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석맘 지은 Oct 31. 2020

천국 하와이에도 옥에 티가 있다

하와이에 살면서 불편한 점

  지상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하와이, 살다 보면 분명히 옥에 티를 발견하게 된다.  

  이 곳 사람들은 그것을 천국에 사는 대가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도 늘 말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함께 있듯이, 하와이에서도 불편함에 불평하기보다 이왕이면 좋은 점에 집중해서 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다. 하와이에서 그 나쁜 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해해 본다면 천국의 삶을 더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와이에 처음 오면 대부분 와이키키 주변에 며칠 묵고 동부 해안도로 따라 노스쇼어 코스로 하루를 보내고 와이켈레에서 쇼핑으로 마무리하는 일정으로 계획을 짜게 된다. 그래서 처음에는 하와이의 날씨에 감탄하고 바다의 아름다움에 취하고 와이키키 주변의 상가의 화려함과 쇼핑센터에 온통 눈을 뺏기게 되고 아름다운 기억만 가지고 돌아갈 것이다. 그래서 처음 하와이에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하와이에 오는 사람은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와이키키를 조금만 벗어나 주택가로 접어들면 또 다른 하와이의 얼굴을 보게 된다. 나는 하와이의 옥에 티로 비싼 생활비, 전신주와 전깃줄, 홈리스 피플과 바퀴벌레를 꼽는다.


  하와이의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월세. 내가 만약 유학 준비할 초창기에 이곳의 월세를 알았더라면 심각하게 방향을 틀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의 임대료는 정말 비싼 것도 아니다. 40년도 더 된 콘도에 여기저기 부서지고 고장이 나는 집이라도 투베드룸에 월 2000~2500불(약 240만 원~300만 원)이다. 와이키키나 알라모아나 센터 등 중심가에 더 가깝고 카카아코 지역에 새로 지은 건물이라면 월 3500~4500불 이상. 멀쩡하고 살기 좋은 한국의 우리 집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주거비뿐 아니라 모든 생활비가 비싸다. 주로 포장해 가는 식당에도 10불 이하 메뉴는 거의 없다. 식당에서 먹을 때 주게 되는 15%의 팁까지 더하면 3명이서 40~50불 정도는 쉽게 식비로 지불하게 된다. 특히 손이 많이 가고 재료가 구하기 어려운 한식, 일식 음식은 더더욱 비싸다. 하와이에서는 거의 한식당에 가지를 못했다.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모든 이유가 하와이가 섬이라서 모든 물건이 배를 타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천국에 사는 비용이 틀림없다.   


  또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전기이다. 

  하루는 높은 지대에 있는 친구의 집에서 우리 집으로 가는 길에 내려다 보이는 다이아몬드 헤드와 바다가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주차를 했다. 그런데 아무리 사진을 찍어 보아도 이상하게 잘 나오지 않았다. 가만히 보니 그 도로를 따라 전선주와 전깃줄이 어지럽게 늘어져 있었다. 그걸 인식하고 내려다보자니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바람이 강한 하와인데 전신주가 부러져 전깃줄이 땅에라도 닿으면 인근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위험할까 싶었다. 하와이에서는 비바람이 강할 때 국지적으로 정전이 잦은 편인데 틀림없이 전선이나 전신주의 문제이다.  실제로 친구가 놀러 왔을 때 동부 해안도로를 따라 노스쇼어로 가는 길에, 1차선 도로에 전신주가 가로로 쓰러져 복구공사로 양방향 도로를 모두 막은 적이 있었다. 목적지가 코앞이었는데 지나갈 방법이 없었다. 위험한 상황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와이에서는 하우스가 아니면 가스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래서 당장 정전이 되면 막막해진다. 가스레인지가 아닌 전기레인지로 밥을 해야 되는데 대책이 없다. 더군다나 더운 나라라 장시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냉장고부터 걱정이 된다. 처음에는 영문도 모르고 집주인으로부터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해 참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전기회사 앱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휴대용 가스버너와 양초, 전등을 두어 만의 하나 사태에 대비도 해 두었다. 고급 콘도나 주택에는 발전기도 따로 있다고 하니 전기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것 같다.  

  전기세도 미국에서 가장 비싸다고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편리하다고 무턱대고 건조기를 돌렸다가 방 한 칸 없는 손바닥만 한 스튜디오(원룸)에서 전기세가 160불 정도나 나왔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섬 자체적으로 전기를 마련해야 할 텐데 한정된 자원으로 전기를 생산하다 보니 역시 비싼 점이 이해가 간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는 우리나라 아주 시골에나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전신주와 전선들이, 천하의 하와이에서 주렁주렁 달려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하와이의 가장 큰 옥에 티는 단연코 홈리스 피플(노숙자)이다.

  처음에 하와이에 왔을 때 홈리스마저도 부러웠다. 단지 이 곳에 살고 있다는 이유로 부러웠다. 겨울에 바람이 많이 불어 춥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여전히 짧을 팔을 입고 다닐 만큼 따뜻한 곳이 하와이다. 그러다 보니 본토에서 편도 티켓만 끊어서 이 곳으로 넘어오는 홈리스가 많아 하와이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노숙자를 거의 본 적 없는 우리 아이들은 무서워서 옆으로 지나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보통 하와이 사람들은 홈리스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다. '그저 그럴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뿐 오히려 내 지인 분은 아이에게 시켜 홈리스에게 God bless you 행운을 빌어주며 1달러를 주게 시킨다고도 했다. 홈리스도 그저 하와이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홈리스 대부분은 사람에게 해코지하지 않는다. 홈리스라고 홀대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그래도 조심할 필요는 있다.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곳은 가급적 늦은 밤 시간에는 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안전은 스스로 챙겨야 된다.


  마지막으로 하와이 옥에 티는 바퀴벌레다.

  하와이에 오면 정말 큰 바퀴벌레를 자주 보게 된다. 그런 바퀴벌레는 아주 어린 시절 오래된 우리 집에서 이사한 이후로 본 적이 거의 없었다. 하와이에 살면서 제발 우리 집 안에서는 보지 말자고 빌었다. 딱 한번, 벌어진 방충망 사이로 사정없이 날아 들어온 바퀴벌레에 깜짝 놀랐지만 늘 손에 닿는 곳에 둔 스프레이 살충제로 잘 해결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기겁을 했는데 학교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 친구들은 장난감 마냥 가지고 논다고 하니 많이 익숙해지긴 한 것 같았다. 그저 하와이는 벌레도 살기 행복한 곳이구나 하며 거부감 없도록 말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하와이에 살아 보니, 예전에 그토록 많았던 바퀴벌레들이 싹 사라져 너무 깨끗해진 한국이 오히려 너무 인공적이고 이상해 보일 때가 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우리에게 더 해로운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조금 더 상상해 본다면, 하와이에서 바퀴벌레도 겁내지 않는 이 곳 아이들은 게꼬라고 불리는 작은 도마뱀이 든든해서는 아닐까 싶다. 이 녀석은 바퀴벌레를 먹이로 삼는다. 나는 길을 가다 갑자기 만나면 여전히 무서운 게꼬를 이곳 사람들은 참 귀여워하고 좋아한다. 하긴, 우리 둘째 녀석도 길을 가다 발견하면 제법 반기며 오래오래 지켜본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게꼬들이 수난을 당해 스스로 꼬리까지 자르고 사력을 다해 버티다가 죽임을 당하는 상황을 지켜볼 때면 정말 약한 존재이며 보호해 줘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전히 바퀴벌레와 게꼬는 집 안에서 만큼은 만나고 싶지 않다.

이전 03화 유학을 가고 싶어, 그런데 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