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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취미는 독서지만 독서가 어렵습니다.

by 제나 Jenna

“제 취미는 독서예요.”

누군가 나에게 취미를 묻는다면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독서다. 평생의 취미가 독서라고는 할 수는 없고 학부 시절에 소설 특히, 일본 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리고 최근 2~3년 동안 책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했다. 작년부터 갓생을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때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중요한 점은 나는 책을 많이 읽으려고 다짐을 한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즐거워서 자연스럽게 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의지를 최대한 발휘해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책을 읽으려고 노력하는가? 첫 번째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갓생을 한다는 사람치고 독서를 안 하는 사람이 없다. 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괜한 강박 때문에 갓생을 위해 노력해 왔고, 그에 따라 당연히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멋이 있기 때문이다. 활자 중독이라거나, 독서 모임을 한다거나 마치 독서에 중독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괜스레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어 독서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티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읽고 나서의 뿌듯함 때문이다. 책 한 권을 다 읽으면 내 머리에 지식이, 가슴에 감성이 쌓였다는 생각이 들면서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공부하던 시절 이후로 쉽게 느끼기 힘든 성취감을 독서를 통해 금방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여기서 중요시되어야 하는 부분은 뿌듯함과 성취감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나에게 독서의 원동력은 의무감과 멋이다. 작년 1년 간 나는 독서 50권이라는 높은 목표를 세웠고, 80여 권의 책을 읽으며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그 많은 책을 읽고 나에게 남은 것,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나의 인생 책 한 권을 건졌다는 것뿐... 그나마 독서 노트를 정리했던 책들은 다시 독서 노트를 열어보며 ‘아~ 이런 내용이 있었지.’라고 다시 생각할 수 있지만, 독서 노트를 정리하지 않은 책들은 아예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이었는지 생각조차 안 나는 것이다. 그렇기에 뿌듯함과 성취감보다는 허탈감과 자괴감이 먼저 들게 된다. 의무감과 멋이 독서라는 행위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에 독서를 하는 과정 자체는 나에게 노동과 인내, 고통이 되기도 한다.


독서에서 가장 쉬운 것은 책을 사는 것이다. 책을 사고 언박싱을 할 때면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책을 읽은 것처럼 마음의 풍요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 뒤의 과정은 모두 어렵다. 책을 테이블 한쪽에 쌓아놓고 언젠가는 읽어야겠다는 생각만 계속해서 한다. 그리고 강제로 책을 읽는 시간을 정해놓고, 30분 동안 타이머를 켜둔 채 그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며 책을 읽는다. 그렇게라도 해야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책을 읽는 나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다. 물론 그 목적이 성취감과 멋일 뿐일지라도 독서노트를 통해 하루에 한 문장을 내 기억 속에 남겨둔다면 언젠간 그것들이 모여 새롭게 나를 구성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양이 아닌 질적으로 깊은 독서를 한다면 나도 독서의 씹는 맛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양적이 아닌 질적 독서를 목표로 잡고 진득하고 끈질기게 책을 읽어 보아야겠다. 밥을 오래 씹으면 고소한 맛이 나듯, 책도 마찬가지겠지. 그리고 거기서 새로운 독서의 즐거움을 찾게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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