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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May 21. 2023

내러티브 & 넘버스 : 당신의 언어는 어느 쪽인가?

뼛속까지 스토리텔러인 나는 넘버크런처를 이해하고 싶다...



#서평 #독서기록 #내러티브앤넘버스



세상에는 크게 두 가지 부족이 존재한다.


숫자로 세상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넘버크런처 (number crunchers).

그리고 내러티브로 세상과 연결되는 스토리텔러 (storytellers)


이를 한국식 대중 언어로 치환하면 대강 ‘이과생과 문과생의 평행우주’ 정도가 되려나.


이들은 각자가 속한 영역에 계속 머무르며 상대편을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세상은 어느 한쪽의 논리만으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특히 사업의 영역에서는 더더욱.


넘버크런처들은 가치평가를 뒷받침할 내러티브가 필요하고, 스토리텔러들은 창의적인 스토리를 숫자로 전환하여 시장에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들 모두는 ‘공용어’를 필요로 한다.


는 것이 저자 애스워드 다모다란(Aswath Damodaran)의 말이다.




이런 그의 취지를 충실하게 따르자면 -


뼛속까지 스토리텔러인 나는 책에서 제시하는 넘버크런칭의 도구, 결론, 사고방식을 적극 탐구하고 수용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두 영역의 조화를 향해 나아가는 셈일 테니까.


그런데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내용과 문구들을 돌이켜보니 하나같이 스토리텔링 요소들이더라. 그러니까 이건 볶음밥에서 자기가 싫어하는 채소만 쏙쏙 빼놓고 햄만 뽑아먹는 편식 아동의 행동 양식이지. 나에게 편한 요소들만 취사 선택하려는 관행.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일부러 표와 숫자들에 눈길 한번 더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간헐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으로 사람이 바뀔 리야 없지. 책 한 권 읽는다고 금방 바뀌면 그게 어디 사람인가(...)


다만, 사회 구성원들의 스펙트럼에서 나의 좌표를 새삼 명확히 인지할 수 있었다.


아, 나는 여기쯤 위치한 사람에구나.


그리고 이런 자각에 머무르지 않고 그 너머의 영역들을 들여다보고 싶어 한다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서 - 의미 있는 책이었다.




MBTI.

그놈의 MBTI.


우리 사회에서 어쩐지 과대평가되고 남용되기까지 하지만 그래도 이 MBTI 대범람 현상에도 분명 유용한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상대방이 나와 다를 때, 잘 이해가 되지 않고 어쩌면 거부감마저 들 때, 그것을 상태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그것은 ‘우리가 다른 유형이어서 그런 것 뿐’이라고 너그럽게 이해를 시도하게 된 것이다.


내러티브 & 넘버스.


문장으로 세상을 인지하는 사람과 숫자로 세상을 설명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같은 현상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다른 소리를 하는 그들은 때로, 종종, 아니 사실은 늘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는 메꿀 수 없는 간극이라기보다는 그들의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두 세상을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스토리텔러인 당신이 숫자의 힘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넘버크런처인 당신이 스토리를 덧입혀서 설득의 묘를 가질 수 있다면?


어쩌면 이상적이고 꿈같은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스토리텔러인 나는 넘버크런처를 이해하려고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애써본다.




스토리텔링의 매력
숫자의 힘
숫자와 스토리를 잇는 다리, 가치평가


스토리는 우리가 타인과 관계를 맺도록 도울 뿐 아니라, 연구에서도 드러나듯 숫자보다는 훨씬 잘 기억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스토리는 숫자가 하지 못하는 화학반응과 전기자극을 유발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스토리텔러는 어느샌가 좋은 스토리인지 동화인지 모를 경계선이 모호한 공상의 세계를 배회하기 십상이다. (13p)


우리는 왜 숫자에 이끌릴까?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숫자는 우리에게 정밀하고 객관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과도하게 쏠리지 않게 하는 균형추가 된다. 하지만 이런 정밀성은 대개 허상인 데다, 숫자가 개입하는 편향의 여지도 크다. 투자와 금융 분야의 넘버크런처들, 다시 말해 퀀트들은 정보를 줄 때에도 위협을 할 때에도 기본적으로 숫자의 힘을 사용한다. 2008년 금융위기는 복잡한 수학 모델이 상식을 압도하도록 방치한 사람들에게 던진 경고장이었다. (15p)




관련해서 읽어볼 책들


이익이란 무엇인가

넘버스 스틱

쉽게 배워 크게 쓰는 재무제표

월스트리트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

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

위험한 숫자들

The Big Con (국내 미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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