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아침 산책
주말 아침 일찍 산책을 나섰다. 매번 가던 길에서 살짝 벗어나 얼마쯤 걸었을까, 서강대가 보인다. 그래, 서강대는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으니 한번 들어가 보자!
서강대 본관을 설계하신 분이 김중업건축가라는 정보는 어렴풋이 들어서 알고 있었다.
남문으로 진입해서 캠퍼스 배치도상 본관 위치를 확인한 후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다. 몇 개의 건물을 지나야 본관을 만날 수 있었는데, 남문을 통해 들어간 덕분에 약간 높은 지대에 위치한 본관 전체 모습을 우측 측면에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그날따라 아침 햇살이 쨍하니 반짝였던 터라 건물의 외관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체적으로 낮고 길게 뻗은 느낌인데 전면에 창을 많이 냈다. 주 출입구 쪽 위에 굴곡진 캐노피를 두어 변주를 주었고, 전면 우측 창을 낸 부분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기하학적인 패턴의 장식 구조물을 덧댄 것이 인상적이다. 눈비가 창문에 직접적으로 들이치지 않도록 하는 실용적인 목적 외에 건축가의 세련된 감각이 더해진 게 느껴진다.
건물의 뒤편에는 더 크고 광활한 창을 품은 출입문이 나 있는데 이 부분만 보면 학교 건물이라기보다는 넓은 마당을 가진 저택 입구를 마주한 느낌이었다. 주말이라 문이 굳게 닫혀 있던 탓에 유리문에 코를 박고 안쪽을 구경했다.
‘계단 난간 역시 예사롭지 않아.’
그렇게 한 바퀴 돌아나가는 찰나에, 건물 측면에 벽 안쪽으로 움푹 팬 형태로 설치되어 있는 창문이 마지막 한 걸음을 붙잡는다.
‘그렇지, 창문 하나도 그냥 내는 법이 없지!’
인적이 드문 주말 아침 교정에서 고요한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명한 작품을 나 혼자 독차지하고 감상한 기분에 우쭐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