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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블 Oct 27. 2024

나 노릇 해 보자

불혹의 자아 찾기

나의 프라이언트 R님에게.

나를 꺼내볼 수 있는 용기를 주어 감사합니다.




요즘 나의 고민은?


 불혹을 앞두고 있다. 공자는 불혹은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나이라고 했는데, 나는 여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무언가에 계속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 그래서 나의 현재 고민은 "나"이다.

  갑자기 나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오랫동안 미루고 덮고 있던 것을 꺼내고 있는 거다.




나는 내가 부끄러웠다

 나에게 만족이 없었기 때문인지 큰 이유는 없지만 내가 부끄러울 때가 많았다. 열심히 했으나 그 자체를 바라보지 못하고 자꾸만 단점만 보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위축되고 긴장을 많이 한다. 사랑받고 싶으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나를 잡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수많은 눈 가운데 정작 나는 내 눈을 빼버린 것 같다. 스스로 내 눈을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보이지 않아서 나를 제대로 마주하지 않았던 걸지도…




 내가 제일 처음 나에 대해 고민했던 중학생 때 "스스로가 고민이 되고 마땅하게 하고 싶은 게 없으면 그냥 눈앞에 것을 해봐. 그러다 보면 무언가 하고 있고 무언가 될 거야"라는 선생님의 말에 홀랑 내 고민을 덮어버렸다. 그냥 열심히만 하면 무언가 되어 있을 거라는 착각과 함께.


 부끄럽게 고백하자면 열심히는 살았는데 이제와 고민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덮어져 버린 나로 인해 나만의 방향성이 없어서가 아닐까 싶다. 계속 다른 누군가의 방향성을 쫓아가고 있었던 나의 모습만 생각난다. 그렇게 누군가의 노릇을 하며 살아왔다. 딸노릇, 학생노릇, 직장인노릇, 며느리노릇, 엄마노릇. 문제는 행동은 내가 하지만 나라는 주체가 없는 노릇만을 해 왔다는 것이다. 그저 그렇게 열심히 하기만 하면 다 이루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나”라는 중심이 없는 삶에서 이루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나를 잘 모른 채 살다 보니 갑자기 찾아온 감정의 변화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대로 사라져 버리고 싶기도 하면서도 살고 싶기도 하고, 소용돌이치는 그 어떤 감정, 내 의지대로 전혀 바뀌지 않는 감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꼭 회복해야 했다.


 이전의 나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그런데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선 그 실체 없는 무언가가 나의 발목을 잡았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하루종일 제대로 생활할 수가 없어서 몇 날 몇 달을 마지못하게 살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것들을 찾아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잘 먹고 잘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그렇게 나의 미라클모닝은 다시 시작되었다.

 자발적이며 반 강제적인 514 챌린지를 1년 하고 지금은 그때의 도반과 함께하고 있다. 한 달의 14일은 꽉꽉 채워서, 나머지 시간들은 자율적으로 미라클 모닝을 하지만 지금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려고 노력한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라는 말처럼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아침을 맞이한다. 미라클모닝을 하며 가장 좋은 점은 잘 잔다는 것이다. 일찍 일어나기 위해 일찍 자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몇 달은 걸렸지만 난 암흑 같던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음이 힘들수록 더 일찍 일어나고 있다. 그때에도 나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을 회복하니 금세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버렸다. 내가 우선시하는 것이 또다시 내가 아니었다.



이제 나 노릇 좀 해보자

 

 아이들도 조금 컸고 생활이 안정화되니 난 뭐 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불안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그렇게 다시 나에 대해 고민해 보니 나는 그동안 온전하게 나 노릇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 거다. 나 스스로를 늘 뒷전에 두곤 했기에 나 노릇을 할 줄 모르고 어른이 되었다. 무슨 노릇을 해야만 사랑받는다 생각했던 나의 지난날이 자꾸 떠올라 내가 너무 불쌍했다. 나의 것을 제대로 찾을 생각을 안 했던 나 스스로가 원망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러다 엉겁결에 시작하게 된 모닝페이지를 쓰며 나에 대한, 내 주변이었던 것들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다. 며칠간 울며 내가 한 결심은 작심삼일을 계속하더라도 나를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래, 시작이 어려울 뿐이지 계속해서 하겠다는 의지는 갖고 있잖아.




 다시 미라클모닝을 시작한 후 나를 위해 여러 가지에 고민하며 마구잡이로 다양한 분야에 참여했었다. 처음에는 버거웠는데 지금은 나에게 맞지 않는 부분은 가지치고 내 마음을 쏟을 수 있는 곳들에 하나 둘 정착하고 있다.


 여러 활동을 시작하며 시작한 것들이 많아졌다. 함께하는 미라클모닝은 3년 차가 되어가고, 낭독하는 북클럽서예는 2년 정도  되어간다. 아, 설렘으로 시작했던 자이언트플라워 공예도 있네. 그리고 올해가 시작한 모닝페이지달리기까지. 되돌아보니 나 꽤나 꾸준히 하는 사람이었는데 잊고 있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그래, 시작은 했고 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욱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아이에게 왜 공부하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엄마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요.

 꾸준히 배우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모습이 좋아요 “

 괜시리 얼굴이 화끈거렸다.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은 부끄럽기만 한데 나를 보며 성장하는 아이를 보니 더더욱 나를 잘 찾아보고 싶어졌다. 육아를 하면 보고 배우는 것의 힘을 절실히 느낀다는 게 바로 이런 건가 보다.




 글을 쓰고 다시 선생님의 말을 짚어보며, 어쩌면 중학생의 나는 선생님의 말을 왜곡해서 이해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아무거나 열심히 하면 돼"라는 이야기 속에 내가 원하는 여러 가지 중 아무거 나가 아니었을까? 그동안 최선을 다하지도 않은 채 문제를 내가 아닌 곳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여전히 왜곡된 생각을 하지만 지금에서라도 재해석을 해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나를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라 다른 것이 눈에 뵈지 않아 왔다. 그래서 샤라웃 한다. 어른이 되었어도 여전히 서툰 나이지만, 지금이라도 나를 찾는 여정을 잘 다져가고 싶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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