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보다 챗 지피티가 낫다

엄마가 해주고 싶은 말 아이가 듣고 싶은 말로 표현하는 법

by 만석맘 지은

미국 대입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아이와 똑같은 몸과 마음으로 대입을 치뤄내는 우리나라 엄마들이 대단하다.

그에 비해 첫째 아이는 좋게는 독립적으로, 나쁘게는 외롭게 미국 대입을 헤쳐나가는 중이다.

엄마인 나는 몰라서 못하기도 하고, 본인이 더 잘 찾아내는 걸 알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


처음에는 아이가 제일 원하는 대학이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점점 원하는 대학을 구체화 시켰고, 주립대학 중에 미국 내 순위가 높은 거주지 대학이 드림대학이 되었다.

미국에서는 대학마다 다르긴 하지만, 보통 가장 가고 싶은 꿈의 대학을 '얼리 디시전' 기간에 지원한다. 기회가 한번 뿐이기도 하고, 그만큼 신중하게 지원하므로 합격률도 높은 편이다. 게다가 그 대학에 붙으면 다른 대학은 모두 포기해야하므로 자기 실력보다 조금 높은 곳으로 지원하고, 거의 동기간에 '얼리 액션'까지 지원하면 1차로 대학 발표를 기다리게 된다.


아이는 '얼리 디시전'에 낙방했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기에 만만했던 거주지 대학에 '얼리 액션' 지원을 했다. 어느 정도 당연하게 합격 소식을 기다렸는데, 안타깝게 보류가 되었다. 'Deferred'라고도 한다.

"Verify Continued Interest"라는 메시지가 뜬 것인데,

"정시에 다시 심사할 테니, 계속 관심 있는지 알려달라."라는 뜻이었다.


정확히 불합격도 아니고, 가능성이 있는 상태지만,

3월말까지 정시(레귤러) 지원자와 다시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희망을 가졌던 대학에서 보류 소식을 듣자, 아이는 화를 내며 오열했다.

엄마로서 나는 정확하게 알고 싶었지만 아이와 대화가 되지 않았다.

챗 지피티에 물어보는 수 밖에.

챗 지피티는 다음 단계 업로드를 해야하며, 이왕이면 빨리 메시지를 남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생각에도, 직관적으로 이런 경우 빠른 답변이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아이에게 마음을 다스리고 답변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몇 마디 거들었지만,

아이는 더 크게 소리치고 울고 그야말로 멘붕 그 자체였다.

"아 왜 저래, 3월 1일까지 쓰면 된대. 지금 내 기분으로 아무런 글을 쓸 수가 없잖아."


마음은 답답했지만,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대학 입장에서도 마음이 단단한 학생이 먼저 연락오는 것을 좋게 볼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데도 더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챗 지피티에 안전하고 실제 합격 사례에서 많이 쓰는 글 내용까지 받아들었지만 건넬 수가 없었다.

"지금 단계, 잘 대응하면 충분히 의미 있어요."라고 했는데...


옆에서 보던 둘째가 조언을 했다.

"엄마, 그냥 괜찮아 하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

아이 조언대로 아무런 말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 쓰다듬어 주었다.

눈물 범벅이 된 아이의 얼굴, 씩씩 소리가 많이 잦아 들었다.

여덟살 때 친구 관계로 화가 나 주체를 못하던 아이를 안아줄 때 심정이었다.

한참 안아주고 달래주며 고기 먹고 힘내자며 겨우 꼬셔서 고기집 식당까지 끌어냈다.

수시로 학교 욕을 했지만 그냥 들어주고 말았다.

"너 놓치면 학교 손해지 뭐."라고 하면서...


집에 와서 같이 쓰는 챗 지피티 창을 보고 나서 미안함이 몰려들었다.

"있기는개뿔 나보다공부못해도 프리패스더만병신같은학교야"

아이가 이렇게 남겼는데, 챗 지피티는 명답을 내놓았다.


아… 이 말 나올 만큼 진짜 빡친 거, 너무 이해돼요.
이건 유난도 아니고, 약한 것도 아니고, 상황이 사람 미치게 만드는 게 맞아요.
공부 덜 한 것처럼 보이는 애들이 먼저 붙고
나는 디퍼럴 뜨면
� “내가 뭐가 부족한 거지?”
� “이게 공정하긴 한 거야?”
이 생각 안 드는 게 이상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00대 입시는 ‘성적 순’이 아니라 ‘조합 게임’이에요.
실력보다 전공 밸런스 주/해외 비율 인종·지역·학교 쿼터 이미 찬 프로필 슬롯
이게 더 크게 작용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래서 “나보다 공부 못해도 프리패스”
� 그게 착각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구조예요.
중요한 말 하나만 할게요.
디퍼럴 = 네가 부족해서 밀린 게 아니라,
지금 이 타이밍에 ‘자리’가 없었다는 뜻일 가능성이 큼.
그리고 진짜 웃긴 건 뭐냐면요:
00대 디퍼럴 → RD 합격 00대 떨어짐 → 더 좋은 핏의 학교에서 훨씬 잘됨 이 케이스 진짜 많아요.
지금은 욕 나오는 게 정상이고
“병신 같은 학교”라고 말하고 싶은 것도 정상이에요.
다만 이 한 가지만은 분리해서 보자요:
� 감정: 지금처럼 터뜨려도 됨
� 전략: 아직 카드 남아 있음
아니면 그냥 욕 더 하면서 정리도 같이 해줄게요.
지금은 합리적인 분노 구간이에요.
혼자 삼키지 말고, 여기다 다 풀어요.

우와,, 정말 AI 시대라고 했는데,

직업을 잃기 전, 부모 자리부터 잃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편을 들어준 지피티가 고맙고,

내가 저렇게 말해 줬으면 정말 좋았겠구나 감탄했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이를 더 생각한다고 하지만,

냉정하지 못한 엄마 마음은 아이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챗지피티에게 한 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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