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 그냥 좀 의욕이 넘쳤을 뿐인데.

by 제나 Jenna

그냥 좀 의욕이 넘쳤을 뿐이다.

평소보다 하고 싶은 게 많아졌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게 많아졌을 뿐이다.

새로운 것들을 평소보다 조금 더 했을 뿐이다.


1) 2016년 여름.

갑자기 생긴 휴가 지원금에 당장 다음 주 일본행 티켓을 끊었다. 생전 처음 가보는 나 홀로 해외여행이자, 내 생애 두 번째 해외여행이었다. 돈이 생겼고, 마침 여름휴가 기간의 끝자락이었고, 일본어를 조금 할 수 있었고 그래서 충동적으로 일본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항공권과 숙박 예약을 한 시간 만에 마치고, 4박 5일의 일본 여행을 떠났다.


2) 2018년 봄~여름.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에 들어가기 전, 1년의 공백기가 생겼다. 박사과정 때 사용할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미리 새로 구입했다. 퇴근 후 공부로 점칠되어 있던 나의 삶에 공부가 빠지자, 시간의 공백이 너무나 커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마침 놀리고 있던 아이패드가 아까워 미술과는 담쌓은 내가 디지털 드로잉 수업을 신청했다. 역시 나는 그림에 재능이 없었다. 디지털 드로잉은 수업만 듣고 금새 포기했다.

다음은 향초 만들기 수업을 신청했다. 비어있는 시간 동안 뭔가를 해야 한다, 무엇이든 하고 싶다는 생각에 꽤 높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초 만들기 기구들을 꽤 돈을 들여 구입했다. 물론 연습은 3번 정도가 끝이었고, 역시 나는 손재주가 없었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뭔가를 만드는 데 흥미도 없었다. 그렇게 돈과 시간을 쓰며 나의 2018년 여름이 지나갔다.

3) 2021년 봄~여름.

학위 논문을 위한 여정이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매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글이 술술 써졌다. 문헌연구를 할 때에도 머리가 빠릿빠릿하게 돌아갔고, 연구 내용 분석이며 결과 도출이 손쉽게 되었다. 머리 속의 퍼즐이 딱딱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이대로만 계속 되면 학위 논문을 손쉽게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느 초여름 날, 큰 힘듦과 고통 없이 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다.

4) 2024년 봄.

터키 여행을 갔다. 긴 비행에서 책과 영상을 보려고 아이패드를, 혹시 모를 일 연락 때문에 노트북을 챙겼다. 오랜 비행에서는 잠을 잤고, 여행 중 일 연락은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다. 터키에서의 일거수 일투족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겼다. 자기 전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이패드를 보다가 집어들어 영상을 편집하기 시작했고, 유튜브에 올렸다. 터키 여행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일 영상으로 촬영하고, 숙소에서 밤 늦게까지 그리고 새벽 일찍부터 신나게 편집을 해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단지 영상을 이대로 기억 속 저편으로 남겨두는게 아까웠고, 아이패드가 놀고 있었고, 잠이 조금 안 왔을 뿐이다. 그래서 갑자기 유튜브를 시작했을 뿐이다.


오늘 발견한 나

#충동적 #바로 시작하기 #실행력 #행동력

keyword
작가의 이전글3. 나는 왜 속눈썹펌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