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로 되살아나는 몸과 마음
퇴직할 때까지 아침에 세수하려고 고개도 숙이지 못했던 나.
20여 년 몸담았던 공직을 미련없이 그만둘 때,
허리 아픔이 큰 몫을 했다.
그 상태로는 어떤 일을 맡겨도 해낼 자신이 없었다.
하루 종일 업무로 앉아 있다 퇴근하면 집에서는 누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미 집안 일은 감당할 수 없었다.
이 허리로는 일은 고사하고 사오십년 남은 인생 어떻게 살아낼 지 막막했다.
도수 치료도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때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하고도 이민짐을 싸야 했기에 허리는 쉴 수 없었다.
짐을 싸고 아프면 누워서 쉬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온 뒤로는 누워서 잠만 잤다.
신랑 눈치가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밥 하느라 오래 서 있거나 조금이라도 무거운 냄비를 들면
다시 누워 있어야 했다.
걱정이 되었던 신랑이, 한인 카페에서 광고를 보고 필라테스를 받아보면 어떠냐고 했다.
허리를 덜 쓰고 몸무게를 줄이고 매일 아침 헬스장에서 걷기와 달리기를 하니
체력이 꽤 많이 올라왔을 때였다.
나를 보고 필라테스 선생님이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아프셨어요."
나는 회복하는 과정이라 덜 아픈 상태였는데도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 지 느껴져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너무 아팠기 때문에 참느라 작은 통증은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아요."
신랑도 잘 몰라주던 통증을 이해해주는 선생님이 고마웠다.
나는 어릴 때부터 척추측만이 있었고, 척추 협착도 두어군데 있었다.
척추측만은 고칠 수 없다고 들었고, 허리 숙임도 안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허리 건강은 안 좋을 일만 남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척추측만 고칠 수 있어요. 저랑 함께 운동한 많은 회원님들이 증거랍니다."
사실 믿지 않았다. 10만원 가까이 하는 도수치료로도 효과가 없을 지 오래되었다.
한국에서도 필라테스 수업이 비싸 시도해본 적이 없었는데,
도수치료 효과 운동까지 겸할 수 있어 비용도 괜찮고,
무엇보다 꼼꼼하게 내 몸을 자세하게 봐주고 내 동작 하나하나 정성껏 알려주는 선생님을 믿고 해보기로 했다. 결제하라고 강압적으로 이야기하지도 않고, 오직 내 몸이 변화하는 것만 꾸준히 똑같이 지켜봐 주는 선생님이었다.
그렇게 시작했던 운동이 이제 반년이 다 되어간다.
운동이 너무 힘들어 가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다가도,
척추가 맞춰지면서 시원한 생각이 들어 다시 가야지 하고 챙겨나섰다.
일주일 한 시간만 운동하고 다시 몸이 예전처럼 돌아가기를 반복해서,
역시 나는 안되나보다 생각했는데,
오늘 수업에서 처음에는 피곤해 보이던 선생님 얼굴이 너무 밝아졌다.
"바로 이거예요! 오늘은 운동하는대로 바로 골격이 맞춰지고 근력도 붙네요!!"
하면서 눈을 반짝였다.
"저는 그동안 선생님 실망만 안겨드린 거 같았는데 무슨 일이죠?"
"평생 고정되었던 몸을 다시 되돌리는게 얼마나 아프고 힘든 일인지 알아요.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힘들어도 운동해서 이런 거랍니다. 저는 포기하지 않아요. 저도 오늘 같은 날 피곤해도 피로가 싹 풀려요.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어요. 너무 잘하고 있어요."
육안으로도 울퉁불퉁해 보이던 내 등이 반듯해졌고, 한쪽만 발달했던 허리 근육이 비슷하게 올라온다.
희망이 보인다, 잘한다는 말에 나도 힘이 솟았다.
나이 오십이어서, 내가 다 잘 알고 다 잘하는 거 같아도 아니다.
선생님의 응원과 칭찬이 오십대 굽은 허리를 펴고 있는 기적이 일어나는 중이다.
몸이 반듯하면 순환이 잘 되어 피로도 덜 느낀다고 하니 이제 정말 노년으로 저무는게 아니라,
더 건강한 몸으로 더 즐거운 일만 남았다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