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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나 Jul 04. 2023

2023년 상반기에 들은 오디오북 (ft. 윌라)



말 그대로 -

2023년 상반기에 들은 오디오북들, 그 나열식 기록.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차차 개별 독서기록으로 남기겠지만 우선 이건 정말 '뭘 읽었나' 아니지 '뭘 들었나'에 대한 단순 기록이다.


- 5-10% 미만으로 읽고 치운 작품들은 기재 제외

- 10% 이상 읽었으나 중도 하차한 작품들은 기재

- 상세 정보는 생략하고 간단평 감상 정도만 기재


대부분은 윌라 오디오북에 수록된 오디오북들이고, 대개 출퇴근길 차 안에서 듣는다. 일상 스트레스 해소 목적이 크기 때문에 실용서보다는 가벼운 소설류가 많은 편이다. 특히 구매의사까지는 없지만 한 번은 들어보고 싶었던 대중적 작품이 다수다.


그 와중에 다소 헤비한 클래식도 몇몇 포함되어 있다. 집중력을 잃기 쉬운 장편이지만 오디오북의 특성을 살려서 완독? 완청? 해본 안나 카레니나. 그리고 의외로 처음 읽어본 마담 보바리.


그리고 오디오북의 특성상, 때로는 BGM처럼 틀어놓고 집중력을 발휘 못할 때도 많기 때문에 어떤 책이 기억에 제대로 남았는지 여부는 다소 랜덤인 편. 다른 시점에 다른 형식으로 읽었으면 좋았을 책들이 뇌리를 스치기만 하고 흘러가버리기도 하고. 분명 완독했다고 하는데 별 특징적인 내용이나 문구가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있고. (= 기록을 남겨두려는 이유)






환 | 김시안

오디오북 프로젝트에 딱 적합한 스릴러. 후반부 급전개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플롯이나 페이스가 제법 괜찮은 편.


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아무래도 죽음의 가능성에 직면했다가 일상을 다시 되찾은 이야기여서 그런지 허지웅 작가 본인의 목소리였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의 삶의 스토리에 응원을 보내되 허지웅 작가의 서술 스타일이 내 취향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됨.


편지 | 히가시노 게이고

정말 다각도에서 혹평하고 싶은 책인데 어쩌다가 끝까지 들었지... 형 역할을 맡은 성우 목소리가 참 부드럽고 소리로서는 듣기 좋은데 캐릭터와 상성이 안 맞아서 아쉽다. 아닌가, 동생이 고생하는 거 눈치 1도 못 채고 천진난만하게 구는 연기인가. 아무튼 사회적 시대적 젠더 편견 뒤범벅된 작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히가시노 게이고

편지에서 식겁하고 게이고 유니버스에서 탈출할 뻔했는데 그래도 믿고 보는 스테디셀러가 견인해 주었다. 뻔하다 해도 역시나 잘 기획한 힐링 카테고리 소설의 명작.


목소리를 드릴게요 | 정세랑

세랑C에 대한 애정으로 2번이나 들은 작품. 일부 성우가 불필요하게 너무 무기력한 소리 연기를 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정세랑 작가의 SF적 상상력과 편견 없는 생각과 서술은 역시 매력적이야. 과하지 않은 기괴함에 들어있는 다정함이라고 합시다.


방금 떠나온 세계 |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김초엽 작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너무 뻔한 소리일까. 하지만 좋은걸. 종이책으로도 소장하고 있지만 오디오북으로도 들어봤다. 좋아하는 작가여서 되려 오디오북 구현에 아쉬움이 클까 걱정도 했는데 윌라 측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 탓인지 괴리감 없이 잘 구현됨.


노인과 바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고전 문학은 오디오북에서 승률이 대단히 낮았던 편이다. 작품의 수가 방대하기도 하고 예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다 보니까 성우들도 다소 과장된 연기를 많이 한달까. 무엇보다도 내 머릿속, 내 기억 속 세계가 견고하다 보니 괴리감을 유독 못 견디는 편. 그중에 살아남아서 굳건히 강추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이 바로 노인과 바다, 윌라 세계문학컬렉션 에디션이다. 곽윤상 성우님, 최고.


테스 | 토머스 하디

그리고 실패한 고전 문학 오디오북의 대표적인 예. 원작을 몹시 아끼는데 테스 역할의 성우가 정말 내가 해석하는 캐릭터와 너무나도 안 맞아서... 못 참고 중간 하차. 아무래도 이건 그냥 원작 종이책을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폭풍의 언덕 (중간 하차) | 에밀리 브론테

실패한 또 하나의 고전. 테스와 마찬가지로, 원작을 너무나도 애정하는데 오디오북에서 성우 연기를 못 참고 하차. 사실 테스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섣불리 애정 고전에는 도전을 안 할 법도 한데. 그래도 폭풍의 언덕은 상당한 분량까지 들었던 이유가 있다. 내레이션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유모 넬리 역의 성우가 몹시 괜찮았다. 그리고 아역들은 다소 작위적이긴 해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 그런데! 그런데!! 성인 역의 캐시 성우가 정말... 내가 아는 캐서린 언쇼/린턴은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 이거 아니야!!! 왜 이렇게 어리광 부리는 어린애처럼 말하는 거죠. 때로는 제멋대로이지만 때로는 황야의 이리 같은 그 캐서린 돌려줘요. 중간에 진지하게 '캐서린 죽을 때까지 마디 점프할까' 고민도 해봤... 암튼 유감입니다. 흑흑. 윌라 오디오북 팀이여, 고전 문학 낭독 기획은 조금 더 신중하게 해줘요ㅠ


파이어 | 강환국

평소에 책으로는 좀처럼 읽지 않았을 작품인데 오디오북이기 때문에 접근할 수 있었다. 퀀텀 투자, 파이어 달성 등으로 이미 유명한 저자가 자신의 경제 인생 비결을 서술하고 후반부에는 다양한 파이어족 인터뷰를 한 내용이다. 가볍게 듣기 좋은 동시에 '아, 이런 인생 접근도 있구나'라고 시각을 넓히기 좋음. (물론 듣다가 '어후, 난 이렇게는 못 살겠는데'라는 생각이 들 수도...)


넛지 : 파이널 에디션 |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넛지 오리지널 에디션에 대한 의리랄까. 오랜만에 후속편 파이널 에디션이 발간되었다길래 알 수 없는 의무감에 들어봤는데 흠 글쎄올시다. 넛지 오리지널이 안겨준 신선한 사고의 충격은 없었고 부연이 많다고 느꼈는데... 내가 집중해서 듣지 못한 탓일까. 오디오가 아니라 활자로 읽었더라면 달랐을까. 그런데 굳이 실험해 볼 생각은 안 들고.


언어를 디자인하라 | 유영만, 박용후

오디오북들에 대한 간단 기록을 뭐라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계기 중 하나였다. 분명 완독했다고 뜨고, 제목이나 목차 등을 봐도 꽤 취향에 맞을 가능성이 큰 책인데도 -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이 시기에 오디오북 틀어놓고 다른 일을 유독 많이 한 모양;; 시간 간격을 두고 하반기에 다시 들어봅시다...


탐정이 아닌 두 남자의 밤 | 최혁곤

젠더 편견, 성희롱적  시각과 묘사들이 많아서 불쾌했던 기억... 듣다가 말았던가. 뭐 딱히 기억에 새겨두고 싶은 작품은 아니다.


인간의 흑역사 | 톰 필립스

오디오북 중에서 주저 없이 추천하고 싶은 작품. 인류사 대대로 인간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다채롭게 많이 그리고 크게 벌렸으며 그로 인한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서술한 내용도 물론 재밌다. 그런데 진짜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추천하는 이유는 이규석 성우의 기깔난 낭독. 딕션은 또렷하고 약간 비꼬는 듯한 위트도 책의 바이브와 잘 어울린다. 그래, 오디오북을 제작하려면 이렇게 해야지...


스테이트 오브 테러 | 힐러리 로댐 클린턴, 루이즈 페니

소설을 빙자한 힐러리 용비어천가 ㅋㅋㅋ 인데 그게 또 재밌다?? 누가 봐도 힐러리의 페르소나인 여성 미 국무부 장관이(...) 종횡무진하면서 사건 해결하고 결국 국가와 거의 인류를 구하는 영웅담인데 작가가 맛깔나게 서술을 풀어내서 그 뻔함이 눈에 보이는데도 꽤나 재밌다. 친구를 픽업 가는 길에 이 오디오북을 듣다가 백악관 폭파 음모 씬에서 흥미진진 집중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서 일산 행신동이 아니라 청라까지 다녀왔다는 후문. 정치적 클리셰의 절정인데 아무튼 재미는 있다. 루이즈 페니 작가가 글을 잘 쓰는 건가!


하쿠다 사진관 | 허태연

플롯이나 테마가 소위 말하는 힐링물 카테고리의 전형이라서 큰 기대 없이 들었는데 캐릭터들이나 에피소드들이 꽤 짜임새 있어서 생각보다 즐거웠다. 무엇보다도 '사진'을 매개체로 해서 풀어나가는 서사가 많은 게 특징이자 매력.


법정의 얼굴들 | 박주영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 구정우

작가가 다르지만 이 두 가지는 엮어서 소개하고 싶다. 내용이 어느 정도 연결되기도 하고, 연달아 들었을 때에 메시지 전달에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디오북으로도 훌륭하고 성우도 과락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내용, 그러니까 현실에 대한 작가의 시각이 참 좋다. 오디오북을 계기로 해서 책도 소장하고 기회가 된다면 작가와의 만남에도 가보고 싶다는 식으로 사고의 확장이 되었던 작품들.


어디에서 살 것인가 |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유현준

이건 작가가 같으니까 묶읍시다. 유현준 작가/교수는 워낙 다작해서 제목만 보고서는 어느 작품이 어느 작품인지 식별이 금방 안 되는 측면이 있다. 이게 특히 손에 잡히고 표지 디자인으로 인식되는 실물책과는 달리 오디오북이라서 더더욱 그래. 그리고 실로도 저서마다 중복되는 내용들이 조금씩 있기도 하다. 그렇게 엇비슷하게 뒤섞이는 측면을 제하면 가볍게 상식을 넓히고 시각을 리프레시하기에 좋은 책들. 그런데 건축을 소재로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사진이나 그림 등 시각적 보조를 필요로 하는 내용들이 있어서 오디오북의 한계가 있기도.


파는 사람들 | 파는 사람들

요식업계에서 성공한 사장님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서 듣다 보면 '이 식당 재밌네... 어디지?'로 이어져서 어쩐지 맛집 탐방 지도가 되어버린다. 가벼운 듯 가볍지 않은 생존의 이야기. 남들과 차별화를 위해서 고민하고 분투하고 기어이 고객들에게 무언가를 보여준 사람들의 이야기. 자영업자 필독서 같지만 그게 아니라 해도 충분히 재미있고 의미도 있다.


장미의 이름 | 움베르토 에코

이제 여기서부터는 묵직한 고전들의 소용돌이. 장미의 이름은 몇 년에 한 번씩은 다시 집어 들게 되는 작품인데, 묘하게 다음번에 읽을 때가 되면 전 회차의 감상이 잘 기억이 안 난다. 내용이 너무 방대해서 그런가? 오디오북으로는 처음인데 만약에 책으로 읽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들었더라면 건물 도면 설명 등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을 것 같다. 꽤 복잡한 서사와 대사들인데 성우분들 수고하셨슴다...


안나 카레니나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안니 카레니나 첫 완독(?)이다. 오디오북의 힘이여. 그나마 러시아 문학 4대장 중에서는 접근이 쉬운 편인 작품이라지만, 그럼에도 방대하고 복잡하고 서술이 기나길어서 진입장벽이 높단 말이지. 주말 드라마 같은 불륜극(...)을 넘어서 그 당대의 시대상, 문화, 경제, 정치 등을 두루 보여주는 대작... 인 건 알겠는데 솔직히 몇 번을 도전해도 나에게는 이렇게 느껴진다. Too much of everything about everybody. 여기에 불행한 삶을 살았던 톨스토이옹의 뒤틀린 동경도 잔뜩 들어 있어서. 이를 분석적으로 보면 ‘음, 이러이러해서 의미 있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픽션으로 대하면서 플롯이나 인물에 이입을 하려고 하면 영 피곤하다. 아무튼, 이렇게 안나 카레니나 유니버스를 한번 완주해 보았음.


마담 보바리 | 구스타프 플로베르

뭐지. 불륜 고전 씨리이즈인가. 의도한 건 아닌데 어째 그렇게 되었네. 마담 보바리 역시 문학적 비유로만 알아왔을 뿐 막상 그 원작을 접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보바리 역시 카레니나와 마찬가지다. 인물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들면 한없이 화나고(...) 한숨 나오고 미궁에 빠져들고 마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이 대체 왜 오래도록 한 분야의 고전으로 높이 평가받았을까. 왜냐면, 서술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이전에는 없던 인물과 플롯을 창조해 냈기 때문에. 사실 할 말이 꽤 많긴 한데 나 원래 이거 책 제목들만 나열하고 한줄평만 하기로 한 거 아니었나...? 아무래도 카레니나, 보바리 등등은 따로 묶어서 분석 후기 한번 써야겠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 박상길

서평 당첨이 되어서 실물 종이책도 생겼는데 전자책으로도 보고 오디오북으로 들어서 어쩌다 보니 다방면으로 소화했다. 일정 내에 완독하느라 다소 빠르게 읽고 들었는데 다시 천천히 보면 새로이 보일 내용들이 있지 않을까. 아무튼 이건 서평도 간단히 올렸지만 제목 그대로다.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인공지능이 당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것이다.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 정진영

오디오북 픽션 리스트에서는 상위권. 제법 추천할 만한 작품이었다. 그러고 보니 AI라는 주제로 이어지네. 이 책이 나온 게 이미 몇 년 전인데 그동안도 얼마나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술적 기대치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실감 난다. 그런데 그게 요점은 아니고 - 인공지능, 데이터 주입을 통한 자아의 유지 또는 생성, 이라는 소재를 두고 결국 인간과 인간, 세대와 세대가 어떻게 맞닿아서 서로를 이해하는가... 를 소설로 잘 풀어냈다.


그깟 덕질이 우리를 살게 할 거야 | 이소담

제목처럼 가벼운데, 가벼워서 즐거운 책. 예전에는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되던 각종 덕질들이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고 또 어떻게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인도했는가에 대한 조잘조잘 수다. 이런 걸로도 책을 쓸 수가 있구나, 심지어 수요도 있는걸, 그런데 나는 이렇게 파고드는 분야가 없구나... 라는 생각에 이어 ‘그렇다면 무슨 소재의 글을 쓰고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나와 어울릴까’라는 생각으로 흘러감.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이주윤

윌라 오디오북 무슨 시리즈의 일환이었지 아마. 우연히 클릭한 건데 작가의 묘한, 그러니까 자존심은 강하면서도 어딘가 찌질한 마이너리티 감성 덕분에 재밌게 들었다. ‘척’ 하지 않고 진솔하게 자신의 경험과 장점, 그리고 약점 심지어 흑역사들까지 늘어놓는다. 그리고 이런 역에 성우 연기 또한 제법 잘 어울린 편.


자기만의 책방 | 이유미

29cm 카피라이터 출신의 이 이유미 작가가 내가 인스타그램에서 팔로우하는 @yumibongbong 주인이며 밑줄서점의 사장이라는 걸 뒤늦게 매치했다.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야. 밑줄서점을 개점하고 운영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데 내가 오디오북을 청취한 현재 기준으로는 서점이 잠시 휴업 상태여서 (최근에 부분 영업 재개한 걸로 알고 있음) 시간의 괴리를 묘하게 느낄 수도 있었다. 아무튼 책 좋아하는 사람의 인생 이야기를 잔잔하게 들으면서 어느 정도 대리만족할 수 있는 경험담 에세이.


탁월함의 발견 | 김민기

아니, 왜 목록에 끝이 안 보이지. 나 오디오북 많이도 들었네. 그 와중에 이 작품은 듣다가 중도 하차했다.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을 다소 중복되게 늘어놓았다고 느껴서. 그런데 독자평을 보면 누군가에게는 삶을 바꿔놓을 정도의 책이었던 것 같으니. 역시 사람은 제각기 보고 듣고 이해하고 간직하는 것이 다른 법.


먹고 싶어 | 청예

브런치북 대상인가 무언가에 당첨되어서 오디오북 출판된 작품. 그야말로 ‘아, 이런 걸로도 책을 쓰는구나’ 라는 생각에 나름 새로웠던 작품. 말 그대로 메뉴별로 ‘먹고 싶어’라는 작가의 군침 흘리는 이야기다 ㅋㅋㅋ 참 소소한 소재와 접근인데 이걸 목차로 어떻게 구성하고 후킹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이겠지. 내용 자체가 새롭거나 엄청 재밌다기보다는 그런 마케팅 기획 측면에서 ‘오호...’ 싶었던 작품. 하긴 그래서인지 독자평도 극명하게 갈린다. 재밌어요, 귀여워요, 듣다 보면 먹고 싶어요 v. 아무 내용도 없다, 이런 거면 나라도 쓰겠다 사이의 의견 대립 ㅋㅋㅋ 아무튼 기존에 없던 것을 먼저 해서 세상에 내놓은 사람이 위너지 뭐...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신화 수업 365 | 김원익

이런 1일 1페이지 상식 사전 류는 ‘어쩐지 잘 볼 것 같고 어쩐지 유용할 것 같지만’ 막상 생각보다 손에 안 잡히고 생각보다 뇌리에 각인 안 되는 책들이 태반이지. 솔직히 이 책도 그렇다  정말 기존 신화를 조각조각 내서 나열해 둔 것이라 새로운 재미가 있지는 않다. 그리고 테마별로 나눠놓아서 해당 테마의 다음 이야기에 이를 때 즈음에는 그 전 편 내용이 바로 안 떠오르기도 하고. 그나마 신화에 기원을 둔 현대의 브랜드 이름 등을 해석해서 첨언한 건 괜찮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한 해석을 덧붙인 것도 아쉬움. 서술이 세련되진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신화 토막 상식을 늘리겠다는 사람이라면 뭐 고려해 볼 수도? (난 아마 이대로는 완독 안 할 것 같다... 안 그래도 중간중간 끊어서 다른 작품 듣는 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베르테르는 이번이 한 3회독 정도 되려나. 오디오북으로 접하니 새롭네. 어릴 때에는 ‘짝사랑하다가 비관해서 자살한 주인공 남자’ 정도로 축약해서 인식했는데 나이 들어서 다시 보니까 그 젊은 남자의 내면이 놀랍게도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의 사랑에 대해서 평가하는 입장보다는 ‘아, 이 시대 이 나이의 낭만적인 젊은이라면 이런 과장된 생각과 서술을 했겠구나’ 라는 관망적 이해.


오만과 편견 | 제인 오스틴

고전 문학 오디오북은 승률이 낮다고 했으면서 참 꾸준히 도전 중이군 ㅋㅋㅋ 그래도 완독 성공한 오만과 편견. 역시나 좋아하는 작품이어서 조마조마하면서 들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있다. 예를 들어 제인을 순하고 선량하게 연기한 건 좋지만 정말이지 너무 심하게 무기력하게 연기한 것. 엘리자베스 역의 성우가 입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일부 발음을 조금 먹는 타입이었던 것. 그래도 전반적으로 스토리라인을 흐릴 정도는 아니어서 그 정도는 참고 들었음. 그나저나 오만과 편견도 수많은 재해석 에디션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가 내 머릿속에 기준점이 된 것 같다. 키이라가 시대물을 참 많이 했는데 나중에 가서는 다소 복붙 측면도 있었고, 오만과 편견이 내 생각에는 그녀의 매력 장점을 살려주는 최정점의 작품이었던 것 같아. 조만간 영화를 다시 봐야겠군.


로미오와 줄리엣 | 윌리엄 셰익스피어

아니 대체 이 목록 언제 끝나나... 살려줘요... 안 그래도 고전 문학 오디오북도 성우 연기가 딱 맞아떨어지기 어려운데 셰익스피어 희곡이라니. 애당초 리스크가 크다. 과연 끝까지는 못 들었음 ㅋㅋㅋ 이건 정극 연극배우가 해도 어렵다고요... 앞으로 셰익스피어는 오디오북으로 듣지 말자. 사실 번역본 소설도 별로야. 난해해도 무조건 원문으로만 봐야 함. (이라고 내가 정함)


목요일에는 코코아를 | 아오야마 미치코

월요일의 말차카페 | 아오야마 미치코

가벼운 옴니버스 소설이자 일종의 힐링물. 두 소설의 내용과 등장인물들이 어느 정도 이어진다. 아오야마 미치코의 카페 소설 유니버스인가. 작품 자체로는 ‘뭐 그냥 무던했다‘라는 소감인데 내가 언젠가 써보고 싶은 형태의 글과 유사한 구석이 있어서 유용한 레퍼런스가 되어주었다.


다정함은 덤이에요 | 봉부아

운전하면서 가볍게 유쾌하게 들어볼까 하고 시작했는데 한 챕터 이후에 중도 하차.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부 시점의 에세이인데,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를 풀어내는 건 좋지만 그 과정의 시각에서 뭐랄까, 젠더와 외모 편견이 많이 느껴져서 잠재적 호감도가 팍삭 소멸했다. 손님에 대한 첫 묘사가 대부분 외모와 그에서 파생되는 편견으로 시작되는 것은 물론, 본인을 ‘뚱뚱한 알바 아줌마’ 식으로 설명하는 것도 난 싫더라. 바이. 내 취향 아니에요.


익명 작가 | 알렉산드라 앤드루스

또 하나의 강추 픽션. 이건 뭐 설명을 하려고 들수록 스포일러 되기 십상이라서 그냥 추천만 꾹 박는다. 오디오북이든 일반책이든 플롯 자체가 탄탄하고 흥미진진하다. 굳이 따지자면 장르는 스릴러 쪽...?


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김혜수 낭독 에디션)

김혜수 배우가 엄선한 박완서 작가의 단편 낭독 에디션. 이건 뭐 그 자체로 의미 있지. 윌라를 듣는 취지 그 자체랄까. 대작가의 덜 알려진 작품들을, 셀러브리티의 낭독을 통해서 알리고, 또한 오디오북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을 다채롭게 펼쳐놓는 것. 오래 전의 에세이들 위주라서 지금 들으면 으음? 싶은 구시대적 요소도 있지만 그 또한 당시의 작품으로 의미가 있겠거니 하고 고요히 들어보면 될 일이다.


깨끗하고 밝은 곳 | 어니스트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같은 대작에 비해서는 덜 알려져 있지만 헤밍웨이 마니아들은 꽤 주목하는 작품. 나는 이번에 처음 접해봤다. 플롯으로만 접하면 ‘음? 이렇게 끝?’ 싶을 정도의 단편들인데 작가가 주제별로 묘사하고자 했던 이미지들에 집중하면 흥미로움. 그리고 대작가는 뭘 하더라도 ‘이 사람은 노인과 바다를 집필한 그 사람이야’ 라는 브랜드 후광 같은 게 따라붙는 게 사실이기도 ㅎㅎㅎ


달에서 내려온 전화 | 글지마

마포 책소동에서 알게 된 플랫폼P 입주 작가 중 한 명인 글지마. 글지마는 글 쓰는 것을 멈추지마, 라는 뜻이라고 한다. 글을 쓰지 말라는 게 아님 ㅋㅋㅋ 저승사자와 염라국 등 한국 전통 설화 세계관에 상상력을 더한... 에스닉 크로스오버 SF라고 해야 하나. 세상에는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작가들, 그리고 다양한 책들이 있군.


마녀체력 | 이영미

운동이나 체력에 관련된 오디오북을 몇 들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고 마른 약골 에디터가 어쩌다가 철인 3종을 즐기는 강인한 중년 여성으로 탈바꿈했는지. 그냥 뚝딱 해낸 게 아니라 곡소리를 내면서 하나씩 바뀌어나갔는데 그 과정을 따라가는 재미. 사실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면 별로 재미없었겠지. 후후.


그냥 하지 마라 | 송길영

책으로 읽다가 잠시 제쳐두었는데 오디오북으로 먼저 들었네. 제목의 뜻은 Don't just do it. 모든 일에는 이유, 결과, 연관된 배경들이 있으니까 그냥 무작정 하지 마라. 데이터 전문가의 친절하고 그리고 꽤 상세한 조언들이 가득한 책. (사실 종이책은 표지가 마음에 들어서 샀음을 고백하는 바.)


바쁜 사람은 단순하게 운동합니다 | 박정은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정희원

운동, 신체와 정신의 건강에 관련된 2권의 책. 그런데 마녀체력과는 달리 집중해서 듣지를 못했다. 그나마 바쁜단순운동은 ‘강박 가지지 말고 뭐라도 해라’는 게 취지여서 편하게 들었는데 느리게나이는 유독 다른 일을 하면서 들어서 그런지 머리에 영 안 남네. 활자로 봤더라면 꽤 메시지나 톤앤매너는 취향에 맞았을 것 같기도 한 책인데. 아무래도 다른 형태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휴, 드디어 마쳤다. 2023년 상반기 오디오북 기록. 어떤 책은 뇌리에 남고 어떤 책은 흐릿하게 흘러가버렸지만, 그래도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윌라 오디오북 덕분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내년에 1년 이용권이 종료되면 다시 연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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