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10분, 심장 쫄깃한 시간
일의 범위는 정해져 있지만,
매일 여러 팀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팀원들끼리 분배가 된다.
오늘 무슨 일을 맡게 될지는 나도 그때 가봐야 안다.
사실 재미가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 부서가 매일 심장 쫄깃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이유이다.
며칠 전, 나는 호주 지점 업무를 받았다.
호주 지점 일은 이상하다. 대체로 아주 쉽거나, 아니면 아주 어렵다.
이번에는… 파일을 열자마자 느낌이 왔다.
아, 이건 어렵다.
첨부된 서류들이 끝이 안보였기 때문이다.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감이 안 온다.
이럴 땐 오래 붙잡고 있는 게 오히려 손해다.
어차피 한 번에 끝날 일이 아니라면, 차라리 빨리 틀리고 고치는 게 낫다.
붙잡고 있을수록 스트레스만 쌓인다.
일 시작 전,
우선 큰 숨을 한 두 번은 들이마셨다 쉬어준다.
수십 개 파일을 모두 열고 빠르게 훑어본다.
역시.. 예상했던 신탁관련한 내용이다.
신탁 업무는 위탁자/ 수탁자/ 수익자 사이의 복잡한 계약 관계를 해석하고 파악해야 하기에 복잡하다.
호주는 이런 신탁업무가 다른 아시아 태평양지역에 비해 비중이 많고, 다른 나라에는 없는 형태의 관계가 있어서 추가적으로도 검토해야 할 부분도 있다.
모든 자료가 완벽히 구비되길 기다리면 마감 기한을 맞출 수 없다.
우선 파악된 정보만으로 초안을 잡고, 부족한 부분을 정리해 공유하는 것이 글로벌 협업에서는 훨씬 효율적이다.
이메일로 관련부서에게 문의를 하기 전, 혹시 이미 준 문서를 내가 놓친 건 아닌지 두 번 세 번 읽어본다.
어제는 호주 프런트 오피스와 통화를 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하나씩 짚어가며 물어봤다.
설명을 듣다가 내가 잠깐 멈추니까, 상대도 말을 멈췄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한마디 한다.
“… 이거, 너무 복잡하죠? 아이고 미안해요.”
" 네! 너무 복잡해요 하하."
순간 투정을 부리며 같이 웃었다.
호주 프런트 오피스도 이 건의 복잡함을 알고 있었다. 서로의 고충을 인정하며 한바탕 웃고 나니, 보이지 않던 업무의 실마리가 조금씩 잡히기 시작했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통화를 마치고 다시 서류를 본다.
방금까지 이해한 것 같았던 문장이 다시 읽으니까 또 낯설다.
몇 줄 읽다가 위로 올라가고, 다시 읽다가 멈춘다.
엑셀파일에 이해한 것을 다시 적어보고 계산도 해놓지만, 내용이 방대해서 볼 때마다 헷갈린다.
자료라도 다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직 필요한 게 덜 왔다.
손을 대고는 있는데,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은 아니다.
진짜 눈물 날 것 같다.
신탁같이 복잡한 구조는 할 때마다 새롭고 또 다르기도 하다.
어떻게 깔끔하게 잘 정리를 해야 하나 하다가, 이럴 때마다 떠올리는 말이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지금은 복잡해 보여도 어딘가에 답은 있다.
우리 부서는 신속 그리고 정확한 게 생명이기 때문에
일단 자료가 부족한 호주 일은 자료가 다 오면 그때 마무리 짓기로 한다.
오늘 새로 받은 일본 일을 열어본다.
마음속으로 제발 이번엔 쉬운 거주세요 하면서.
"여러분은 감당하기 힘든 업무가 쏟아질 때, 어떤 주문을 외우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