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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 Oct 18. 2023

망우역사문화공원

사색의 공간

망우리 공동묘지에 밤이 되면 귀신이 나타난다고 했다. 그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얘기를 밥 먹듯이 듣고 자랐다. 버스가 망우리 고개를 넘을 때쯤이면 괜히 눈도 감았다 뜨고 반대쪽 창문에 시선을 고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부모님이 주말이면 망우리 공동묘지로 산책하러 다니신다는 거다.


말도 안 돼. 그 무섭고 으스스한 곳에 뭐 볼 게 있다고 가신담? 의문스러운 얼굴을 들이미는 내게 심심하면 따라오라고 하셨다. 그렇게 발을 들였다.


세상에나.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생각보다 아름답고 고요하고 아늑했다.


2021년 망우역사문화공원이라는 명칭을 새로 얻은 이곳은 일제강점기에 개장하여 40년간 공동묘지로 쓰였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우리나라의 근현대 위인들이 잠들어 계신다.


잘 조성된 산책길을 따라 한 바퀴 크게 돌면서 온몸으로 계절을 느껴본다. 상대적으로 도심지와 먼 곳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묘지공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성묘 시즌을 제외하면) 언제 가도 크게 붐비는 편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곳을 걸어본다는 행위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운동 겸 부모님을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한번 곰곰이 떠올려 보는 것이다. 내 인생의 끄트머리에서 후회를 하기보다는 그저 허허 웃으며 이 정도면 잘 살았네 하고 싶은데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꼭 한번 들려봐야겠다. 무슨 얘기를 하시려는지 그림만 봐도 잘 알겠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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