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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Aug 25. 2022

X세대와 MZ세대

노을 이야기

연희동 한적한 골목길

해질 무렵, 어느 누군가에게는 노곤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뿌듯한 하루가 지나가는 오후의 풍경. 우리 부부는 이 길을 산책 코스로 자주 찾는다.


특히,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고 나서, 어느 곳이든 실내는 피하자는 마음이었고, 멀고 복잡한 곳은 싫고, 다만, 걷는 것만큼은 꾸준하게 즐기는 우리에게 동네 산책은 거의 유일한 선택지였다.


어느 저녁 무렵 산책하던 중에, 지나가는 집에서 저녁 준비를 하시는지 수저와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새어 나왔고, 때를 맞춰 남편은 갑자기 어린 시절 추억 하나를 꺼내 들고 경험담을 풀어내었다.


남편: 옛날에, 어렸을 때, 골목에서 신나게 놀다가, 이때 즈음되면 친구들이 저녁 먹으러 들어가잖아. 그러면, 집집마다 숟가락 놓는 소리, 식탁에 반찬 놓으면서 그릇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달그락, 달그락 요란했어. 예전에는 다 그랬지. 참 그리운 시절이다.

나: 정말? 나도 생각나는 거 있어. 우리는 3층짜리 아파트였는데, 저녁에 밖에서 놀고 있으면 엄마들이 OO야 그만 놀고 저녁 먹으러 들어와~라고 소리쳤던 기억이 나.

남편: 오~ 아파트에서도 그랬어? 나는 여러 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서 나고 자라서… 아파트 사정은 잘 몰라~ㅎㅎ

나: 그럼~ 그 시절이 다 똑같지 뭐!

남편: 부인하고 나는 시절이 다른데?


 X세대의 막내 격이지만 X세대의 정수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남편과 MZ세대의 시작은 내 나이 즈음부터라고 우기는 나. 남편과 나는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가까스로 동시대의 문물을 경험한 덕분에 시나브로 골목길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다.


누구 집의 숟가락과 젓가락 사정까지 훤하게 알고 지내던  시절 조각조각 떠오르는 추억에 공감하는 세대적 감성. ‘오징어 게임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실제 스토리 전개와는 별개로)    골목길 구슬치기 추억에 공감하고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는 골목길 입구 평상에서  같이 수박을 나눠먹으며 이웃들과 하하호호 정담 있는 얘기를 나누던 시절을 떠올리며 가끔 그리운 마음이  .


X세대와 MZ세대는 세상 일을 인식하고 해석하고 행동하는   이가 있긴 하지만, 저녁노을이나 비가 그친 하늘에  무지개에 매료되는 감정을 실시간으로 SNS에서 나누는 감성르지 않고, 골목 산책길에서 마주친 길냥이의  녹을듯한 애교에 발을 떼지 못하고 서성이는 심성을 가진 사람이고 보면, 정말 매체에서 떠드는 것처럼 서로 간에 그토록 다른가? 다.


저기 멀리, 오늘 하루를 서둘러 마무리 짓는 해와  뒤를 이어 나타날 분홍색과 보라색이 어우러진 노을빛 하늘을 보며,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지금  순간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  마음만큼은 그대들과 우리 모두 진심인 것을 너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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