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친정어머니가 가끔 대형마트표 노르웨이산 생연어를 소분하여 작은 통에 여러 개 담아 주신다. 식구 중에 유일하게 연어 구이를 좋아하는 사위를 위한 장모의 살뜰한 마음 표현.
친정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 연어를 잘 드시지 않고, 나는 생연어를 활용한 그 어떤 요리든 매우 잘 먹지만, 구운 연어는 입맛에 맞지 않아 한다. 이 맛있는 구이를 왜 먹지 않냐며, 나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보는 남편. 싫은 걸 어쩌겠어…
이번에 소분해 주신 통의 개수를 보니 유독 양이 많아 보였다. 남편은 냉동실이 연어로 두둑하게 채워져 만족스러운 가운데 한편 미안했는지, “나 혼자 다 먹긴 양이 많은데, 구이는 싫지?”라고 은근하게 말을 붙여온다. ”응. 구이는 당기지가 않아. 내가 언젠가 시도해 보려고 하던 참인데, 양파만 있으면 연어장을 만들어 볼까 싶어~ 연어장은 내가 잘 먹잖아. “라고 모르는 척 대답을 했다.
다음 날 저녁, 팀 회식이 있어 밤 10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갔다. 맥주도 한 잔 걸쳤겠다, 알딸딸한 상태에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튜브 고추냉이가, 그리고, 채소 칸에는 양파 한 망이 어렴풋이 보인다. 아~ 뭐야~~, 설마, 연어장을 직접 만들어주려는 건가? 싶었지만, 짐짓 모르는 척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또 다음 날 저녁, 칼퇴를 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반색하는 그를 보니, 어제 내가 (알딸딸한 상태에서) 본 게 헛것이 아니 구나 싶었고,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가 번진다. “얼른 손 씻고, 앉으시지요! 특식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라며, 그의 양쪽 어깨가 한껏 올라간다.
엄연히 성격과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부부의 연을 맺고 살아간다는 것은 상상 이상의 모험이다. 연애하는 기간 동안 어느 정도 마음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하지만, 같이 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보다 조금 더 배려하고, 조금 더 양보해야만이 두 사람이 그리던 평행선이 종래에 어느 한 지점으로 수렴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자면, 그는 항상 나를 배려하고, 무조건 양보하는 사람이다.
유명한 레시피란 레시피는 모두 참고해서, 특제 소스와 양질의 재료로 만든 연어장으로 덮은 밥, 일명, 연어덮밥의 맛은? 환상적이었다. 뭐든 한번 한다고 하면 끝을 보는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물이 아닐지.
그런데 말입니다?
시판용과 달리 한눈에 봐도 두툼하게 썰린 연어로 정성껏 만든 연어장으로 와이프에게 즐거운 식사 한 끼를 선사한 그의 눈이 갑자기 게슴츠레하다. “아… 너무 피곤하네… 눈이 침침한데, 양파를 너무 많이 썰어서 그런가?” 라며…
레시피 공부, 냉동된 연어 해동, 소스 제조&끓이고 식히기, 보슬보슬 밥 짓기.
하나부터 열까지 당신의 정성스러운 마음 다 알아요. 고마워요.^^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 틈틈이 지어 발행한 글이 어느덧 40개가 넘었습니다. 이번 글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초보 작가를 열렬하게 응원해 주는 1인 팬클럽 회장 남편을 위한 특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