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single picture, all the right words.
오며 가며 은근히 눈길을 사로 잡았던 포스터들.
포스터에 사로잡혀서 그만 가게 상호를 확인해두는 걸 잊고 말았네. 아무래도 망원동에서 까눌레 파는 카페들 싹 다 뒤져서 다시 알아내야 할 판이다. 아무래도 이번 연휴에는 망원동 나들이를 해야겠네 :)
색감과 구도에 지나가던 발길이 절로 멈출 정도. 반해버렸어. 포스터 판매 안 하시나요? 이건 정말이지 소유하고 싶단 말이야. 팔아주세요, 제발. 히얼텍마머니.
피자 먹고 갈래?
(아니, 난 됐어.)
그럼 샌드위치 먹을래??
(아니, 괜찮다니까.)
그럼 피자?? 샌드위치??
걸어가는 행인을 붙들고 여튼 뭐라도 먹고 가라고 웽알대는 거 너무 귀엽잖아. 그리고 이 역시 가게가 어디인지 기억이 안 난다...
(교훈 : 포스터든 뭐든 마음에 드는 포인트가 있으면 다시 찾아갈 수 있게 상호나 주소, 여튼 객관적인 정보를 기록해두도록 하자)
후훗, 이건 정확히 기억나지. 혜화동 연우소극장 근처의 벌꿀 테마의 카페, 아뻬서울이었다. 궁금해서 별표 해둔 곳이었는데 정말 극장 바로 옆에 딱 붙어있을 줄이야.
러시아 꿀케이크라고 하는 메도빅, 이렇게 생긴 거였구나. 아무런 관심 없는 항목이었는데 이렇게 시각을 가득 채우는 포스터로 보니까 어쩐지 좀 궁금해지기도 한다. 시각의 힘이란.
사실, 꼭 꿀케이크를 먹어보고 싶다기보다는 이 포스터를 구경하고 싶은 것일지도. 디저트 좋아하거나 포스터로 인테리어 꾸미기 좋아하는 이에게 선물해도 재밌겠어.
오랜만에 다시 나가는 중인 트레바리. 수년간 연을 맺었지만 강남 아지트는 처음이군요. 하기사 한참 코로나 기승 부리기 직전에 개관했지 아마.
우리 집에서 거리는 멀지만 한 달에 한번 강남 나들이 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다. 주말 오전에, 아직 거리에 사람들이 붐비기 전에, 기온과 상관 없이 묘하게 서늘한 강남역 골목을 지나 이 곳에 도달하는 특유의 상쾌한 기분이 있지.
그리고 1층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엘레베이터 기다리면서 이런 문구를 마주하게 된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지만, 아무렇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읽으면서 음, 그렇지, 끄덕끄덕 하다 보면 어느덧 준비된 마음가짐으로 모임 장소에 들어서게 된다. (그나저나 다음 모임 책은 언제 읽지...)
김시유 배우의 모노드라마 <돈>
연우소극장은 말 그대로 ‘소’극장이어서 대기홀 같은 건 없고 문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거의 바로 공연장이 나오는 곳이다. 어쩐지 ‘예전의 대학로 연극 바이브’에 대한 향수가 생길 법한 그런 곳. 예전에 대학로 자주 다닌 것도 아니면서 이런 추억 보정이 생기는.
그러니까 대형 극장에서 내거는 현수막이나 안내판은 당연히 있을 리가 없다. 이 포스터가 없었더라면 ‘여기 맞나’ 싶어질 정도.
그래서 더 반가운, 그 한 장의 포스터.
망원동 사랑스러운 동네 책방에서 사랑스러운 김민철 작가님을 만났던 사랑스러웠 봄날. 작업책방 씀 안에는 책, 책 소개, 작가의 책상, 많은 것들이 있었다.
제주 북페어 포스터도 지나가다가 봤더라면 그저 지나쳤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이 곳, 책의, 책에 의한, 책을 위한 공간에서 책에 저자 싸인을 해주고 눈을 반짝이며 책 추천을 잔뜩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는 상황에서 고요히 주변을 둘러보니 이게 마음에 안 들어올 수가 있나. (TPO의 중요성...)
합정 골목의 책방 산책자에서 마주한 책방 지도. 책의 공간들에 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나도 이런 지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저 책방들 중 몇은 없어져서 지도가 바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사그러들기도 하고.
지역 협동 플랫폼이자 제로웨이스트 공간인 이웃에 걸려있는 서울 제로마켓 참여 매장 지도. 모든 곳들에 다 가볼 수야 없겠지만, 내 생활 동선 내에 있는 몇몇 군데라도 꾸준히 들러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구매를 하곤 한다. 자고로 최고의 응원은 돈으로 하는 것.
엄밀히 '포스터'는 아니지만, 배현정 작가의 1인 출판 플랫폼 솜프레스에서 내는 월별 일러스트 달력. 달마다 바꿔서 붙여줘야 하는 것은 번거로울 수도 있지만, 기분 좋은 일이기도 하다.
사실은 날짜를 보려는 것보다도 달마다 바뀌는, 계절감을 담뿍 담은 손맛 일러스트 보는 재미가 더 앞서지만. 후훗. 연말에 주변 선물용으로도 많이 썼더랬지 이거 :)
처음 보는 순간부터 제법 마음에 들었던 ‘Gaze the Sea’ 일러스트 포스터다. 어느 모래사장에 털푸덕 주저앉아서 바다를 바라보며 멍 때리는 사람.
뒷모습이어서 함축적이고, 선이 단순화되어서 더 좋아. 나도 저러고 싶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디테일이 생략되어서 더욱 상상하게 만들어.
... 예쁘게 붙이지는 못했네. 종이 무게가 있어서 반투명 마스킹 테이프 정도로는 고정이 안 되어서 그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
내 단골 아지트, 연희동 38 애비뉴.
여기에 내 가수, 내 추억... 박정운.
3월 초, 추모 음악회랄까, 내가 주최한 LP바 벙개 날이었다. 팬클럽 공식 포토그래퍼 M언니가 협찬한 포스터들을 입구에 잔뜩 붙여놓으니까 마치 예전 소극장 콘서트 현장 같아.
너무 예전 것들이어서 마음이 애잔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 소중했던 자료들, 시각적 기억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