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 '데미안'
읽는 내내 생각했다.
이걸 내가 열일곱 살에 읽었더라면.
그랬다면 지금의 나는 조금 덜 흔들렸을까?
불혹이 넘은 지금에서야
내 자아가 힘없이 흔들거린다는 걸 깨닫는다.
'자아 찾기의 여정'이라고 축약하고 싶은 데미안은,
읽는 내내 지금의 내가 읽기엔 많이 늦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에라도 읽은 게 아주 약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데미안'이라는 이상적 존재를 바라보며
조금씩 성장하던 싱클레어.
그리고 마침내 데미안을 잃고 홀로 서는 싱클레어.
우리 모두가 다
어렸을 적 도달하고자 하는 존재를 상정하고
그 존재를 따라 살다가
거칠거칠한 비포장도로에서 목적지를 버리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일찍 목적지에 도착해
오히려 목적지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데미안은 아직 어디를 향해 갈 것인가를
정하지 못했을 때 읽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내가 이 책의 철학적 정수를 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인정하지만서도
끝가지 읽어내기에 전혀 부족함 없는,
이야기로써의 매력도 너무나 훌륭했던 소설이었다.
내 마음의 BMI 지수 88/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