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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제남 Mar 08. 2024

학교 스마트폰 허용, 찬반은?-독한엄마4화

청소년인권? 도파민에 중독? 가상세계 속의 멋진 신세계?

자동차운전, 청소년들도 신체성숙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운전면허 취득 가능나이를 만 18세로 정하고 있다.

해외도 대부분 만 16세를 넘어야 취득할 수 있다.

운전 가능 나이를 제한한 이유는 청소년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청소년 시기는 아직 뇌가 급속하게 발달하는 단계로 미완성상태로 불안정하다.

사람의 감정적 변화를 담당하는 변연계, 의사결정과 행동을 통제하는 전두엽은 발달속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뇌에서 감정적 반응 및 정서, 그리고 동기를 담당하는 부위인 변연계는 청소년기에 완공 단계에 이르러 있다. 변연계 중에서도 편도체는 즉각적이고 강렬한 감정, 예를 들면 분노, 공포, 공격성, 흥분 등을 처리하는 뇌 영역이다. 성인이 되어가면서 변연계는 전두엽의 통제를 받게 되지만, 전두엽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의사결정과 행동이 변연계의 지배를 더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청소년들은 충동을 잘 억제하지 못하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며, 본능에 더 민감하고, 쉽게 흥분하거나 좌절하는 것으로 보인다.(경향신문, 2017.3.1)'


변연계와 전두엽의 성숙도 차이가 클수록 감정적, 충동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져 사고위험도(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운전가능 나이를 소위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를 피하도록 정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강한 중독가능성을 생각하면 스마트폰 사용 또한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동국대 석좌 조벽교수는 '스마트폰은 자동차키와 같다'며

청소년 시기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과학교사였던 나는 이런 점을 고려해서 두 아이를 기르며 사춘기를 지나서

스마트폰을 사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아이들한테도 어릴 때부터 미리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둘째 애인 아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휴대폰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아들: 친구들이 연락이 안 된다.

나: 집으로 전화하면 된다.

아들: 자기만 폰이 없어서 같이 못 논다.

나: 그렇게 안 놀아도 된다... 등


결국, 아들도 엄마인 나의 논리를 받아들였고, 중학교 2학년 즈음에 자율적인 활동이 많아지는 시기인 점을 감안하여 연락차원에서 2G 폰을 사줬다.

그리고 고등학교 수능시험을 마친 후에,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것일까?

나는 교장으로 근무하던 2019년 겨울, 2020 신학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일로 큰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소신대로 학교규정집에 있던 '학교에서 소지하지 않는다'라는 원칙을 2020년부터 적용하는 것을 추진했다.

이때 학생인권의 문제로 교원들 간에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졌다.

문제가 더 복잡해진 이유는 내가 부임하기 전인 2017년에 소지가 가능한 것으로 개정한 생활규정을 담당교사가 놓쳐서 규정집에 반영하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을 추진한 이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치열한 논의 끝에 2020년 1학기에 다시 차분하게 3 주체 협의과정을 거쳐 추진하기로 결론을 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다시 논의하지 못하고 교장임기를 마치게 되어 매우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당시 이 논쟁 과정에서 한 교사가 소설 [멋진 신세계]를 예로 들며 한 말을 듣고 나는 깜짝 놀랐었다.  

다른 교사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던 이전 학교 근무경험을 이야기하며,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게임에 빠져있지 않고 더 잘 활동적으로 친구들하고 어울리며 뛰어논다"며 스마트폰 학교 내 사용금지를 찬성했다.

이 말에 대해 그 교사는 그런 학생들의 모습이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 보여주는 '신세계' 같은 거 아니냐고 했다. 소설 '멋진 신세계' 속의 신세계는 인간의 삶에 대해 자연적인 삶과 죽음이 아닌, 인위적으로 유전공학으로 필요한 직업군의 인간을 만들고 사망 때까지 팽팽한 젊음을 유지하며 살다 깔끔하게 죽는 삶을 그린 소설이다.

이 책을 이미 읽었던 나는 그 교사와 반대로 생각되었다.

아이들이 현실의 실제 삶이 아닌 가상의 공간인 스마트폰 속의 인터넷 세상에서 가상의 삶을 살아가는 것에 익숙한 것이 오히려 소설 속의 '멋진 신세계'라 생각되었다.

당시 이 소설내용으로 논쟁을 하진 않았다.

논쟁이 더 길어지는 피로감과 현실적으로 이 책을 안 읽은 교사들도 많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처럼 법률로 청소년 시기 스마트기기 사용을 규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되고 중독문제가 심각한 점을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학생인권의 차원이 아닌 과학과 정신건강의 차원에서 합리적 기준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운전할 경우 사고 낼 위험이 큰걸 알면서도 자동차키를 쥐여준다면 그것은 '아동학대'일 수 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 기준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프랑스, 3~15세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8/01/2018080100754.html

조희연 “스마트폰 과의존, 공교육 차원 치료적 접근 필요”

[도파민 인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인터뷰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2978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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