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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작은 행복 꺼내먹기.

by 제나 Jenna

뭐 살게 없나 유튜브를 둘러 보다가 내 눈에 들어오는 립밤을 발견했다. 나는 안약이든 립 제품이든 화한 성분이 있으면 좋아하는데, 화한 립밤으로 유명하다는 제품이었다. 바로 결제하고 배송 온 날부터 바르기 시작했다. 입술에 얹어질 때부터 화한 느낌이 나는데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수시로 립밤을 바르지만 특히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난 다음, 씻고 나서 자기 전에 바르는 건 일종의 루틴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화한 립밤을 발라 정신 차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의미로, 자기 전에는 화함으로 오늘의 피로를 싹 씻는 의미로. 나만의 의식과도 같은 거랄까? 입술이 화해질 때마다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또 다른 루틴 중의 하나는 핸드 크림을 꼭 바르는 것이다. 핸드 크림은 조금 가격대가 높더라도 향이 좋은 것을 선호하는데, 이 역시 작은 행복을 위해서이다. 핸드 크림을 바를 때마다 깨끗이 씻은 손이 기분이 좋고 적절한 양으로 잘 발리며 발향될 때 나는 마치 동남아의 좋은 마사지샵에서 마사지를 받는 듯한 상상을 하고는 한다. 회사에서도 핸드 크림을 바를 때면 일의 힘듦에서 잠시 벗어나 향을 느끼는데 나의 온 정신을 집중하며 작은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주로 새벽 6시에 출근을 한다. 아무도 없는 적막한 회사는 간혹 무섭기도 하지만 대체로 안락한 느낌을 준다. 조용한 회사에서 내가 좋아하는 쇼팽을 틀어놓고 향초를 켜 놓으면 행복한 나만의 세상이 펼쳐진다. 물론 곧 일을 시작하면 흐려질 행복이지만 그 잠깐의 행복감을 나는 놓치지 않으려 한다.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느낄 때가 있다. 그 행복은 너무나도 작아서 자칫하면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린다. 그 작은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항상 감각을 예민하게 세워야 한다. 그리고 예민한 감각으로 행복을 느꼈다 하더라도 작은 행복은 꿈과도 같아서 조금만 지나면 내 머릿 속에서 잊혀진다. 이 행복을 오래 기억하려면 행복을 느낄 때 의식적으로 “나는 행복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작은 행복들은 순식간에 휘발되어 나의 하루는 또 아무렇지 않은, 그저 그런 하루로 전락한다.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마주 했을 때, 그 순간을 놓치지 말자. 일상 속 작은 행복을 찾고, 의식적으로 기억하자. 그 순간들을 매일 기록해서 작은 행복을 쌓아 나갈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힘든 하루가 끝났을 때 기록한 작은 행복들을 꺼내 먹으며 하루를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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