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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May 07. 2023

사랑스러운 망원의 봄날, 그리고 김민철 작가.

그리고 작업책방 씀




여기에서 ‘사랑스럽다’는 말은 망원동, 봄날, 그리고 김민철 작가를 모두 수식한다. 이 날의 망원 나들이를 생각하면 언제든지 저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2023년 4월 9일, 망원동 작업책방 씀.






봄날이어서 그랬는지, 내가 봄 기분이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본인이 너무나도 봄 같아서 그랬는지.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책방 언니’의 모습 아닌가. (혹은 이것이 자아 추구형 퇴사자의 낯빛에서만 난다는 그 자유인 아우라...?)​


모든 요일의 기록

모든 요일의 여행

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내 일로 건너가는 법

의 저자 김민철 작가님이 최근에 퇴사 후 동네 책방지기라는 로망을 간헐적 실천 중이라고 하길래, 그중 시간과 동선이 맞는 망원동 작업책방 씀에 나름 오픈런(?)을 했다. ​(이 날, 책방의 영업 개시 손님이자 큰손 고객이 되는 영광을 누렸다-_-v)







다짜고짜 ‘작가님 보러 왔다’며 인사하고, 책들에 저자 사인 와다다다 받고, 챙겨간 선물 꾸러미 안겨드리고, 마침 들어온 다른 분에게 부탁해서 사진도 찍고... 한바탕 한 후에야 책방과 책장을 둘러보기 시작했지. 후후후.


내가 보유한 김민철 저서 원투쓰리. 내가 조공한(?) 고사리웍스 도서대출 테마의 메모지 한 묶음, 그리고 essay 와인. 물론 이름 때문에 산 와인 맞다. 이렇게 망원호프에 무언가를 기여해서 기쁘군요.​​​


​​





요즘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 중 하나는, 그러니까 이런 거다.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기분이 내키는 대로, 좋아하는 그 무엇인가를 따라갔는데 그 길에서 또 다른 좋은 것들을 만나는 것. 그렇게 취향의 우주가 구축되고 확장되며 한층 더 견고해지는 것.

망원동 작업책방 씀, 이 공간에 매료되었다는 소리다. 작가를 만나러 좌표 찍고 간 곳이었는데 이 공간의 분위기 자체로 매력적이었다. 평소에 찾아가면 어떤 책들이 구비되어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렇게 망원동에 산책을 갈 이유가 하나 더 늘었네.

이 날의 특별 콘텐츠 중 하나는 - 사직서 쓰기 체험. 나는 글쓰기 마감이 있어서 ㅋㅋㅋ 그거 쓰러 가느라 생략했지만, 은근히 앉아서 뭘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분들도 있었던 듯. 사직. 네. 하고 싶죠. 사직.​




작은 책방이어서 뭐 그리 볼 게 많으랴 싶을 수도 있지만, 책장에 빼곡하니 책들이 들어차 있었고 하나하나 다 작가님의 취향대로 엄선해서 들여놓은 셀렉션이라서 그 추천의 말들을 듣다 보면 도무지 시간 가는 줄 모를 지경이다.​


다른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렇게 흥미진진한 책 추천사는 계속되었을 것이고, 그리고... 나는 아마 책방에서 나올 때 즈음에는 결제 금액이 3배 정도는 더 나왔겠지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책 설명 왜 그렇게 쫙쫙 붙어요 증말. 하나 같이 추천의 이유가 아주 쫀득쫀득함. 얘기 듣다 보면 도무지 그 책을 외면하고 넘어갈 수가 없게 된다. 그리고, 기꺼이 넘어가고 싶어짐. 찡긋.


가장 최근의 저서인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출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퇴사를 하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놀랬다고도 한다.

아니, 그렇게 커리어의 정점 같은 책을 내고 퇴사를 한다고??​

그리고 그녀의 답. 네. 그래서 하는 건데요. 퇴사.


하기사, 이 책에서도 말하지 않는가. 가장 힘들고 도망치고 싶을 때 퇴사하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다 해보고 만족스러우면 그때 하겠다고.




나는 이미 다 둘러보고 구매할 책들까지 골라놨지만 다른 팀 손님들에게 책 설명하는 걸 옆에서 야금야금 같이 듣고 있었다. 이런 책 추천 수다들만 모아서 책이 나와도 난 재미있게 읽을 것 같아. ‘책에 대한 책’ 개념에 관심이 몹시 많은 요즘.







그 결과, 대폭주 ㅋㅋㅋㅋㅋㅋㅋ

작가님은 본인이 잔뜩 신나서 귀에 착착 감기는 추천을 날려놓고 내가 이렇게나 집어드니까 다시 생각 좀 하시라며 ㅋㅋㅋㅋㅋㅋㅋ 정신 차리고 저기에서 몇 권은 덜어냈지만 아무래도 언젠가는 사게 될 것 같다...

내 이럴 줄 알고 차를 가져갔지. (아님)





그렇게 책방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두 손에 책 봉투 가득 들고 나오는데, 내 안에 봄햇살이 가득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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