 읽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성해나의 다른 소설들을 좀 읽어볼 생각이다. 이제 드디어 나보다 나이가 어린 소설가에게서도 나보다 더 깊은 삶에 대한 사유를 느끼고 있다. 나이 헛먹지 말자.


내 마음 BMI 점수 100/85

매거진의 이전글자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