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다른 부러움의 의미

부럽지만 화가 나진 않아

by 만석맘 지은

미국에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며 고군분투하는 삼십대 엄마의 유튜브를 즐겨본다.

예전 아이들 어렸을 때도 생각나고, 여전히 살림을 잘 못하는 내 모습과 겹치기도 해 웃음이 나기도 한다. 몇 년을 살아도 여전히 미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생기는 불편한 상황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안타깝기도 해,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이 눈에 아른거리기도 해 다음 편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런데 하루는 여행을 가서 아침 일찍 신랑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아울렛으로 향해서 명품 쇼핑을 하고 저녁이 다 되서 돌아오는 모습에 불편했다. 나랑 비슷해서 좋아했던 유튜버가 나랑 다른 모습을 보이자 마음이 불편해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어린 아이들을 신랑에게만 맡길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휴직을 하며 24시간 아이들에게 매달렸다. 아이가 아토피까지 심해 간식까지 해 먹일 정도로 할 일이 많았고, 무리한 나머지 갑상선에 문제까지 생겼다. 그렇지만 짜증만 낼 뿐 신랑에게 요청할 줄도 몰랐고, 요청해도 그다지 받아지지 않아 불만이 있어도 혼자 해내는 수 밖에 없었다. 일을 할 때도 살림과 육아는 내 몫이었다.

그 유튜버는 신랑이 재택 근무를 하며 육아도 함께 하고 장을 볼 때도 항상 같이 다녔다. 물건을 살 때 가격도 개의치 않았고, 신랑에게 집안일을 당당하게 요청했다. 외식도 자주 하고, 신랑이 종종 음식을 사오기도 했다. 뭘 요청하든 신랑이 흔쾌히 함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이미 있는 명품 코트를 다른 색깔로 하나 더 사고 싶었다고 하고, 어린 아이에게도 명품 파카를 사 입히는 모습에 내가 알던 그 유튜버가 맞나 싶은 마음에 한 방 맞은 기분이 들었다. 유튜브 수입이 얼마인지 몰라도 육아와 살림을 전담하는 주부가 선뜻 사기에는 망설여지는 금액이었다.

추위를 너무 많이 타는 나는 얼마 전 블랙프라이데이에 파카를 사고 싶어 아이들과 쇼핑몰에 들렀다. 몇 벌을 입어 보다 가격 때문에 결국 놓고 나왔는데, 휴직은 했지만 오랫동안 돈을 벌었음에도 나를 위한 소비를 여전히 미루고 있는 모습이 겹치며 속이 상했다. 우리 엄마 세대가 "신랑이 돈 벌어주면 여자가 당연히 애키우고 살림하는 거지"라고 하는 말이 불편해도 각인되어서였을 지도 모른다.


나는 내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 봤다. 그 유튜버와 나를 비교하며 '부러움'이 올라왔음을 알아챘다.

나는 '엄마'의 이름으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당당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알았기에 그 자리를 선택했지만, 수입이 줄어든 만큼 내 욕망을 줄여야 했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더라도 육아를 선택하겠지만, 더 당당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아이들이 엄마가 되어 신랑의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당당했으면 좋겠다. 신랑과 나, 당시 역할 자체의 무게가 다르지 않았기에, 나는 당당하고자 노력했지만 동등할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성취하지 못한 동등한 '주부'의 자리를 그 유튜버는 지키고 있었다.


우리 부모 세대와 어린 유튜버 세대 사이에서, 부러워 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그 유튜버를 욕하기 보다 '부럽다'고 커밍아웃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아이들은 안타까웠던 모양이었다. 그 유튜버에게 "돈 잘 쓴다"며 비난하는 신랑에게 아이들은 "그게 어때서"라며 맞섰다. 괜히 '피해자'가 된 나는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는 아껴사아서 이해를 못하는 거"라고 이야기했다. 아이들 속마음은 엄마가 불쌍해 보여서인 걸 잘 안다. 엄마도 하고 싶은 거 하고, 참지 마라고 한다. 그러지 못하며 부러워 하는 모습에, 나 대신 화가 난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 나는 부러움이 화로 변해서 신랑에게 내뿜지 않는 내공이 생겼다. 그리고 아이들이 나보다는 그 유튜버 입장이 되길 원한다.


사실 내가 가장 부러웠던 건, 유튜버의 신랑이 "이번 여행 너무 재미있었어. 내년에도 또 오자."라고 한 부분이었다. 우리도 그 시절엔 함께 하는 게 재미있었는데. 종종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기분은 들었어도 넘어가곤 했던 이유였다. 이제 신랑에게서 그런 다정한 말을 기대하지 않는게 좋겠다는 건 마음 아픈 일이긴 하다. 하지만, 꼭 그런 식이 아니더라도 다른 형태의 애정이 남아 있음을 안다. 그걸 찾아나가는 것도 이십 년을 함께하고 있는 지금 우리 부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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