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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나만의 소개팅.

by 제나 Jenna

1년에 2~4번 정도 만나는 친구가 있다. 연락도 자주 하지 않고 자주 만나지도 않지만 그녀를 만나는 일은 항상 기대된다. 그녀와 대화를 하면 항상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으며 생산적인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 이유 외에도 나는 그녀를 만나는 날을 항상 고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항상 예상치 못한 행복을 만나기 때문이다.


처음 학교가 아닌 밖에서 그녀를 만나던 날, 그녀는 모두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왔다. 선물은 바디크림이었는데 크림을 바를 때마다 나는 그녀가 생각났다. 그 후로 나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혹은 그 외의 다른 친구를 만날 때에도 작은 선물을 준비하게 되었다. 작은 선물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지, 그리고 나를 떠올리게 하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물은 대체로 책이다. 책을 좋아해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는 그녀에게는 100% 책을 선물한다. 약속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빨리 도착해 근방의 서점에 들러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책을 선물로 준비한다. 이때 중요한 포인트는 항상 나를 위한 책도 한 권 구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핵심! 미리 책을 검색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표지와 제목만 보고 구입을 한다. 나를 위한 깜짝 선물과 같은 느낌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녀를 만나는 날 들여온 책은 무조건 나의 마음에 쏙 들었다. 미리 검색을 하고, 이런저런 서평까지 읽어가며 구입을 한 책도 나를 매료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상하게도 그녀를 만나기 전 표지와 제목, 목차의 첫인상만으로 구입한 책들은 나를 푹 빠지게 한다. 보통은 약속 시간이 될 때까지 그녀를 기다리며 구입한 책을 바로 읽어 보는데 첫 장에서부터 나를 흠뻑 빠지게 한다. 이에 나는 그녀를 만나기 전 책 선물을 하는 나만의 전통을 만들었으며 언제나 그녀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약속이 있는 날, 그 사람을 위한 선물과 함께 나를 위한 선물을 함께 준비하는 것은 극 내향형인 내가 밖에 나가기 위한 큰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것이 책이기 때문에, 심지어 검색조차 해보지 않은 낯선 책이기 때문에 이번엔 어떤 책이 나를 빠져들게 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함께 찾아와 때로는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사진도 주고 받지 않은 소개팅 상대방을 처음 만나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카톡조차 해보지 않은 정말 약속 장소만 주고 받은 사람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나만의 소개팅을 자주 해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책을 만날지 기대하면서 약속 장소에 나갈 수 있고, 또 나와 맞는 책을 만나게 되면 벅차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꼭 소개팅 상대방이 책일 필요는 없다. 바디워시든 향초든 그 외에 무엇이 되었든 친구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며 나에게도 선물을 하자. 내 마음에 쏙 들면 항상 그 친구를 기분 좋게 생각할 수 있고 예상치 못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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