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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Sep 25. 2023

공씨책방

누군가에겐 보물섬 같은 곳

늘 지나다니던 길에 있던 곳이다.


용기를 내 한번 들어가 봤다. 한 계단, 한 계단 내려가는 길목 양편에 무심하고 높다랗게 책이 쌓여 있었다. 그 사이를 뚫고 양편의 책더미가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조심 내려가 본다. 여기가 입구가 맞나?


입구에 다다를 때쯤, 잔잔한 선율의 샹송 같은 음악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고, 안경을 쓰신 여사장님이 카운터에 앉아 소설인지 시집인지 읽고 계신다.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아날로그적 감성.


마침, 손님이 한 분 계셨다.


나이 지긋하신 남자분이셨는데 책 두 권을 구입하시면서, “사장님, 일요일에는 문을 안 여신 다고 하셨죠? 다음에 꼭 한번 다시 올게요.”라고 하셨다.


사방 천장 책으로 빽빽하게 쌓인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책 먼지가 말도 못 하게 많을 테니 빨리 둘러보고 나가자는 마음의 소리는 귓가에 닿지 않는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앞의 손님과 똑같이 “저도 꼭 다시 올게요.”라고 사장님께 다짐하듯 말씀드리고 나서야 나왔다.


지하 계단을 올라와 다시 책방 입구에 섰다. 토요일 오후의 햇살이 눈부시다.

카운터 우측에 있는 이 공간을 보자마자 이 각도로 사진을 찍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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