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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May 26. 2023

웃기려고 범죄까지 조장할 셈이니...

딩고, 정신 차려야지?




딩고 논란, 딩고 소매치기, 이런 키워드로는 검색해 봐도 관련 글이 안 보이네. 문제의 원본 글이 순식간에 삭제되어서 그런가 보다. 하긴, 눈 깜짝할 사이에 증발하긴 했어.


하지만 나는 캡처를 해놓았지(!)

딩고 담당자가 흘러 흘러 검색하다가 이 글을 보게 되기를. 그것도 그냥 실무 담당자 말고 윗선의 총괄 책임자가.




SNS 기반으로 활발히 바이럴 마케팅하는 미디어 플랫폼, 딩고. 워낙 파급력이 크고 콘텐츠 카테고리에 따라서 계정 세분화도 많이 되어 있어서 오며 가며 하나쯤은 보기 마련이다. 나도 스낵비디오, 트래블 등 몇 가지 계정을 페이스북에서 팔로우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5/24), 딩고 스낵비디오 계정에 아래와 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시간은 아마 오후 4시와 5시 사이. 페이스북 요즘 자주 하지도 않는데 공교롭게도 게시 직후에 보게 되었다. (내가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캡처까지 한 것이 딩고에게는 불운이려나.)


언뜻 형식만 보면 딩고에서 맨날 올리는 게시물 중 하나겠거니 싶다. 온라인에서 재미있는 콘텐츠, 바이럴 될 만한 내용을 익명으로 퍼와서, 무슨무슨 썰 등으로 라벨링하고, 출처는 대강 사이트명 정도만 붙여주는 식.




딩고 스낵비디오에서 캡처한 원본 게시물 (현재는 삭제)


??

???????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런 디지털 플랫폼에서 웃기거나 야하거나 더러운 내용, 자학적이거나 상호 비방적인 내용까지 어느 정도 희화화하는 거야 흔한 일이라지만...


저기요, 이건 그냥 아주 명백하게 범죄의 서술입니다만?? 그걸 큭큭거리면서 '신개념 대처법'이랍시고 소개를? 심지어 인종 차별적 언PC 발언까지. 아주 그냥 종합 패키지고만.


그러니까, 딩고 계정 담당자는 이걸 '재밌다고' 올린 거잖아. 멘트도 작성해서 에디팅 하고, 어쩌면 제법 센스 있다면서 뿌듯했으려나. 좋아요, 웃겨요, 퍼가요, 많이들 하기를 기대했던 걸까.


그리고 더 무서운 건 - 이런 콘텐츠를 거를 필터링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 이걸 책임자가 승인했다면 그것도 문제고, 그런 책임자 없이 실무자가 아무거나 아무렇게 올리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플랫폼이라면 그것 또한 더 큰 문제다. (섬뜩하군...)






딩고라는 이름 하에 여러 계정이 있는데 그 계정마다 오디언스 반응의 온도와 속도가 달랐던 것도 관전(?) 포인트였다.


웃긴 영상, 인터넷 밈 등을 집중적으로 올리는 딩고 스낵비디오에서는 40분 넘도록 문제 제기하는 댓글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웃김 이모티콘 표시와 퍼감 1회만이 보일 뿐.


반면, 딩고 트래블 계정에서는 '제정신이냐'는 댓글들이 우수수 달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관리자가 아차차 싶었는지 해당 글을 게시한 지 1시간도 되기 전에 바로 삭제했더이다.


딩고 스낵비디오에서는 40분 넘게 별 문제 제기 없었...



이건 딩고트래블 댓글 캡처 (작성자 모자이크)





나도 문제의 게시물을 보자마자 내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이 썼는데, 이거 곧 원본 삭제되겠구먼 싶어서 바로 이미지 캡처부터 해두었던 거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트래블 계정에서 비난의 댓글들 달리니까 몇 분 후에 바로 원본 삭제.





모바일 미디어의 특성상, 딩고 같은 이런 플랫폼들은 리스크 관리에 늘 취약하다. 운영자도 이런 점을 아주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냥 어느 정도 감수하고 가는 듯하다. 이런 사업 모델에서 커가려면 이 정도는 질러줘야 해 정신?


되려 그런 특성에 비해서는 큰 문제없이 어째 조용히 지나간다 싶을 정도라니까. 몇 년 전에 딩고푸드의 레시피 영상 무단 도용에 관한 기사가 1건 있었지. 빠르고 가볍게 소비하는 미디어인 데다가 상당수의 출처가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상의 익명 자료여서 그런지, 문제가 있어도 각 잡고 논의로 이어지기보다 그렇게 스리슬쩍 사라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각 잡고 욕하려고 이번 게시물 캡처해 둔 나...)


지금 이 시스템과 이 윤리의식 그대로라면, 소매치기를 넘어서 성범죄를 용인하거나 조장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팔로우와 좋아요, 그리고 광고효과를 위해서 닥치는 대로 콘텐츠를 올리다가 문제가 되면 후다닥 삭제하는 방식으로 어디까지 갈 것인가.




딩고야, 정신 챙겨라.

형사 고발이라도 당해야 각성할 거니.


그리고 난 위의 원본 게시물 이미지 캡처 다 뜨고 나서 곧바로 딩고 계정들 이참에 다 팔로우 끊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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