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리고 한강
10여 년만의 방문이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때는 경기도민, 지금은 서울시민이라는 점. 왜 이런 얘기를 하는고 하니, 처음 선유도 공원을 찾게 된 계기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결혼하기 전까지 서울-경기도를 넘나들며, 하루의 절반 이상을 서울에서 보냈지만, 막상 직장이 위치한 곳 이외 다른 지역은 항상 낯설고 두려웠다.
서울을 좀 더 알고 싶었다.
그즈음, 한 비영리단체에서 진행하는 서울 지역 답사 프로그램을 신청했고, 방문지 중의 하나가 선유도 공원이었다. 그때만 해도 양화대교가 어디 있는 것인지, 그 아래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는 게 무슨 말인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당시 인솔자는 무려 이 공원을 설계하신 분이었고, 그분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깨우쳤다.
이곳은 ‘1978년부터 2000년까지 서울 서남부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이었고’ (‘서울의 공원’ 홈페이지 참고), 2002년 공원으로 탈바꿈하기 전까지 식물에 둘러싸인 눈에 띄지 않는 작은 봉우리 섬으로 사람들의 관심에서 제법 멀어져 있던 공간이었다.
폐정수장이 이렇게 멋진 생태 공원으로 재탄생되었다는 것이 그날 답사에서 마음에 새길만한 ‘한 줄 요약’이었으나 나에게 있어서 또 다른 의미로 소중한 시간이었으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강을 제일 가까운 곳에서 원 없이 바라본 날이기도 했다.
’이게 서울의 한강이구나. 참 예쁘네.‘
이번 방문길에 그 애틋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일부러 양화대교 버스 정류장에 내린 후 아래쪽에 난 길을 통해 공원 입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다.
다리 위로 쌩쌩 달리는 차들의 소음이 차츰 멀어져 갈 때쯤, 눈앞에 고요하고 잔잔하게 빛나는 한강이 한 폭의 그림같이 펼쳐졌다. 그리고 때마침 저 멀리 2호선 열차가 여의도를 배경 삼아 유유히 지나간다.
’ 오늘 선유도 공원은 이거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