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접속’의 그 장소
나이가 지극하신 할머니 한 분이 입구와 등을 지고 LP판을 능숙하게 한 장 한 장 넘기고 계신다. 그 옆에 한 외국인이 CD를 요모조모 살피고 있다.
나는 사실 서울미래유산 스티커를 받으러 온 입장이었고 당장에 음반을 살 계획은 없던 터라 주춤주춤. 무인가게도 아니겠고, 사장님이 어디 가셨을까? 하며 두리번거렸다.
그제야 등을 지고 있던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직감적으로 이분이 사장님이시구나 싶어서, “죄송하지만, 서울미래유산 스티커 있나요?”라고 하자, 아무렇지 않게 웃으시며 카운터로 가시더니 스티커를 하나 꺼내주셨다. ‘뭐라도 하나 구입할 걸 그랬나…’싶은 멋쩍은 찰나의 순간.
학창 시절, 학교 앞에 음반 가게가 하나 있었다. 좋아하는 가수의 새로운 음반이 나오면 하굣길에 부리나케 들러 테이프를 사는 게 일이었는데.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가게 문에 딱 내 눈높이에 오늘 받은 스티커가 무심하게 붙어 있는 걸 보니, 마치, 학창 시절 아낀 용돈으로 테이프를 샀던 순수한 마음처럼 (무료) 스티커 하나를 소중하게 받아 나오는 불혹의 나이에 이른 어른의 수줍은 마음이 들킨 것 같아서 창피했다.
다음번 방문 시에는 어른답게(?) 꼭 구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