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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Sep 01. 2022

즐거운 마음으로 회사를 다닙니다.

나의 해방일지

어느덧 15년 차 직장인.


처음 5년여는 적응하고, 배우고, 성장했고, 무엇보다 열정이 넘쳤다. 그다음 5년여는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업무에 이제 와서 어딜 가겠어하며 버텨 보자 하는 마음으로 보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최근 5년여는, 배짱이 생기고 너스레가 늘더니 웬만해서는 짜증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회사생활이 즐거워졌다. 더 이상 회사에서 사람에 상처받고 치이지 말자고, 좋은 사람들과 좋은 감정을 나누며 하루의 절반을 소중하게 쓰자고 결심한 이후의 일이다.


사회에서, 일터에서 만난 결이 맞지 않는 사람들을 애써 품으려고 했던 것부터 잘못이었다. 상대방 역시 나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는 것이 명백했지만,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쓰며 보낸 시간이 무심하게도 흘러갔다.


내가 들인 노력은 항상 인정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일하는 방식이 최선이라고 자만하며, 그런 나에게 돌을 던질 사람이 있을 리 없다고 감히 단언했던 시절의 일이었다. 그때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을 퍼뜨린 그 사람은 나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나를 밀어냈던 것인데, 그걸 깨닫지 못하고, 눈치 없이 ‘왜 나를?’이라고 생각하며 무작정 들이밀고 정면돌파를 시도했으니… 참으로 무모했고 철이 없었다.


그는 치졸한 수법으로 나를 무너뜨리려고 했지만, 세상만사가 어디 그렇게 자기 입맛대로 순순히 풀리는 것이던가.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어딘가에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이 두 사람쯤은 있었다.


1:2. 지고만 살라는 법은 없다.   




뒤늦게 ‘나의 해방일지’를 봤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모든 이를 위한 헌사와 같은 드라마라고 생각했고, 삼남매와 구씨 외에도 해방클럽 멤버들 각각이 처한 상황적 맥락에 매우 공감했다.


거의 마지막 편에서 염미정(김지원 역)이 구씨(손석구 역)에게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 하잖아요."라고 했을 때 '아, 이거구나!'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추앙'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환대'하는 것. 그러한 시간이 쌓여 그럭저럭 괜찮은 하루가 되고, 한 달이 되고, 영원(永遠)이 된다.


다만, 싫은 사람들에 대해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원망도 갖지 말아야 한다. 싫은 사람들에 대한 기대는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기에, 이들에 대해 실망한다면 그건 오롯이 나의 탓이다.


최근 5년여 동안 내내 즐거운 회사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건, 회사와 사람들 관계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킨 덕분이다.




이제 ‘나의 해방일지’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는데, 솔직히 그게 잘 안된다.

이만, 퇴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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