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3일의 좋음
파란색을 좋아한다.
아주 파아아아아란색에 열광한다.
눈이 시릴 것 같은 코발트블루에 환장한다.
굳이 퍼스널 컬러로 따지자면 '여름 쿨톤 페일-라이트'인 나는 쨍하게 채도 높은 색감보다는 부드럽게 흰기 섞인 색감이 더 잘 어울린다. 묽은 핑크, 연보라, 아니면 아예 색을 쫙 뺀 흰색 셔츠라든가.
그러니까 코발트블루를 향한 나의 애정은 순전히 욕망형 덕질인 셈이다. 옷이야 그렇다 쳐도, 차까지 코발트블루로 샀으니까 블루광인이라고 해도 할 말은 없을 무.
차도 그럴진대, 옷장 안이야 말해 뭐 해. 요즘은 좀 튀는 색들의 비중을 좀 줄여보려고 하지만 여전히 푸른색 대잔치다. 그중에서 연식이 제법 오래된 린넨 혼방 셔츠를 하나 꺼내 입어보았다. (옷장 구성을 두루 인지하고 아이템들 골고루 활용하게 만드는 AI 클로젯 만세.)
흠, 색이야 여전히 마음에 쏙 들지만 예나 지금이나 소재 착용감이나 소매 핏은 역시나 좀 아쉽네. 연식도 몹시 오래됐는데 이 참에 솎아내도록 할까. 혹시 그렇다면 오늘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으니까 한번 입어나 볼까.
... 라는 마음가짐이었는데.
이렇게 차려입고 미용실에 갔더니 담당 원장님이 말한다. 블루가 정말 잘 어울린다고. 피부가 단박에 환해 보인다고. 사실 어시스트 스탭도 말했다. 오늘 피부 좋아 보이신다고. (그냥 민낯으로 갔는디유...?)
Aㅏ?
아유, 아무래도 올해도 못 버리겠네 이 셔츠. 사실은 여행 때 자주 입은 옷이라서 쉽사리 놓아주기는 어렵던 차였다. 내가 추억 때문에 미련 가지고 물건 못 버리고 그런 사람은 아닌데. 이 구역의 가차 없는 당근러인데 말이지.
그러니까, 원장님 때문입니다.
오늘의 못 버림은.
오늘의 기분 좋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