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이 다 했다.”
벽돌을 주재료로 한 건축물은 너무 단조로워 보인다는 것이 평소 생각이었다.
이런 나의 고정관념을 철저하게 깨뜨린 건물을 보고 오는 길이다.
청명한 가을 햇빛이 반짝이던 날, 대학로의 아르코 예술극장/아르코 미술관으로 향했다. 혜화역 2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몇 발짝 안 가서 바로 보이는 터라 매우 찾기 쉽다. 그리고, 두 건물은 바로 인접해 있다.
대학로에서 만나자고 하면 으레 약속 장소로 잡는 마로니에 공원, 바로 그곳이었다. 마로니에 공원에 못해도 열댓 번은 왔을 텐데, 만남의 순간 우리를 둘러싼 풍경이었을 이 두 건물의 존재는 깨닫지 못했다.
오늘은 오직 두 건물을 보러 왔다.
공원 곳곳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시는 분들 사이를 지나, 단체 견학을 왔는지 변성기를 이제 막 지나는 남학생들의 거친 쇳소리가 오가는 한 복판에서 집중력을 끌어모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바닥부터 위까지 그 어떤 재료도 섞지 않고 오로지 빨간 벽돌로 한 장 한 장 간격을 맞춰 쌓아 올렸다. 설계한 이의 자신감과 지은 이의 철저한 직업의식이 없다면 이뤄내기 어려운 성과라는 생각이 든다(그렇다, 이 두 건물은 건축가 김수근의 작품이다).
오늘따라 파란 하늘과 대비가 되어 벽체의 붉은색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 벽돌이 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