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속으로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신라 천년의 유구한 역사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경주.
경주 여행의 마지막 날 들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신라의 진면목을 확인했다. 입장료가 유료였다고 하더라도 꼭 한번 들려야 하는 곳이었다. 본 전시관인 신라역사관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은데, 개별 전시실마다 출토된 고분 유물이 말 그대로 ‘수북하게’ 쌓여 있어 놀라울 따름이었다. 수장고 내 유물과 아직도 발굴이 진행 중인 유물까지 더한다면 전시관 증축도 모자라겠지.
붐비는 신라역사관을 지나, 특별전시관에 들어섰다. ‘금령 어린 영혼의 길동무 (~3/5/2023)’라는 전시가
진행 중이었고, 제목만 봐서는 감이 오지 않았는데, 중앙 벽면에 부착되어 있는 스크린에서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엮어서 보여주는 영상을 찬찬히 보니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안타깝고 고귀한 영혼이여.
금령총에서 발견된 유물의 크기로 미루어 짐작해 볼 때, 이 무덤의 주인은 어린아이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전시된 유물의 크기나 만듦새가 대체로 자그마하고 귀여웠다. 아이를 먼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이야 그 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귀족 신분의 아이였기에 껴묻거리로 온갖 진귀하고 화려한 것들을 잔뜩 넣어주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중, 국보로 지정되어 있기도 한 ‘말 탄 사람 모양 주자’의 함의가 조명되었는데, “'말 탄 사람 모양 주자'는 흔히 주인상과 시종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가는 시종상으로 알려진 사람은 오른손에 방울이 꽂힌 막대를 들고 있어 제사를 주관하고 무덤 주인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제사장 또는 무당일 수도 있습니다.”라는 설명에 눈길이 갔다. 어린 무덤 영혼이 혼자 가는 길 외롭지 말라는 부모의 마음이려니.
다시 보니, 세세한 빚음새가 눈에 들어오고 애틋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랄까.
박물관을 나서는 길, 경주 여행의 마지막 여정을 국립경주박물관으로 정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 날 오후 늦게 경주 시내에 들어서서 숙소에 체크인하고 나와서 주변을 거닐며 고개를 들면 보이는 고분들이 참으로 생경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루쯤 지나자, 어느덧 다른 사람들처럼 고분과 고분 사이를, 고분 곁을 아무렇지 않게 산책하고 있었다. 불국사의 석가탑, 다보탑도 보았지만, 해 질 녘 대릉원 돌담길을 걷고, 첨성대 보러 가는 길 너른 벌판에서 한가롭게 연 날리는 사람들 구경하고, 뉘엿뉘엿 해가 지는 고분 풍경을 바라보던 시간이 (돌아보니)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
2박 3일 경주 여행. 보고 싶고 배우고 싶고 깨닫게 되니 하나하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경주는 스쳐 지나가듯 보는 곳이 아니다. 역사의 숨결이 시나브로 스미도록, 오래도록 머물러야 할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