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괄식 구성으로 가봅시다.
네, 저자가 되어 보았습니다.
습작처럼 생각하고 가볍게 첫걸음을 내디딘 수준이라서 널리 알리기는 솔직히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뭐 또 비밀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어쨌든 간에 내가 끄작거리고 고쳐서 제출한 글밥이 책, 그러니까 내 손안에 잡히는 단단한 그 어떤 결과물이 되어서 나온다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합니다.
원체 글과 늘 밀접하게 연관된 본업에 종사했기 때문에 내 이름 달고 글이 세상에 나오는 게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만, 그게 말이죠! 주어진 업무로서 하는 것과, 내가 그냥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인쇄되어 세상에 나오는 건 전혀 다른 느낌인걸요.
뭐, 제가 홀로 다 쓴 건 아니고 글쓰기 모임 멤버들과 함께 엮어서 나오는 에세이집이랍니다. 어쩌다 보니 제 글이 총 8편 중에서 가장 앞단에 등장하네요. (좋다-_-*)
이렇게 생겼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아직 실물을 못 봤습니다만. 하핫. 가제본 PDF로는 이미 여러 차례 본 건데도 왜 이렇게 새롭지. 이것은 마치 미리 연락처랑 사진 받아서 카톡이랑 SNS 통해서 간만 보다가 드디어 소개팅 당일을 앞둔 그런 마음가짐! (이라고 하기에는 소개팅 무드 같은 건 이미 기억 속에서 사라진 지 오래인 n년차 기혼자)
공통의 주제 따위 없습니다. 그야말로 8명이 각자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썼어요. 그래서 저는 아주 단순하게 나를 즐겁게 하는 주제, 내가 할 말이 많은 주제, 라는 접근으로 '커피'를 선택했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커피'를 매개체로 해서 차례차례 다양한 글들을 써보고 싶어요.
이번 책에는 제가 브런치에 올린 글 일부, 사진들, 그리고 저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 가지각색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시각, 다양한 삶이 담겨 있답니다. 전혀 공통점이 없고 주어진 틀도 없어서 되려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도 하나의 모임, 하나의 책으로 엮어낼 수 있다는 이 느슨한 자유가 즐겁군요.
이번에는 이렇게 느슨하고 자유로운 틀 속에서 시작을 했으니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어진 공통 주제를 두고서 다양한 사람들과 글을 쓰는 앤솔로지 형식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말하고 보니 이게 다음 목표가 되는 건가! 브런치 매거진을 통해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다른 작가님들을 모집해 봐도 되겠네요. 생각을 하고 이걸 말로 내뱉고 나니까 급기야 흥미가 솟아오릅니다...)
어차피 판매부수 채우고 돈 버는 게 목표인 프로젝트는 아니라서, 주문 수요만큼 인쇄하기 위해서 텀블벅 펀딩으로 선오픈됩니다.
펀딩 기간은 7/16까지인데 감사하게도 오픈 첫날에 이미 목표금액을 넘어섰네요. 우와. 저도 넋 놓고 있다가 놓칠세라 펀딩 참여부터 했습니다 :)
총 2권이 함께 펀딩 오픈되어 있어요. 둘 다 펀딩하는 것도 가능, 둘 중 선택한 책만 펀딩하는 것도 가능. 제가 참여한 글쓰기 모임 (아래에 소개할게요) 이번 기수에 온라인과 오프라인, 총 2개의 모임이 있었는데 <비로소 달고, 쓰다>는 그중에서 오프라인에서 모였던 이들의 글모둠입니다.
텀블벅 펀딩 통해서 구매하시는 분에게는 도서 가격 10% 할인, 문구 책갈피 증정 등이 제공된다고 합니다. 문구 책갈피는 희망 저자를 기재해서 펀딩할 수도 있고, 별도 기재가 없으면 랜덤으로 제공된다고 해요. (그러고 보니 나는 무슨 문구를 선택했더라... 몇 달 전이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고요?)
글을 써보고 싶었어요. 출판해보고 싶었습니다. 늘 그랬어요. 저자도 되어보고 싶고 역자도 되어보고 싶었죠. 이번 생에 하고 싶은 게 많군요.
그런데 '언젠가'로 분류만 해두었죠. 뭔가 쓸거리는 있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쓸 생각하면 대체 무슨 주제로 뭘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더라고요. 지식을 전달할 만큼 어느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내 인생의 행보가 그리 특별할 것도 없고, 사실 별 대단한 시련과 드라마도 없는데.
이러다가는 그 '언젠가'라는 게 과연 올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뭐라도' 해보기로 했습니다. 뭘 어떻게 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출판을 목표로 하는 글쓰기 모임에 나갔지요.
자신의 글을 쓰고 다듬어서 세상에 출판이라는 형태로 내어놓고 싶은 이라면 -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관심 있는 자의 눈에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선택한 건 여기였어요.
코유 이창현 대표의 고유출판사에서 모집하는 '미뤄왔던 씀' 2기에 참여했습니다. 덕분에 상수역 워크룸에 주말마다 자주 갔더랬지요. 2023년의 봄은 고유출판사 워크룸에서의 모임이라든가, 상수역 골목의 풍경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원래 팔로우하던 도서 출판 블로거라서 우연히 타이밍 좋게 모집글이 눈에 들어왔다. 모임 장소도 신촌 홍대 상수 주변이라고 하니 서서울 거주자로서 편리하다. 여러 명이 모여서 출판하는 형식이라서 내가 제출해야 할 것은 워드 기준 10페이지 정도의 글이어서 부담 없다. 주제를 잡고 글을 쓰면 출판 단계까지 자동으로 연결이 되니까 출판 저자 초심자로서 신경 쓸 것도 많이 없이 좋은 경험해 볼 수 있다.
이런 편의성과 장점들을 생각하니까 소정의 참가비는 솔직히 얼마 안 된다 싶더라고요. 고유 출판사 외에도 출판 목표 글쓰기 모임은 많습니다. 저도 여러 군데를 기웃거렸지요. 중림서재의 '대화의 대화'라든가, 윤혜자 편성준 선생님의 '소행성 글쓰기' 모임이라든가, 그 외에 기타 다수. 앞으로 이 중에서 무언가를 또 새로이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우선 첫걸음을 이렇게 편안하고 가볍게 그리고 즐겁게 떼어본 점에 만족합니다.
아래는 코유님의 모임 회고 중 하나 :)
그리고 2기 프로젝트 마무리와 책 출판으로 끝이 아닙니다. 고유출판사 미뤄왔던 씀 모임을 거쳐간 사람들끼리의 오픈톡이 있거든요. 고유 아지트 이용자들도 있고. 다들 어느 정도 읽기와 쓰기에 대한 교집합이 있는지라 기회가 닿는 대로 이런저런 재밌는 일들을 해보려고 해요.
그중 하나는 바로 이것.
빈칸 압구정 9월 프로젝트인 '글 전시'에 고유 프로젝트 팀으로 참여. 말 그대로 글+전시. 각자 쓰고 싶은 그 무엇이든 글로 써서 그걸 전시하는 겁니다. 자유롭고 아방가르드하고 좋구먼. 물론 저도 참여합니다. 현생 바쁜 와중에 하루 만에 휘리릭 날림으로 써내서 글 자체는 부끄럽지만(...) 그래도 새롭군요. 안 해보던 거 하는 거라 짜릿하고 좋습니다. 신난다 신나.
8말9초 즈음에 현장에 설치 살필 겸, 함께 참여하는 멤버들과 인사도 할 겸, 압구정에 한번 출동하게 되겠군요. 이 전시 소식은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물론 제가 쓴 글이 너무 부끄러우면 그냥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음 ㅋㅋㅋ)
아무튼 요즘 취향의 교집합, 특히 글과 책으로 이어진 인연들이 참 소중합니다. 그들과 연결되고 함께 즐거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있다면 기꺼이 이것저것 해보면서 삶의 영역을 다채롭게 넓혀보고 싶어요. 일단, 내가 너무 재밌는걸!!!
그러합니다.
인생에는 재밌는 일이 많군요.
앞으로도 더 재밌게 살아봐야지.
무엇보다 이번 글쓰기 프로젝트를 계기 삼아서 미루고 미루던 브런치 작가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으니 앞으로도 계속 글쓰기의 재미를 이어갈 수 있기를.
뭐라도 해보면 뭐라도 되겠죠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