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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따라 하는 삶을 사는.

by 제나 Jenna

나의 유튜브 알고리즘을 보면 갓생, 직장인, 대학원생, 유학생 할 것 없이 다양한 브이로그가 주로 뜬다. 예전부터 아무 생각 없이 브이로그를 주로 봐 와서 그런지 알고리즘에 브이로그 투성이다. 출근 준비를 할 때, 화장실에서, 자기 전 침대에서 등 유튜브에 접속하면 거진 브이로그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갓생 자극’은 내가 브이로그를 보는 주된 원인이다. 나는 주로 갓생 직장인, 유학생 브이로그를 많이 봤다. 영상 속 브이로거들은 새벽 다섯 시면 일어나 출근 전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공부나 독서를 했다. 그리고 퇴근 후에는 취미 생활이나 재태크 공부 등을 통한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바쁜 하루에 운동도 꼭 빼놓지 않았다. 하루를 어찌나 알차게 보내는지 나노 단위의 계획을 세워서 실행하는 듯 했다. 영상을 볼 때마다 내 삶에 자극이 되어, ‘나도 브이로거들처럼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리고 실제 그렇게 행동하려 노력했다.


어릴 적부터 나는 다른 사람을 따라 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것도 심하게. 특히,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나 예쁜 사람들을 따라 했다. 부끄럽기도 하고 인정하기 싫지만 그게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도 어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을 따라 한다. 사소하게는 꾸미는 방법이나 머리 스타일, 패션, 말버릇을 따라 하기도 하고, 크게는 삶의 방식을 따라 하기도 하며 그 사람처럼 되기를 바랐다. 내가 부러워하고 선망하는 사람을 따라 하면 마치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해서 좋았다.


나는 언제나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주변에서든, 유튜브에서든. 언제나 나의 선망의 대상이 있었고, 그들을 흉내 내며 나를 만들어가려고 했다. 나 그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늘 내가 따라 하고 싶은 사람처럼 되고 싶어 했다. 아마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해서 일지도... 나 자신에게 자신이 없고,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 모습, 삶 등이 더 대단해 보이기 때문에 나를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채워 넣으려는 것이 아닐까? 낮은 자존감이라는 진흙탕 속에서 나를 꺼내기 위한 발버둥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제 나는 나를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기로 했다. 일 못하는 나, 센스 없는 나, 융통성 없는 나, 말주변 없는 나. 그리고 시도하기를 좋아하는 나, 행동력 좋은 나, 끈기있는 나, 노력을 멈추지 않는 나, 배움을 좋아하는 나. 나를 살펴보고,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 것이 내 삶에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나는 나로서 충분하다. 누구를 따라하려 하지 않아도 이미 그 자체로 나다. 나에 대해 자신감을 갖자. 나는 나 자체로 이미 완전한 사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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