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리듬을 만드는 '의식'

20.01.12 (일) | 하루하루를 감각하고 기대하는 일상

by jenny

지나가듯 보았던 글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매일 아침 단골 에스프레소 바에서 커피를 마시고 이웃들과 이야기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ritual)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이 참 부럽다고. 생각해보면 사람들마다 일종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매주 예배당에 가거나, 매년 새해 첫날 일출을 보러가는 것. 이런 의식은 시간의 흐름을 보다 감각적으로 느끼게 해준다. 오늘은 예배당에 가니 일요일이구나, 작년에 이어 벌써 일출을 보다니 그 새 1년이 흘렀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시간을 느끼는 것이다.


매년 봄이면 벚꽃구경을 가거나, 매년 9월 수 만 명의 사람들과 10km 러닝에 참가하는 것. 이런 의식은 내일을 조금 더 기대하게 해준다. 올 봄의 벚꽃은 얼마나 아름다울지 또 어디로 여행을 가면 좋을지 생각하며 설레고, 올해 러닝에서는 얼마나 기록을 단축하고 더 자신있게 뛸 수 있을지 기대하는 것이다.


요즘 내가 느끼는 시간의 리듬은 주로 주말이다. 금요일 퇴근하며 주말의 시작을 느끼고, 일요일 잠에 들며 주말이 끝났음을 안다. 그 외에는 월, 화, 수, 목, 금 이름뿐인 요일들이 나를 스쳐간다. 그렇게 일주일이, 한 달이, 일 년이 지나갔다.


오늘은 약속이 있어 일찍이 집에서 나와 카페에 앉아 글을 썼다. 경쾌하지만 급하지 않은 배경음악이 좋은 기운을 북돋아주었고, 녹색 이파리가 시원하게 뻗은 여인초는 햇빛을 받아 화사하게 빛났다. 커피의 고소한 향과 쌉싸름한 맛이 몸을 깨웠다. 이 모든 것들이 오늘 하루가 시작되고 있다고, 오늘은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거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2020년 1월 12일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기억될 것이다.


앞으로 매일 나의 하루가 이렇게 시작된다면, 다가올 월, 화, 수, 목, 금요일들은 자기만의 이름과 이미지로 더 선명하고 또렷해지지 않을까. 오늘은 잠들기 전 내일 아침의 나를 위한 음악 셋 리스트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돌아오는 주말에는 꽃시장에 들러 집에 들일 식물을 찾아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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