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러고 싶은데요...
주말에 강남 갈 일이 있으면 가끔 들르게 되는 모 편의점.
가게가 세로로 길게 생긴 면적이고 가장 구석 뒤편에 라면이나 도시락 등을 먹을 수 있는 취식대가 있다. 공간 자체가 그리 비좁은 건 아닌데 우측에는 전자레인지가, 좌측에는 재고 상자들이 있어서 뭔가 산만한 편이다.
맛있게 드시고
자리는 깨끗이
치워주세요
음, 당연한 말이지.
여기에서 ‘치우다’의 범주는 어디까지일까. 본인이 먹은 음식의 포장재 쓰레기는 당연히 쓰레기통에 버려야겠지. 그 외에 김 부스러기라든가 라면 국물들이 흘렀다면 닦는 것 또한 ‘치우다’에 포함되어야지 않을까. 아무튼 내 유니버스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이 취식대에는 냅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알바생에게 혹시 휴지 있냐고 물으니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 삼각김밥을 먹다가 김 부스러기가 조금 흘렀는데 뒷정리를 깨끗하게 할 도리가 없네. 그냥 입김으로 좀 불어서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정도가 최선인가...
’깨끗이 치워주세요‘라고 하니 말 그대로 ’깨끗이 치우고’ 싶지만 ‘깨끗이 치울 수단‘이 제공되지는 않는다는 이 아이러니.
공지는 점장이 질러놓고, 마무리는 알바생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 ‘깨끗이 치워주세요’라고 해서 ‘깨끗이 치우고’ 싶지만 ‘깨끗이 치울 수 없는’ 고객은 중간에서 멀뚱멀뚱. 달리 할 게 없으니 정말 쓰레기‘만’ 버리고 나서게 된다. 거 참 찜찜하네.
‘설거지 좀 해줘’라고 했더니 정말 ‘그릇만’ 씻고 싱크대 주변은 물바다를 만들어놓는다거나 ‘애 좀 봐줘’ 했더니 정말 애를 ‘보기만’ 하는 저사양 배우자가 된 기분이야.
(아니면 정 제대로 치우고 싶은 고객이라면 티슈를 자기 돈으로 구매하라는 그런 의도였던 거니. 내 돈 써서 매장 청소해 주고 와야 하는 거였니.)
덧.
그리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 안내문도 이제 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