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본 '나의 아저씨'

"상무 됐다. 고맙다."

by jen

가수 아이유와 배우 이선균이 주인공을 맡았고, 그 외에도 연기 잘한다는 배우 분들이 각자 맡은 역할로 보는 이로 하여금 최고의 몰입을 이끌어내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라고 꼽는 수많은 이들의 호평을 보고, 왠지 모를 의무감에서라도 이건 꼭 한번 봐야지 하고 위시리스트에 올려 둔 지 꽤 지나서야 초반 몇 회를 건성으로 보았고 - 극의 전개가 지루한 것은 아니었는데, 다만, 극 전반을 지배하는 음울한 분위기가 그다지 끌리지 않았던 탓이라고 본다. - 그리고 몇 개월을 쉬었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 시작한 '나의 아저씨'. 그때 보았던 회차가 몇 회였는지도 가물가물 했지만, 넷***는 친절하게 내가 시청을 멈춘 딱 그 지점을 알려 주었다.


그렇게 마지막 회차까지 며칠에 걸려 정주행을 했고, 그렇다, '나의 아저씨'는 나의 인생 드라마가 되었다.


성격상 드라마에 몰입하여 눈물까지 훔쳐가며 보는 경우가 그렇게 흔치 않은데, '미스터 선샤인' 이후 참 오랜만이었다.


눈물을 참을 수 없는 지점은 다소 의아하게도 회사 생활 관련된 부분이었다.


'나의 아저씨'에서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한 부분이기도 한데, 저 멀리 우주에서 본다면 티끌만치도 안 될, 이른바 일터라는 공간 안에서 온갖 인간 군상이 모여서 자아내는 사건사고, 울고, 웃고, 지지고 볶고 등등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이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이 빵빵 터지는 그야말로 난리법석 소란 통.


주인공 박동훈 부장(이선균 역)은 꾸역꾸역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뚫고 자의 반, 타의 반, 승진을 하게 되는데, 고요한 사무실 공기를 채우는 타자 소리만이 가득한 상황에서 불현듯 승진 발표 공지가 나고, 뒤이어 박동훈 부장의 승진을 바라 마지않던 팀원들이 내지르는 환호성에, 옆 팀 사람들이 축하한다고 박동훈 부장을 둘러쌀 때, 바로 그때, 눈물이 와락 터졌다.

드라마 속 승진 발표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참 그렇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일은 어느덧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고, 입사 초반에 가졌던 열정이나 패기 같은 것은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를 노련함과 유연함이 꿰차고 앉아 다만, 성실함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주말만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낸다. 급여와 승진이 회사 생활에서 주어지는 보상이라고 한다면, 급여는 노동의 대가로서 당연한 근로자의 권리이다. 그러나, 승진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상무-전무... 회사마다 다른 직급 체계와 직급별 근무 연한은 논외로 하고, 어찌 되었든 꼬꼬마 사원에서부터 단계 별로 차곡차곡 쌓아 올려서 강산이 두 번 이상은 변해야 부장이라는 직급을 달 수 있을테고, 소위 임원이라고 불리는 '상무'라는 별을 달기까지, 그 과정에서 겪었을 고난과 역경은 세세히 살피지 않더라도 어림짐작이 가능한 상황에서, 그렇게 힘들게 그 자리에 올라선 박동훈 부장이 참 대견했고,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다.


승진 발표를 보고, 가만히 핸드폰을 꺼내 이지안(아이유 역)에게 한자 한자 꾹꾹 눌러서 "상무 됐다. 고맙다."라고 문자를 보내며, 언제나 그렇듯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표정의 박동훈 부장을 보며, 동시에, 매일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출근길에 나서는 평범한 우리들이 떠올라,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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