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8세에 죽을 예정입니다만...

클래식과 클리셰

by 젬툰

내 마음의 BMI 지수 65/100


주요 등장인물.

넬(주인공) 톰(코미디언) 그렉(첫사랑)


이전에 브람스를... 을 읽어서 그런지 삼각관계라는 설정이 또 반복되는 게 흥미로웠다. 브람스... 가 더 오래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새롭게 찾아온 자극적인 사랑을 버리고 익숙한 권태의 옛사랑을 선택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선택을 한데 비해, 이 책은 좀 더 뻔한 선택을 한다.


죽을 날을 선고받은 넬. 그리고 그날 죽음을 예비하며 세상의 모든 관계와 소유를 버린 그녀. 하지만 선고는 틀렸고 그녀는 이제 다시 관계와 소유를 하나씩 복구해 나가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중요한 조각. '사랑'이라는 퍼즐 자리에 어떤 조각을 넣을 것이냐. 이제는 부자가 되어 재미없는 삶을 살지만 '추억'이 있는 그렉이냐, 아니면 같이 있으면 재밌고 유쾌하지만 애 딸린 이혼남 톰이냐. 결국 넬은 과거의 답습보다는 희망의 미래를 선택하며 끝난다.


이전에 혼모노를 읽었을 때와는 완전히 상반된 감상. 그저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대로 써 내려간 소설. 깊은 취재도 없고(그래서 현실성이 안 느껴지고) 새로운 시각도 없고(그래서 뻔한 삼각관계가 펼쳐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쉽게 읽혀서 결말을 보게 되는.


브람스... 를 다 읽고 나서도 이런 뻔한 책이 왜 명작이지?라는 의문을 들었는데 그 책이 삼각관계의 원형을 다뤘다고 해서 오... 클리셰가 아니라 클래식이었군! 했는데, 이 책은 클래식에 바탕을 둔 클리셰에 불과했다. 물론 그 안의 크고 작은 소동극들이 몰입도를 높이고 어떤 남자를 선택할까?라는 뻔한 질문에 대한 답이 궁금해서 다 읽긴 했지만.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조차 까먹어서 수첩을 한참이나 뒤져 내가 읽었던 책이 이것임을 알게 될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만약 소설을 쓴다면 이런 걸 쓰지 않을까 싶긴 하다. 머릿속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손으로 옮긴 소설. 현실적인 취재나 복잡한 고민 같은 거 없이, 지하철에서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슉슉슉 읽을 수 있는 책. 쉽지만 결말이 궁금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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