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멀티플렉스 극장이 있는 곳(지금도).
2000년대 초반 대학교에 다니던 때 근방에 유일했던 멀티플렉스 극장이 강변테크노마트 꼭대기 층에 있었다.
중고등학교 C.A. 시간에 교지 편집부 활동을 하면서 종종 갔던 종로의 오래된 영화관과는 차원이 다른 편리함과 신선함이 있었고, 영화를 즐겨 본다고 하는 친구들은 그 시점 기준으로 일제히 멀티플렉스 극장으로 발길을 돌렸던 것 같다.
조금 더 전인 1998년, 강변테크노마트가 막 문을 열었을 때, 친구들이 하나둘씩 갖기 시작한 전자사전이 그렇게 갖고 싶어서 그것만 있으면 영어 공부가 훨씬 잘될 것만 같아서 아버지를 졸라 전자사전을 사러 갔었다. 지금 기억하는 가격이 맞는다면 그 당시 기준으로도 꽤 고가였고, 흥정에 전혀 소질이 없으신 아버지는 점원이 부르는 가격 그대로 “잘 알겠어요.”라며 바로 지불하셨다(그 전자사전을 버리지 못하고 지금도 갖고 있다. 아버지께 죄송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렇게 흘러버린 세월이 25년.
2023년 늦여름, 오랜만에 찾은 강변테크노마트.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장마철 습기를 머금은 우중충한 하늘 탓인지 예전의 색을 많이 잃어버린 느낌이다.
멀뚱히 높다랗게 서 있는 게 괜스레 애잔했다.
동서울터미널에 전망대, 보행데크…서울 도시공간 대개조 시동 (출처: 내 손안에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